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그룹홈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자필 탄원서. ㄱ그룹홈은 이를 운영위원회와 남양주시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ㄱ그룹홈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자필 탄원서. ㄱ그룹홈은 이를 운영위원회와 남양주시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전 원장 목사의 성추행·음주와 대표 목사의 횡령 혐의로 시설 폐쇄 통지를 받은 경기도 남양주 ㄱ·ㅅ그룹홈. 당사자들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가운데,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ㄱ그룹홈 입소 아동 6명이 낸 '탄원서'다. 이들은 올해 8월 ㄱ그룹홈 운영위원회가 종사자들을 조사하고 징계하자, 각각 자필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아이들은 탄원서에서 전 원장 박 아무개 목사(55)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없다고 썼다. 스킨십은 있었지만 수치심이 아니라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이들은 박 목사가 가정환경이 어려운 자신들에게 친아버지처럼 대해 주었다고 했다. 오히려 박 목사에게 자신들이 먼저 안마를 부탁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술을 함께 마신 것은 친밀감 형성을 위해서였으며, 실제로 그 자리에서 속 깊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처럼 예의를 배웠다고 쓴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우리는 성추행당하지 않았다", "그루밍 의혹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했다.

이는 박 목사와 그룹홈 대표 안 아무개 목사(39)가 주장하는 내용과 같다. 박 목사는 12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직접 성추행당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 안 목사 또한 3일 기자와 만나 "박 목사의 스킨십은 지나친 수준이 아니었으며, 일부 행동이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목사의 성추행을 최초 폭로한 퇴소 학생 A가 이후 자신들을 찾아와 양심 고백을 했다며 녹취록을 보여 주기도 했다.

안 목사는 음주 문제에 대해서도 과도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그룹홈이라는 특성상 아이들이 대부분 이미 술·담배를 한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정죄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면서 한두 잔 같이 마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다가가니 아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었고, 결국 지금은 모두 술·담배를 끊었다"고 말했다.

아동 인권 전문가들
"탄원서 그대로 믿기 어려워
음주는 명백한 아동 학대"

당사자들과 입소 아동들이 똘똘 뭉쳐 스킨십과 음주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맞서는 상황. 아이들은 ㄱ그룹홈 시설 폐쇄를 통지한 남양주시청 앞에서 규탄 시위를 하고, 청와대 국민 청원에 글을 올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등 적극 행동하고 있다. ㄱ교회 교인들의 압박으로 시가 잘못된 처분을 내려 자신들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한 입소자는 12월 3일 기자와 만나서도,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왜곡·과장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목사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일삼았다는 구체적인 증언들도 분명 존재한다. 박 목사와 안 목사는 A의 양심 고백이 결백의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A는 '언론에 과장돼서 나온 면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 자신이 성추행당했다는 진술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증언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재차 확인해 주었다. 복수의 ㄱ그룹홈 관계자도 박 목사가 아이들을 지나치게 만지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고 기자와 경찰에게 증언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뉴스앤조이>는 아동 인권 전문가들에게 사건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이들은 ㄱ그룹홈 입소 아동들의 탄원서를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 청소년 인권 단체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룹홈이라는 특성상 입소 아동들은 원장을 비롯한 종사자들에게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성인도 아닌 데다가 이런 취약한 관계에서 작성된 탄원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어른이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해도 기분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스킨십에 익숙해져 있으면 당연히 불편하지 않다. 역으로 스킨십에서 위로감이나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학대의 결과"라며 "학대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게 그루밍이다. 그런 의미에서 ㄱ그룹홈 아동들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의 특성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성추행이라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른들은 박 목사의 행위 자체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들과의 음주는 '아동 학대'라고 단언했다. 친밀감을 위해, 다독여 주기 위해, 혹은 교육적 목적에서 술을 마셨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이미 술을 즐기는 상태라고 해도, 교육적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선생님들이 술을 안 마셔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줘야 한다. 그렇게 같이 술을 마신 결과로 아이들이 술을 끊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년 인권 단체 대표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아이들은 자신을 만지는 행동을 사랑의 한 형태로 왜곡해서 인식할 수 있다. 성적 학대인지, 자신을 존중하는 행위인지 모르는 것이다. 원가족이 열악한 상태에서 믿을 만한 어른들이 없는 가운데, 이를 묵인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된다. 10대 성범죄 피해자 대부분이 가해자에게 애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이런 경계 없는 관계가 친하고 편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경계가 없는 것은 위험하다. 경계를 없애는 건 어른들이 편하려고 하는 행동이지, 아이들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한번 왜곡된 성 인식, 관계 인식은 바로잡는 게 힘들다. 이들이 나중에 수치감을 배우게 되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또한 아동들과의 음주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술은 청소년보호법상 유해 약물로 규정돼 있다. 아이들에게 술을 준 것은 그냥 불법"이라고 말했다. 친밀감을 위해 마셨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친밀감을 왜 아이들과 술을 마시면서 형성하나. 프로그램은 만들기 나름이고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친해질 수 있다. 명백한 아동 학대"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입소 아동들을 그루밍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ㄱ그룹홈에서 아이들의 주체성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떻게 하면 이용인(아동) 중심으로 운영할까 많이 고민했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 눈치 보고 자기 의사 표현 못 하는 아이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 목사 또한 그루밍은 말도 안 된다며, ㄱ교회 교인들과 언론의 프레임이라고 반발했다.

아동 인권 전문가들은 성추행과 그루밍 의혹에 대해, 박 목사와 종사자들의 행위 자체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 인권 전문가들은 성추행과 그루밍 의혹에 대해, 박 목사와 종사자들의 행위 자체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ㄱ교회는 노회에도 고소 예정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싸움
아이들에게 못 할 짓"

현재 박 목사는 성추행과 음주(아동 학대) 혐의로, 안 목사와 종사자들은 성추행 방조, 음주, 횡령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ㄱ교회 교인들로 구성된 그룹홈 운영위원회와 남양주시청이 이들을 고소·고발했다.

ㄱ교회 교인들은 두 목사가 아이들을 그루밍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한 교인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법적 조치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관계된 문제이고 두 목사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어서 적극 대처하는 것이다. 이들은 목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기소하면 노회에 정식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그룹홈 관계자는 아이들이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시설 폐쇄가 확정되면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시설이 웬만큼 잘못했더라도 지자체가 아이들 때문에 폐쇄 명령까지는 잘 내리지 않는다. 두 목사가 완강히 버티고 있으니 이렇게 된 거라고 본다. 아이들에게 정말 못 할 짓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ㄱ교회 교인은 "교회가 두 목사를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 이건 애초에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 처지만 더 안 좋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목사는 "이미 언론에도 몇 번 나가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 방송을 다 봤다. 그런데도 내가 안 무너지고 버티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억울하니까, 그러지 않았으니까 버티는 것이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몇 달 지나면 검찰에서 무혐의가 나올 것이라며, 시청의 시설 폐쇄 명령에 불복하고 행정심판을 청구하겠다고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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