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현지의 경건한 청음'은 교회음악·예배학 전공자 김현지 교회음악가(정의의느티나무숲교회)가 교회력 '공동 성서 정과(RCL)'에 맞춰 신자들의 묵상과 영성 생활을 돕는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연재는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2024년 2월 18일, 사순절 첫째 주일 공동 성서 정과 본문(클릭)
시편 25:1-10 / 창세기 9:8-17 / 베드로전서 3:18-22 / 마가복음 1:9-15

Catlind rc Brown & Wayne Garrett, 'CLOUD'. 사진 출처 ignant.com
Catlind rc Brown & Wayne Garrett, 'CLOUD'. 사진 출처 ignant.com
우리의 마음을 주님께 높이 듭니다 Sursum Corda 

'수르숨 코르다', '우리의 마음을 주님께 높이 듭니다.' 성찬을 시작하며 우리는 공동체와 함께 고백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주님께 올려 드리는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고 화답하며 주님의 몸과 피를 받는 자리로 나아가지요. 우리의 마음이 주께로 들어 올려지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주님 앞에 영혼이, 마음이 들어 올려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 오래된 존재 깊숙히 있던 아픔도 함께 들어 올려지는 것일까요. 죄의 뿌리 깊은 본성도 그대로 접시처럼 담겨 올려지는 것일까요.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들을 안고 저는 늘 오르간 앞에서 이 고백을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그 시간만 되면 모두의 마음을 담아 손을 올려 하늘을 향하지요. 한 주 동안 쌓인 일상의 시간은 지난 주일의 나와는 다른 존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만났던 사람들의 관계 안에서 또는 읽었던 책과 만남을 통해서, 직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업무를 수행하며 달라진 모습으로 매주 예배의 자리로 자신을 데리고 오지요. 오래된 인생의 질문을 안고, 풀리지 않는 마음과 혹은 아픈 몸과 정신도 그대로 데리고 와서 우리의 영혼을 주님께 높이 드는 겁니다. 

사진 제공 김현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주님 앞에 영혼이, 마음이 들어 올려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진 제공 김현지

영혼은 하늘을 우러러보고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존재는 신 앞에 머무르지요. 믿는 마음을 가지고요. 하나님의 길을 알 수 있도록, 볼 수 있도록 그 앞에 서는 겁니다.

'여호와여 나의 영혼이 주를 우러러보나이다...주의 도를 내게 보이시고 주의 길을 내게 가르치소서 주의 진리로 나를 지도하시고 교훈하소서 주는 내 구원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종일 주를 기다리나이다.' (시 25:1, 4-5)

시편 25편은 온전하게 신 앞에 나아가는 시인의 태도를 '히브리 알파벳 수사법'으로 표현해요. 알파벳 순서에 따라 시의 각 행의 구절마다 배열하여 노래하지요. 충만하고 풍부한 지혜의 바다 속에 온전히 잠기길 바라며 시편의 시인은 완전한 신뢰를 가지고 여호와를 기다리는 거예요. 기다리는 존재는 온전히 신을 향하여 마음을 올려 드리고 우러러봅니다. 종일 주를 기다리는 시인의 노래가 하늘에 닿을 때까지 너울너울 기도하는 마음은 공기를 가르고 마음의 소란을 떠나보내며 고요를 집요하게 찾으며 하늘로 오릅니다.

'여호와의 모든 길은 그의 언약과 증거를 지키는 자에게 인자와 진리로다.' (시 25:10)

언약의 증거, 구름 속에 둔 무지개

언약과 증거가 펼쳐진 길 사이로, 사순절의 첫 시간은 이마에 재를 받으며 시작합니다. 존재의 기원과 회귀할 것에 대한 인생의 숙명을 되새기며 시작하지요. 창조하신 존재와 지음 받은 존재 사이의 관계는 재가 이마에 그어지는, 전례의 극적인 순간에 형성됩니다. 나는 어디로 온 것이며 어디로 갈 것인가. '인생아 기억하라.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선언되는 말씀 안에 숨겨 있는 언약의 증거를 듣습니다. 다만 흙으로 지어진 먼지 같은 인생이지만, 창조자의 숨을 받은 피조물은 그 숨을 힘입어 영원한 언약의 관계 안에 들어선다는 것을요. 홍수 후 여호와의 언약은 생명을 다시 얻는 것, 이전에 맺었던 조물주와 피조 세계의 관계가 재정렬되어 아름다움으로 회복되는 것,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구원을 말하고 있습니다. 언약의 증거는 창조자의 손으로 그린 '그래픽'으로 주어지죠. 눈을 들어 보는 자들, 우러러보는 자들, 마음을 주께 높이 드는 자들이 맞이할 것은 구름 사이에 놓여진 색의 향연, 곧 무지개의 언약입니다.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 (창 9:13)

물로 멸망했던 세상은 구름이 걷힌 후 무지개를 바라보며 생명을 얻습니다. 태양 빛이 비의 물방울에 반사되고 굴절이 되며 거대한 색의 아치를 만들어 내죠. 비의 물방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동안 빛을 만나는 거에요. 물로 가득한 세상,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그곳에 빛이 반사되어 물은 온몸으로 그 빛을 다시 내어놓습니다. 크고 작은 몸을 지니고 있는 물들은 자신의 모습과 파장에 따라 투영되는 빛을 반사시켜 다채로운 색을 내어놓지요. 물과 빛의 관계 안에서 무지개가 형성되듯이 언약은 바로 여호와와 영혼들의 관계 사이에 있고, 베드로는 물에 대하여 하나님을 향한 선한 양심의 간구와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바로 세례의 관점으로 본 물에 대한 해석인 것이죠.

'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이제 너희를 구원하는 표니 곧 세례라 이는 육체의 더러운 것을 제하여 버림이 아니요 하나님을 향한 선한 양심의 간구니라.' (벧전 3:21)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에서 소리가 나기를

닫혀 있던 하늘은 갈라지면서 소리가 울립니다. 물과 하늘 사이에 계신 세례터의 예수는 물에서 올라오시어 하늘을 우러러보십니다. 물방울이 빛을 반사하며 자신의 몸을 온전히 맡길 때 보이는 빛의 향연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소리와 만나지요.

'너는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막 1:11)

마가의 기록은 빠른 속도로 전개됩니다. 닫힌 하늘은 열렸고 거기로부터 들리는 신성한 음성의 메아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광야로 몰려 들어가신 예수를 조명하니까요. 하늘의 소리와 물과 빛의 세례를 받은 직후는 급작스러운 어두움과 건조함, 단절의 세계로 진입합니다. 그곳에서의 40일에 대한 기록을 마태와 누가와는 달리 마가는 꽤 간결하게 빠른 필치로 기록하였습니다. 긴급한 전환은 곧 새로운 메시지로 이어지죠. 어느새 세례 요한의 사명은 끝을 다하고 하나님나라는 가까이 왔다는 예수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리고 복음을 믿고 죄로부터 돌이키라는 목소리가 진동을 합니다.

회귀의 꿈
Pat Metheny Group 앨범 'Letter from Home' (1989) 표지.
Pat Metheny Group 앨범 'Letter from Home' (1989) 표지.

광야의 40일은 올해도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사순의 첫 시간은 죽음도 어두움도 아닌, 구원하시는 이의 약속부터 등장했지요. 구름 속에 숨겨 놓은(창 9:13) 무지개처럼 다만 희미하고 비밀스럽습니다. 구원하시는 이의 언약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에게 보입니다. 물과 빛의 반영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언약의 무지개를 선물 받으며 그렇게 사순절의 첫 주를 시작합니다. 팻 메스니는 1989년, 집으로부터 온 편지(Letter from Home)라는 앨범을 통해 '회귀의 꿈 Dream of the Return'을 발표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화자는 인생의 오래된 질문과 의심, 그러니까 자기 본질에 대한 깊은 물음을 바다에 힘껏 던지며 노래를 시작해요. 거품이 이는 바다 앞에서, 그 질문들이 드넓은 대양을 만나기까지는 돌아오지 말라고 부탁해요. 혹시 노래에 대한 응답이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없다고 해도 꿈을 통해 본 것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죠. 지난한 인생, 침몰될 것 같은 폭풍 속에서도 그 길 가운데 조그만 항구라도 있다고 믿는다면 어떤 것도 이겨 낼 수 있다고 생각하죠. 아주 오래전 보낸 그 질문들의 대한 답을 기다리면서도 영원히 잃어버린 것이 된 것만 같을 정도로 시간이 흐르죠. 그러던 어느 날 화자는 바다를 거닐다가 모래 위에 기도문처럼 뒹굴고 있는 노래를 발견합니다. 자기 본질에 대한 오래된 질문들, 그 자신의 목소리는 먼 바다를 항해하고 고스란히 돌아온 거지요. 그가 처음에는 시(poem)라고 지칭했던 것을 회귀한 뒤에는 기도(prayer)라고 지칭한 것은 아마도, 긴 시간을 바다에서 항해한 자기 자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어떤 관계를 입고 나타났기 때문에 기도라고 불렀겠죠. 그리고 물음을 던졌던 바다는 이미 내 몸 안에서 역동하고 시인은 자유를 얻었다고 고백하며 노래는 끝납니다.

사순절 첫째 주를 맞은 오늘의 경건한 청음은 팻 메스니 그룹의 '회귀의 꿈 Dream of the Return'입니다. 나를 창조하신 분의 목소리를 들으며 재의수요일을 맞이했고, 우리는 흙의 운명이 결코 흙으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닌 구원의 역동을 배울 40일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물과 빛이 조우하는 가운데 만나는 언약의 무지개를 보고,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하늘의 소리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영혼이 주를 우러러보듯, 나의 심연에 깊은 질문들을 바다에 던져 보면서요. 그렇게 드넓은 대양으로 항해할 우리의 시, 우리의 기도를 띄워 보내면서요. 구름에 숨겨 놓은 그분의 무지개를 만날 기대감을 가지면서 함께 들어 보시지요. 

Dream of the Return 회귀의 꿈

Al mar eché un poema
Que llevó con él mis preguntas y mi voz
Como un lento barco se perdió en la espuma
Le pedí que no diera la vuelta
Sin haber visto el altamar
Y en sueños hablar conmigo de lo que vio
Aún si no volviera
Yo sabría si llegó
Viajar la vida entera
Por la calma azul o en tormentas zozobrar
Poco importa el modo si algún puerto espera
Aguardé tanto tiempo el mensaje
Que olvidé volver al mar
Y así yo perdí aquel poema
Grité a los cielos todo mi rencor
Lo hallé por fin, pero escrito en la arena
Como una oración
El mar golpeó en mis venas
Y libró mi corazón  

나는 바다로 시를 던졌어요
나의 의심 가득찬 질문과 내 목소리를 가지고
느린 배처럼 그 노래를 가지고 사라져 버렸지요
거품 속에서
나는 돌아오지 말라고 부탁했어요
드넓은 대양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그리고 꿈속에서 이야기해 달라고
그곳에서 본 것을요
비록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나는 도착했는지 알게 되겠죠
온 인생을 바치는 여행
평온하고 푸르른 곳이든 혹은 태풍 속이든
항구가 기다리고 있다면 그다지 문제가 없어요
난 오랜 시간 메시지를 기다렸죠
바다에 돌아가는 것을 잊었다는 메시지를요
그래서 난 영원히 그 시를 잊어버렸고
사무치는 마음을 하늘을 향해 소리쳤지요
마침내 난 그걸 찾은 거예요 모래 위에 쓰여진
마치 기도와 같은 그것을요
바다가 내 혈관 속에서 고동쳐요
그리고 내 마음을 자유하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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