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중형 교회가 정년이 지나도 은퇴하지 않는 담임목사 때문에 분란을 겪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변세권 총회장) 소속 ㅅ교회 염 아무개 목사는, 자신이 이 교회를 개척해 중형 교회로 성장시킨 것을 강조하고 교회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이 당회장권을 가지고 있겠다며 사실상 은퇴를 거부하고 있다.

1953년 1월생인 염 목사는 교단 헌법에 따라 만 70세에 은퇴해야 한다. 예장합신은 이 규정을 '만 70세가 되는 해의 말일'이 지나면 은퇴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염 목사는 2023년 12월 31일 자로 은퇴해야 했다. 그러나 염 목사는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스스로를 '당회장'으로 지칭하며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염 목사는 40년 전 ㅅ교회를 개척했다. 상가에서 시작한 교회는 40년간 성장하면서 300~400명이 모였고, 큰 예배당과 여러 부속 시설을 보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염 목사의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목사의 말에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었다. 전형적인 '제왕적 담임목사' 체제로 운영된 ㅅ교회에서 염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 장로는 <뉴스앤조이>에 "염 목사는 특히 당회장 권한을 강조했다. 당회에서 예산 등 중요한 안건이 나올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교인은 "평소 예배 시간 교인들의 이름을 불러 출석을 체크해 눈치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담임목사의 은퇴가 가까워 오는데도 ㅅ교회는 청빙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후임자도 염 목사가 일방적으로 내정하고 발표했다. 2022년 6월, 염 목사는 당회에서 부교역자인 김 아무개 강도사를 후임자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강도사는 당시 30대 초반 전도사에 불과했다. 40년 된 중형 교회의 후임자로 '전도사'를 앉힌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하나님이 응답해 주셨다"는 이유를 대는 염 목사에게 장로들은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의정부 ㅅ교회는 1984년 염 목사가 개척해 350여 명이 출석하는 중형 교회로 성장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의정부 ㅅ교회는 1984년 염 목사가 개척해 350여 명이 출석하는 중형 교회로 성장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난 2023년 11월, 염 목사는 <ㅅ교회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책자를 당회원 장로들에게 배부하면서 자신에게 후임자 청빙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책자에는 "팀 사역이 정착되어 안정될 때까지 시무 사면(사임)을 하지 않고 당회장권을 가지고 사역에 도움을 주고 시무(담임)목사나 당회가 요구하는 사역에 협력하여 도움을 주겠다", "정착이 되면 당회장권을 당회원과 의논하여 이양한다"고 나온다. 정년이 지나도 당회장권을 가지고 후임자와 팀 목회를 하겠다는 뜻이었다. 

ㅅ교회 장로들은 기자에게 "염 목사가 당회원 모임에서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은 다 떠나야 한다. 내 뜻에 맞는 사람 한 사람만 남아도 나는 그 사람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막무가내로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려 했다고 말했다. 

한 장로는 염 목사가 청빙권을 독점하고 계속 당회장권을 가지고 있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염 목사 요구대로 할 거면 공동의회를 열자고 했다. 당회원들은 투표 끝에 11명 중 8명의 찬성으로 염 목사가 제시한 안건을 공동의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공동의회는 염 목사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12월 17일 '교회 미래 비전 추진 전권 위임' 안건으로 열린 공동의회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교인 203명 중 122명(60.1%)만이 찬성하고, 80명(39.4%)이 반대해 의결정족수인 2/3를 채우지 못하고 안건은 부결됐다. 

염 목사는 "쉬게 해 줘서 고맙다. 교역자들은 갈 길 잘 찾으라"며 교인들에게 큰절을 한 뒤 공동의회를 마무리했다. 한 장로에게는 "이제 장로님들 뜻대로 되었으니 잘 수습하여 교회를 장로님들 뜻대로 만들어 가라"며, 당분간 누구와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일주일 만에 공동의회 결의 뒤집고
장로들 징계 "아버지 같은 당회장 음해"

교인들의 뜻을 수용하는 듯했던 염 목사의 태도는 일주일 만에 돌변했다. 12월 24일, 교회에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짓밟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여기에는 "세례 교인 검증과 공동의회 안건에 오류가 있었고, 투표 시 재적 과반수가 출석해야 하는데 확인하지 않았다"며 "오류로 점철된 12월 17일 진행된 공동의회의 결과에 대해 청년들이 모여 재투표를 촉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염 목사는 '청년들의 뜻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며 공동의회 결과를 불법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가장 어린아이와 자녀들을 통해 교회를 지키시려는 것 같다. 이 시간 ㅅ교회 모든 전권을 위임하신 하나님의 사자와 당회장 권한으로 12월 17일 실시된 공동의회는 무효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대로 염 목사가 은퇴하기를 원했던 교인들을 그 자리에서 징계하기 시작했다. 24일 11시 30분 예배에서, 염 목사는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했던 A 장로에게 "간교하고 악랄하게, 아버지 같은 당회장을 온갖 것으로 음해했다. 하나님이 당회장에게 허락하신 꿈과 비전을 묵살시키고 당회원과 교회를 분열시켰다"며 출교시킨다고 선언했다. A 장로뿐 아니라 그의 아내 권사 등 가정을 함께 출교시켰다. 

A 장로가 "그런 적 없다"고 항의하자,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는 염 목사의 딸이 A 장로의 얼굴을 때리고 A 장로 아내 권사의 머리채를 붙잡는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염 목사는 공동의회 사회를 봤던 B 장로에게도 "주님이 주신 축복의 비전(은퇴 계획)을 일개 사람의 것으로 비하했다"며 무기한 정직 처분을 내렸다.

염 목사는 다른 교인들에게도 3개월 동안 어떤 모임으로도 모이지 말고 근신하라고 했다. 그는 "나는 하나님의 종이다. 모두 들으라. 믿으라. 이 시간 이후 모든 성도들은 3개월 동안 근신하라. 어떤 모임으로도 모이지 말라. 모이면 당회장 지시를 어긴 불법으로 여긴다. 그 어떤 것도 나에게 물으라. 양들인 여러분은 양들에게 물어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 시간부터 합당한 이유 없이 교회를 떠나는 자들은 누구든 막론하고 그 직분을 면직, 곧 파면으로 징계하겠다. 사건은 종결됐으니 일체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사건을 지켜본 교인들은 염 목사에게 실망해 교회를 대거 이탈했다. 교인들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교회를 떠난 사람이 100여 명이다. 그러나 염 목사는 이들을 붙잡기는커녕 '퇴회'됐다고 통보하고, 문자메시지로 "근신 기간 중임에도 교회 출석 거부를 통보하였으므로 3월 31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자동 면직 처리된다"고도 경고했다.

은퇴 안건이 한 번 부결됐지만, 염 목사는 계속해서 공동의회를 다시 열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 하고 있다. 그는 1월 28일에도 공동의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가,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이 출석한 것을 확인하고는 회의를 열지 않았다. 또한 2월 16일 밤 9시 20분에 공동의회를 다시 열겠다고 공지하면서, 앞서 자신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퇴회' 처리했던 교인들은 예배당에 입장할 수 없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ㅅ교회가 1월 27일 교인들에게 보낸 '교인 퇴회에 대한 당회 행정 결정 사항 통지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ㅅ교회가 1월 27일 교인들에게 보낸 '교인 퇴회에 대한 당회 행정 결정 사항 통지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염 목사 싸고도는 교인들
교회에 "아무 일 없다"는 염 목사

<뉴스앤조이>는 1월 28일 ㅅ교회를 찾아 염 목사의 입장을 들으려 했다. 그러나 염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일방적으로 그를 두둔하며 취재를 거부했다. 교인 20여 명은 교역자실 앞을 둘러쌌고, 한 교인은 담임목사가 불쌍하다고 울기도 했다. 장로 두 명은 "누가 제보해서 온 거냐. 우리 교회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며 문을 지키고 서서 기자의 취재를 막았다. 

염 목사는 1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 일 없는데 왜 취재를 하느냐"고 했다. 기자가 정년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은퇴를 요구하는 교인들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은 퇴회된 사람들이라 하등 상관없다. 교회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교회 출석 안 한다고 해서 퇴회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정년이 지난 목사가 공동의회를 소집·주재하고 반대 교인들을 내쫓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교단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A 장로는 교회가 소속한 예장합신 북서울노회(박영석 노회장)를 찾아, 정년을 위반하고 불법으로 공동의회를 무효라고 선언했으며 교인들을 출교한 혐의로 염 목사를 고소했다. 그러나 A 장로는 노회 관계자로부터 "출교를 없었던 것으로 해 줄테니 먼저 고소를 취하하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문제를 무마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서울노회장 박영석 목사는 1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단법상 재판까지 가지 않게 먼저 화해를 권면해야 한다. 그 단계를 거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목사는 "교인들이 고소를 이어 가겠다고 하니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양측 대립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법과 원칙대로 꼼꼼히 살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서울노회는 A 장로가 고소한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2월 22일 임시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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