한교총이 정부와의 소통을 위해 공동대표회장에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하려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9월 3일 한교총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교총
한교총이 정부와의 소통을 위해 공동대표회장에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하려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9월 3일 한교총을 찾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교총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주요 교단이 소속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공동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이 공동대표회장 체제에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한교총은 금권 선거와 특정 교단의 자리 독식을 예방하기 위해 설립 초부터 공동대표회장 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리더십 강화를 위해 12월 2일 제5회 정기총회에서 구조를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한교총 소속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장종현 총회장)은 11월 19일 '정관 개정 위한 정관개정위원회 구성' 및 '조직 구조 개편'을 정기총회에 헌의했다. 조직 개편 내용을 보면 △대표회장 1인 △공동대표회장 3~5인 △상임회장 20인 내외 △공동회장으로 되어 있다. 예장백석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고 한교총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조직 구조 개편을 이뤄 한국교회를 하나 되게 하고자 한다"고 헌의 이유를 밝혔다.

조직 개편 헌의안을 낸 예장백석 사무총장 김종명 목사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표성' 때문에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어느 조직이든 완벽할 수가 없다. 한교총의 경우 정부와 긴밀하게 대화해야 할 때가 많은데, 세 분이 나가 앉아 있으니까 대표성이 떨어진다. 일대일로 해야 서로 주고받는 게 있을 텐데, (현 체제에서는) 그냥 인사만 하고 덕담만 나누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한교총은 2017년부터 공동대표회장 체제를 유지해 왔다. 33개 교단이 가입해 있으며, 교단 규모에 따라 가·나·다 군으로 분류해 공동대표회장을 선출해 왔다. 공동대표회장을 번갈아 가며 맡기 때문에 금권 선거나 대형 교단의 자리 독식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정관 변경을 추진하면서 한교총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교총 소속 교단 관계자는 29일 기자를 만나 "이미 이 사안은 '빅3', 합동·통합·백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된 걸로 알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교단들이 중심이 되어 권력 구조를 재편하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교단은 소외될 것이다. 나중에는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김현성 임시대표회장)처럼 분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속 교단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현직 총회장만 공동대표회장에 나올 수 있는데, '교단장을 지낸 사람'도 출마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렇게 되면 너도나도 나오려고 할 것이고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큰 교단들이 주도하는 만큼 이번 정기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교총 설립에 앞장서고 초대 공동대표회장을 지낸 예장합동 전 총회장 김선규 목사(성현교회)도 "과거 1인 체제를 유지한 한기총은 비리나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한교총은 공동대표회장 체제를 도입해 유지해 온 것이다. 1인 체제가 아니니 리더십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체제를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가면 누가 대표회장을 할 것인가를 놓고 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명 목사는 우려되는 부분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가·나·다 군에서 올라온 공동대표회장 중에서 1명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갈 것 같다. 1명이 대표회장과 법인이사장을 맡는 구조다. 염려하는 부분도 잘 알지만, (한기총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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