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가 명성교회(김하나 목사)에서 열리는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교회협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교회 대형화·권력화를 경계하고 소외된 자들 곁에 서 왔던 에큐메니컬 정신을 회복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윤병민 의장)는 명성교회에서의 예배를 거부한다며, 교회협에 부활절 연합 예배 장소를 변경하라고 요구하는 입장을 3월 15일 발표했다. 목정평은 "명성교회는 연합 예배 장소로 합당하지 않다. 김삼환 목사 일가는 부자 세습을 강행해 소속 노회와 교단의 반대를 돈과 힘으로 누르고 세습을 합법화했다. 명성교회는 공교회를 사유화한 현장이고 한국교회의 명예와 자부심을 짓밟는 현장이며 주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현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 교계와 연합 예배를 하는 것과,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목정평은 "교회를 교회답게 만들 수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세습의 대관식 장소인 명성교회에서 돌아서 달라"고 요구했다.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양인석 대표회장)도 3월 18일,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훼손한 명성교회에서의 부활절 연합 예배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교회협의 이번 결정을 "한국교회의 공공성과 에큐메니컬 운동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며 교회협의 정체성을 망각한 치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명성교회 장소 문제가 빠른 시간 내에 변경되지 않으면 에큐메니컬 운동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관에 처하게 될 것"이라면서, 김종생 총무 인선 당시 염려했던 현상이 드러났다고 했다.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김 총무에게 "불법적 세습을 공식적으로 비판한 입장을 유지해 온 기관의 책임자로서 잘못된 장소 결정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교회협 회원 교단장들과 교단 총무들에게 이번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라고 당부하면서,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석하는 타 교단에도 "불법적인 세습으로 한국교회에 큰 상처를 입힌 명성교회에서의 부활절 연합 예배를 거부하고 다른 장소로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특별히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김의식 총회장에게도 에큐메니컬 정신과 교회협 전통을 무너뜨린 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반발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자 교회협 내부는 난감한 분위기다. 김종생 총무는 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뉴스앤조이> 질문에 "언론 담당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 달라"며 답하지 않았다. 교회협 관계자는 "우리는 협의체이고 회원 교회 각각의 입장과 실행위 결정을 존중한다. 이번 주 금요일 임시 실행위원회를 소집했으니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NCCK는 부활절 연합 예배 장소를 변경하라!
우리는 명성교회를 거부한다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 온 교회협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교회협은 지난 시대에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노동자와 농민, 빈민들이 고통당할 때 함께 손잡고 함께 걸어왔습니다. 이주 노동자들과 난민들을 보살피는 일에도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교회협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일이 하나님의 사랑이며 교회의 사명임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도 중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목회자들은 교회를 새롭게 하고 선교의 지평을 넓혀 온 교회협을 존중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교회를 새롭게 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교회 연합 운동의 발전을 위해 교회협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최근 교회협은 보수 교회들과 연합하여 2024년 부활절 예배를 드리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장소가 명성교회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입니다. 우리는 명성교회에서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를 드리는 것을 반대합니다. 명성교회는 연합 예배의 장소로 합당하지 않습니다.

김삼환 목사 일가는 하나님의 공교회를 가문의 교회로 사유화하였습니다. 김삼환 목사는 부자 세습을 강행하였습니다. 소속 노회와 교단의 반대를 돈과 힘으로 누르고 세습을 합법화하였습니다. 총회의 헌법과 제도를 무시하였습니다. 명성교회는 부자 세습을 강행하여 교회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명성교회는 공교회를 사유화한 현장이고 한국교회의 명예와 자부심을 짓밟는 현장이며 주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현장입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짓밟고 주님의 몸인 교회를 더럽히는 명성교회에서 부활절 연합 예배를 드릴 수 없습니다. 명성교회에서 부활절 연합 예배를 드린다면 예배가 아닙니다. 세습한 김하나 목사의 대관식입니다. 우리는 세습의 대관식을 반대합니다. 명성교회에서 부활절 연합 예배를 드리는 것은 무덤 문을 다시 닫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협은 명성교회에서 연합 예배를 드리는 일을 중단하십시오. 부활절 예배에 합당한 장소를 다시 결정하십시오. 부활절 예배를 보수 교회와 연합으로 드리겠다는 것과, 장소를 명성교회로 결정하는 과정들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실행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위임한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월권이며 잘못입니다.

교회협은 주님의 십자가에서 죽음과 부활하시는 현장에서 예배드려야 합니다. 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들과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로 고통을 겪는 이웃들과 함께 주님의 부활을 찬양하는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죽음으로 내몰린 팔레스타인인들의 피 울음이 들리는 곳에서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혐오와 차별 속에서 신음하는 이웃들과 함께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교회를 교회답게 만들 수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교회협은 세습의 대관식 장소인 명성교회에서 돌아서십시오.

죽음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바르게 예배할 수 있을 때 공교회를 바르게 세울 수 있으며 창립 100주년의 역사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빛나는 2024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3월 15일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훼손한 명성교회에서의 부활절 연합 예배를 반대한다

2024년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부활절 연합 예배를 명성교회에서 드리기로 한 결정은 한국교회의 공공성과 에큐메니컬 운동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며, NCCK의 정체성을 망각한 치욕적인 사건이다. 더구나 민주화와 통일, 민중 선교에 헌신한 아름다운 역사를 되새기고 새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창립 100주년 기념 행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교단 헌법과 재판국 판결을 무시하고 공교회를 노골적으로 사유화한 목회지 대물림(세습)으로 한국교회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명성교회에서의 부활절 연합 예배를 취소하지 않으면 에큐메니컬 운동은 종말을 고하는 것이고 또다시 한국교회는 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교회 연합 단체와 교단이 입장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합과 일치의 정신으로 부활절 연합 예배를 드린 역사가 있다. 그런데 금년의 부활절 연합 예배는 공식적인 합의 절차가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 예배 장소 결정이 예장(통합) 총회에 넘겨져 이루어진 결과가 명성교회이다. 예장통합 김의식 총회장은 작년 9월,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하고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여 명성교회의 불법적인 세습을 정당화하는 불순한 의도를 관철하였다. 최근 부도덕한 행위와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상황으로 총회장의 자격 문제가 매우 난처하고 어려운 상황인 까닭에 명성교회를 부활절 연합 예배 장소로 정한 것은 교권주의에 매몰되고 맘몬이즘에 머리를 숙이고 불법적인 세습 옹호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NCCK는 제61회기 총회(2012.11.18.)에서 목회 대물림 금지를 선언하였기에 명성교회에서 개최되는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명성교회 장소 문제가 빠른 시간 내에 변경되지 않으면 에큐메니컬 운동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관에 처하게 될 것이다.

NCCK 총무의 보선 과정에서 염려하였던 현상이 이번에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NCCK를 자부하고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크게 염려하고 있다.

부활의 기쁨을 예수께서 사랑한 이들과 고난의 현장에서 함께 누리고자 하는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NCCK 총무는 불법적 세습을 공식적으로 비판한 입장을 유지해 온 기관의 책임자로서 잘못된 장소 결정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2. NCCK의 회원 교단장들과 교단 총무들은 에큐메니컬 운동의 정신에서 이탈된 현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여 부활하신 주님의 몸인 교회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3.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여하려는 교단장협의회 소속 교단들 또한 불법적인 세습으로 한국교회에 큰 상처를 입힌 명성교회에서의 부활절 연합 예배를 거부하고 다른 장소로 변경하길 청원한다. 더욱이 이번 부활절 연합 예배가 총선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일각의 문제 제기를 불식하기 바란다.
4. 예장통합 김의식 총회장은 명성교회 장소 결정으로 에큐메니컬 정신과 NCCK 전통을 무너뜨린 공적 책임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적 조치를 취하라.

2024년 3월 18일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회장 양인석 목사 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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