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생 총무(사진 왼쪽)가 달아 준 교회협 100주념 기념 뱃지를 가르키고 있는 한동훈 위원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김종생 총무(사진 왼쪽)가 달아 준 교회협 100주념 기념 배지를 가리키고 있는 한동훈 위원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19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장종현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를 방문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교계의 조언을 얻기 위해 왔다며 방문 취지를 밝혔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 김형동 비대위원장비서실장, 김예령 대변인이 동석했다.

김종생 총무는 교회협 100주년을 기념하는 배지를 달아 주며 한동훈 위원장을 맞았다. 동석한 이채익 의원을 교계 행사에서 자주 만난다고 반긴 김 총무에게, 이 의원은 "총무님이 얼마나 잘해 주시는지 모른다"고 했다. 한 위원장을 맞은 김종생 총무의 얼굴은 시종일관 밝았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김 총무가 먼저 성경의 '빛과 소금'을 언급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교회협 총무에 부임하기 전 명성교회(김하나 목사)가 설립한 '빛과소금의집' 상임이사를 지낸 바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곧장 "(빛과 소금이 아니라) 소금과 빛"이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이 정확한 순서를 알고 있다는 데 반색한 김 총무는 "성경의 순서는 소금과 빛이다. 우리도 소금처럼 이름을 감추고 소리 소문 없이 약자들과 동행하면서 그들의 삶 속에 녹아나는 여정을 걷기 위해 다시금 준비해 보려고 한다"며 100주년을 맞은 교회협의 포부를 밝혔다.

한 위원장은 "나도 소금이 되고 싶다. 출세는 더 이상 할 필요 없을 만큼 나는 오래전에 할 출세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위해, 약자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답했다.

김종생 총무는 이틀 전인 1월 17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교회협을 방문해 이태원참사특별법 공포에 힘을 써 달라고 호소했던 것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18일 의원총회에서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고, 유가족들은 18일 오후 삭발식을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김 총무는 "마침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어렵게 통과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염려하면서 다녀갔다. 국민의힘의 입장이나 고충은 충분히 듣고 있지만, 위원장이 통합 차원에서 그분들의 답답함과 아픔을 살펴보시면 좋겠다. 어제는 삭발을 하는 일도 있었다는데 아픈 이들의 위로자가 되고 경청하면서 있는 자리에서 넉넉한 넓은 품이 돼 달라"고 말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더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이후 이어진 15분간의 비공개 대화에서는 이태원 참사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생 총무(사진 왼쪽)은 이틀 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났지만 국민의힘이 건의한 이태원특별법 거부권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김종생 총무는 이틀 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났던 일을 이야기하며 특별법을 언급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한동훈 위원장은 같은 건물에 있는 한교총도 방문해 장종현 대표회장과 1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한교총에서는 이태원 참사 언급은 전혀 없었고, 한동훈 위원장 칭찬 일색으로 대화가 흘러갔다. 

장종현 대표회장은 "지방에 다니면서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와 당을 위해 일하겠다는 모습이 좋았다. 기독교는 죽어야 산다고 말한다. 삶에 있어서 자기 것을 취할 수 있는데 취하지 않는 것,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위원장이) 국가와 당을 위해 희생하는 것 같아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았고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누렸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입장과 이익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해 보겠다. 능력이 부족하니 많이 조언을 해 달라"고 답했다.

한교총에서의 대화 주제는 '저출생'이었다. 장종현 대표회장은 현재 한교총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교회 등 종교 시설을 영유아 돌봄 시설로 활용하는 정책'에 관심 가져 달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서 주일만 예배를 보는데 평일에 비어 있는 교회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교회에서 돈을 받겠나, 뭐하겠나. (교회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법무부장관이었던 한동훈 위원장은 소망교도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소망교도소는 명성교회가 중심이 된 재단법인 아가페(김삼환 이사장)가 운영 중인 민영 교도소다. 한 위원장은 소망교도소를 "많은 재소자가 가고 싶어 할 만큼 운영이 잘되는 곳"이라며 칭찬했다. 장종현 대표회장은 "김삼환 목사님이 사명을 갖고 (추진)하셨다. 법 제도가 허락되는 한도에서 국가에서 많이 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종현 대표회장(사진 오른쪽)은 대화 내내 한동훈 위원장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장종현 대표회장(사진 오른쪽)은 대화 내내 한동훈 위원장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한편, 앞서 10일 한교총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19일 오후 교회협을 찾았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박정현 최고위원이 동행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김종생 총무는 이태원 참사, 청년, 여성, 이주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총무는 "청년, 여성, 이주민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정치와 종교가 (이들을) 하나로 묶어 내는 일들을 해야 한다. 민주당이 우리 사회를 통합적으로 묶어 내는, 균형과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회협 윤창섭 회장은 "저출산에 대한 대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결혼조차 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 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정치 양극화 문제, 인구와 기후 같은 미래의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왼쪽부터 교회협 윤창섭 회장, 김종생 총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박정현 최고위원. 뉴스앤조이 엄태빈
왼쪽부터 교회협 윤창섭 회장, 김종생 총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박정현 최고위원. 뉴스앤조이 엄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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