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은 3월 22일 임시 실행위원회를 열고, 명성교회에서 열리는 부활절 연합 예배에 "교회협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회협은 3월 22일 임시 실행위원회를 열고, 명성교회에서 열리는 부활절 연합 예배에 "교회협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가 명성교회(김하나 목사)에서 열리는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내·외부 반발이 거세지자 "교회협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교회협은 3월 22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임시 실행위원회를 소집해 후속 방안을 논의했다. 시작부터 부활절 연합 예배 장소 선정 과정을 밝히라는 실행위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특히 실행위원들인 교회협 각 위원회 위원장들은 이날 오전 "우리는 교회협 프로그램 위원장이지만 이번 부활절 예배에 관한 진행 과정에 대해 들은 것이 없고, 장소가 명성교회라는 것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교회일치협력국장 강석훈 목사는 "교회협 부활절연합예배TF팀의 결의 사항을 1월 25일 72회기 제1차 정기 실행위원회에 보고했다. '부활절 새벽 예배에 대한 참여 저조와 개신교 분열의 모습으로 평가되는 등의 배경이 있어 다른 방식을 구상해야 하는 시점'이며 '현재 교단장회의가 진행하고 있는 부활절 연합 예배에 본회 회원 교단도 적극 참여해서 본회의 가치를 적극 담아내기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를 3월 7일 한국교회 교단장 회의에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생 총무는 명성교회에서 예배가 열린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명성)교회 얘기들이 좀 있는데 우리는 장소 부분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제안할 입장에 있지도 않다"면서 "연합과 일치를 추구해 온 교회협이 100주년을 맞았으니 여러 가치가 반영되는 부활절이 됐으면 좋겠다는 차원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 교단 수장들이 참여하는 2024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장종현 대회장)는 올해 1월 9일, 부활절 예배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했다고 공표한 바 있다. 당시 이 내용을 많은 교계 언론이 기사로 전했다. 교회협 관계자들은 두 달 전 언론들이 전한 내용을 몰랐다고 하는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무총장 김보현 목사도 교회협 김종생 총무와 강석훈 국장을 적극 감쌌다. 김보현 목사는 "강석훈 목사가 (교단장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은 나 때문이다. 내가 범인이다. 교단장회의에 참석했던 총무들이 기억하는 발언의 내용은 오늘 실행위에 보고된 TF팀의 보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교단장 한 분이 여러 좋은 말을 덧붙였다. 연합 기관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한국교회가 함께하자고 말했고, (처음 보도한) 기자에게 직접 확인하진 않았지만 (그 말을 빌려) 연합해서 예배를 드리게 됐다고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협 부활절연합예배TF팀 이철호 목사(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무)는 대뜸 명성교회를 감싸며 교회협에 문제를 제기한 실행위원들을 비난했다. 이 목사는 "계속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대형 교회 치고 세습하지 않는 곳이 많지 않다. 그러면 그 교회들 다 정죄하고 죽여야 한다. 여러분이 (그간) '세습한 쓰레기 같은 교회 없어져야 한다'고 한 번이라도 얘기했느냐. 그러지도 않고 무슨 청년들 데리고 와서 난장판을 만드느냐"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발언을 제지하는데도, 이 목사는 계속해서 "여기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살리고 걱정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지적하고 몰아치고 죽일까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지금처럼 모여서 논의해야 하는데 토론도 해 보지 않고 성명서 내고 이런 거 갖다 뿌리나. 내가 잡아 죽여 버린다고 했다"며 막말을 쏟아 냈다.

사진 왼쪽부터 이훈삼 서기, 윤창섭 회장, 김종생 총무. 뉴스앤조이 엄태빈
사진 왼쪽부터 이훈삼 서기, 윤창섭 회장, 김종생 총무. 뉴스앤조이 엄태빈

실행위원들은 명성교회에서 열리는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교회협의 정체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 실행위원은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교회협 윤창섭 회장이 인사하기로 한 것은 자율에 맡기겠으나 교회협이 전면 참석하는 것에 대한 입장은 분명히 하자며, 표결로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보현 목사는 교회협이 공식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의한 바가 없다며 "그 이야기만 바로잡으면 될 일이지 실행위원회가 결의할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고 투표를 반대했다. 

교회협이 명성교회에서 열리는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자는 의견도 김보현 목사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목사는 "교회협은 교단의 결정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일방향을 가지고 판단하고 우리의 가치와 다르다고 말하는 게 협의 정신인가"라면서 입장문을 내는 것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다수의 실행위원은 끝까지 입장문을 내야 한다고 맞섰다. 

대치가 길어지자 윤창섭 회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잘 준비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교회협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내용물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며 이후 과정은 임원회에 위임해 달라고 하고 회의를 마쳤다. 회의가 일단락되자 김종생 총무는 "제가 다 부족하고 민첩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