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위기 아동을 돌보는 그룹홈 원장으로 재직하며 입소 여성 아동들을 추행하고 이들에게 상습적으로 주류를 제공한 전직 목사 박 아무개 씨가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는 1월 26일, 박 씨의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을 인정해 징역형과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박 씨는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ㄱ그룹홈 원장으로 재직하며 입소 아동들을 추행했다. 그의 신체 접촉은 일상적이었고, 성적인 농담도 서슴지 않았다. 또 ㄱ그룹홈에서는 관리자들과 입소 아동들이 함께 술을 마시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 같은 사실이 2020년 8월 드러나자, ㄱ그룹홈을 만든 ㄱ교회 교인들이 나서 남양주시청에 민원을 넣고 박 씨와 그룹홈 직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교인들이 고발한 후 3년 반 만에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 사건은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박 씨와 직원들의 행태가 드러나고 시청과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자, 입소 아동들이 "우리는 성추행당하지 않았다"며 탄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박 씨와 직원들에게 그루밍을 당했다는 정황이 농후했다. 다행히도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법정에서 증언한 아이도 있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러한 점을 적시했다.

"피고인 박○○의 추행 행위 등의 문제가 불거진 당시 시설에 거주하던 아동들은 피고인의 신체 접촉에 대해 오히려 좋아했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런데 앞서 본 이 사건 시설의 운영 형태에다가 시설에 거주하던 아동들은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이나 보호를 받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점, 아직 성적 가치관이 확립되기 전인 청소년들로 주변에 믿고 의지할 성숙한 어른들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점,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아동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훈육하기보다는 아동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까지 포함하여 원하는 것을 대부분 들어주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호감을 얻는 데에만 집중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시설 아동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와 같은 사정으로 아동들은 피고인이 보여 준 그릇된 방식의 애정 표현에 길들여져 피고인이 수시로 행하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거나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시설의 와해를 막기 위해 피고인의 범행을 축소하여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당시 이 사건 시설 내에 있던 아동들이 건전한 성 관념과 자아를 형성함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음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 아동들은 여전히 피고인이나 이 사건 시설에 대하여 애착과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이로 인해 자신에게 발생한 피해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피해 아동들이 왜곡된 성 인식 등에서 벗어나 성숙한 어른으로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이 이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진정한 회복이라는 점에서, 그 피해 회복에는 오랜 시간과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아동들이 박 씨의 잘못된 애정 표현에 길들여졌다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법원은 아동들이 박 씨의 잘못된 애정 표현에 길들여졌다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ㄱ그룹홈 대표였던 전직 목사 안 아무개 씨는 이번 재판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원장 박 씨와 다른 직원들이 아이들과 술을 마시는 것을 묵인하고 동조한 점, 직원들에게 경고나 제재를 가하지 않은 점 등, 그룹홈 대표로서 아이들이 학대당하는 것을 방치한 죄가 인정됐다. 

안 씨는 입소 아동이었던 A를 추행했다는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이는 법원에서 무죄가 됐다. 그는 A와 단둘이 영화를 보는 내내 A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A는 다음 날 ㄱ그룹홈 직원이었던 안 씨의 아내 박 아무개 씨에게 영화관에서의 일이 불편했다고도 이야기했다. 법원은 이 사실들을 인정했지만,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안 씨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 또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 씨는 이 사건 외에도 ㄱ교회가 세운 또 다른 ㅅ그룹홈에서의 일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보조금 총 2700여만 원을 부정 수급한 죄가 인정돼, 2022년 4월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박 씨와 안 씨는 범행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의식 총회장) 목사였다. 이들이 소속한 평남노회는 ㄱ교회 교인들의 고소를 접수하고 재판을 거쳐 2021년 8월 두 사람을 면직·출교했다.  

한편, 박 씨 후임으로 원장을 맡았던 또 다른 박 아무개 씨는 아이들에게 술을 제공한 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ㄱ그룹홈 직원으로 일했던 안 씨의 아내 박 씨와 이 아무개 씨는 같은 죄가 인정됐지만,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술을 권유하거나 제공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이 참작돼 선고가 유예됐다. 

검사는 모든 피고인에 대해 항소했다. 이에 원장이었던 박 씨와 대표였던 안 씨, 직원이었던 박 씨와 이 씨도 항소했다. 문제가 제기된 초반부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조사에 협조했던 후임 원장 박 씨는 항소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ㄱ그룹홈 조사에 앞장섰던 ㄱ교회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유죄판결이 나온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형량이 너무 가볍다. 법원은 대표였던 안 씨나 직원 두 명이 아이들에게 술을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데,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들도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같이 술을 마셨다"며 항소심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ㄱ그룹홈 문제를 최초로 신고했던 한 입소 아동의 어머니 유 아무개 씨는 "ㄱ그룹홈을 나온 뒤로 아이가 잘 커 가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 씨와 그의 아내 박 씨가 그룹 채팅방을 만들어 ㄱ그룹홈에 있었던 아이들을 관리하는 정황이 있다. 그리고 법원 판결이 이렇게 나오면 그들은 또 아동복지시설에서 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전직 목사였던 박 씨와 안 씨의 입장을 들으려 전화를 걸었으나, 박 씨는 취재를 거절했고, 안 씨는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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