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안, 김영한, 손봉호, 신국원, 양성만, 이경직, 이승구, 정기철, 최용준, 하종호 지음 / | IVP펴냄 / 304쪽 / 12,000원 

한 마디로 교과서다. '교과서'라고 했을 때, 느끼는 의미는 몇 가지일 것이다. 교과서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딱딱함이나 고리타분함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라는 의미에 대해서 친근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교과서라는 의미는 일목요연(一目瞭然)함이다. 한 권의 책, 그리 부피가 많지 않은 이 책은, 현대 기독교에 지대한 영향력을 주었던 아홉 명의 '기독교 철학자'들에 대한 입문서로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 책은 9명의 국내 기독교철학자들에 의해 쓰인 각각 다른 기독교철학자들의 논문을 묶은 책이다. 또한 이 책은 '한국 기독교 철학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국내 기독교 철학과 관계된 전문가들의 모임의 회장인 손봉호 교수의 정년퇴임에 맞춰 헌정할 것을 계획하고 시작한 첫 번째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책에 선정된 철학자들과 각각의 철학자들에 대한 글을 기고한 국내 학자들은 선별 과정을 거쳐야 했다. 즉 현대 기독교철학사의 획을 그을 만한 인물들과 국내의 저명한 기독교철학자들의 논문으로 구성한 것이다. 어느 정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곳에 글을 기고한 분들의 이름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고심해서 만들어진 무게 있는 책이다.

각기 다른 저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율성은 주어졌고, 문체에 있어서도 다른 부분은 존재하지만 구성에 있어서는 대체로 주어진 틀에 맞춰서 각각의 철학자들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먼저 생애를 통해서 인문들의 사상이 그 생애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그러한 생애 속에서 그들의 철학의 단초가 무엇이었는지, 그들의 고민이 어디서 시작될 수 있었는지 개연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제기한 철학자의 문제의식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드러났는지에 대해서 그들의 저작이나 강의내용 등을 통해서 개론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드러난 문제의식과 그 문제에 대한 각각의 학자들의 해결 과정과 반론 등을 짧은 시간에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독교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저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하고 있다. 각자의 독특성과 자율적인 부분을 견지하되 전체로서는 한권의 책으로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철학을 전공했고, 현재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신학도로서 나에게 이 책은 교과서 같은 책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정교하게 쓰여진 여러 기독교철학자들(어느 부분에서는 신학자인 것도 같지만)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비판과 평가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이성으로 하나님을 향해 찾아가고, 그분의 편이 되어서 세상을 향해서 여러 목소리를 내야 했던 믿음의 선배들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사상과 가르침들이 어떤 모양으로든 우리의 신학과 설교, 우리의 삶 가운데 미묘하게 연관 맺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하나하나의 글을 통해 귀한 통찰력을 제공받았던 시간이었다.

끝으로 이 책은 독자를 가리는 책이다. 적어도 이 책에 나와 있는 철학자, 저자들에 기본적인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읽을 만한 책이다. 쉽게 달려들기에는 무거운 주제들과 논문이라는 형식으로 딱딱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신앙서적의 부류에 들어가기보다 신학생을 위한 전문서적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책을 사기 전에 꼭 그러한 부분을 고려하고도 선택했다면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지적인 흥분을 안겨주는 책이 될 것이다.

이 글은 기독교 서평사이트 '크리스찬북뉴스'(www.cbook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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