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정년 연장안은 부결됐다. 총대들이 손을 들고 정년 연장안에 반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올해도 정년 연장안은 부결됐다. 총대들이 손을 들고 정년 연장안에 반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올해도 목사 정년 연장을 두고 피 튀기는 논쟁이 벌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은 9월 21일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열린 108회 총회 넷째 날 오전 정치부 보고 시간, 목사·장로 정년 연장안을 40분가량 토의한 끝에 부결했다.

예장합동 총회에는 매년 목사·장로 정년을 연장해 달라는 헌의안이 여러 노회에서 올라온다. 장로도 포함돼 있지만 사실상 목사 정년 연장이 골자다. 주된 이유는 농어촌 지역 등 목회자가 없는 지역은 후임자를 구하기 어려워, 목사가 은퇴하면 교회도 어려움에 빠진다는 이유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지원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만큼, 목회자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논리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실권을 더 쥐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원로목사 추대 요건인 '시무 20년'을 채우려는 목사들의 이해관계 때문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대개 목회자들이 정년 연장에 찬성하고 장로들이 반대하는 구도로 논의가 이뤄졌다. 발언권을 얻은 목회자들은 70세 정년 헌법을 유지하면서도, 은퇴 이후 해당 교회·노회가 인정할 경우 7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키자고 주장했다. 원로목사 추대 요건은 70세로 제한하고, 목회만 5년 더 하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송영식 목사(서광교회)는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수명이 30년 늘어났고, 급속한 고령화로 30~40년 후에는 인구 50%가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미국과 영국에는 목사와 장로, 교수 정년이 없다. 그런 나라들도 교회가 분쟁하지 않고 합의해서 잘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병설 목사(에덴교회)도 "이 문제를 연구한 총신대 교수들도 대다수가 정년 연장에 대해 찬성했다. 그러나 반대 논리에는 신학적·성경적·미래적 대안이 없다. 반대하는 큰 이유가 (정년 70세를 규정한) 헌법이다. 헌법 규정인 70세로 하되, 개교회와 노회의 결정에 따라 정년을 75세로 연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로들은 반대했다. 최자용 장로(도성교회)는 "사회는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이라고 하고, 62세 정년 퇴임을 모두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은퇴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생각과 달리, 교인들 사이에서는 정년 연장이 '기득권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이가 들면 말씀 전달이나 지혜, 성찰, 분석적 부분에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굳이 정년을 연장하려면 농어촌 교회만 특별 사항으로 해야지, 이를 보편적으로 적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중, 박창식 목사(달서교회)가 마지막 발언자로 나섰다. 박 목사는 목회자임에도 정년 연장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다수는 소위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우리는 70세 헌법 대로 조용히 은퇴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교단 40~50대 후배들 상황을 보라. 목사 안수받고도 담임목사 근처도 못 가고 있다. 그 뒤에 기다리는 후배들은 신학교에도 안 들어간다. 다들 부목사로 늙어 죽을 판이다. 우리는 조용히 은퇴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의 발언이 끝나자 가장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정호 총회장은 거수로 가부를 물었다. 계수를 할 필요도 없이 '현행대로' 70세 안을 유지하자는 총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안건 논의 후 박창식 목사는 기자와 만나 "농어촌 교회 현실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특수하게 다뤄야 한다. 지금 이 안건은 일부 대형 교회 목사 때문에 하는 거다. 그들이 욕심 내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왜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만 생각하나. 농어촌 빌미로 5년 연장하면 10년도 더 하려고 할 거다"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예장합동은 104회 총회 때 '정년연구위원회'를 만들어 2년간 연구하고 106회 총회에 보고했으나, "헌법대로 70세까지만 해야 한다"며 기각했다. 지난해 107회 총회에서도 정년 연장안이 논의됐지만, 찬성 322 대 반대 580으로 부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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