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총신대학교(박성규 총장)가 아내를 폭행·스토킹하는 신학대학원생을 징계해 달라는 신고를 접수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학교는 가해자 신대원생이 법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명령과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신고 두 달이 지나도록 심의는커녕 신고 접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올해 2월 졸업을 앞둔 가해자를 학교가 무사히 졸업시켜 목회 길을 열어 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지난해 10월 25일과 31일, 피해자 A를 대리해 총신대 성희롱·성폭력 고충 창구와 신학대학원 학생지도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남편 B가 A에게 가정에서 폭력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다. 형사처벌만큼은 당하지 않도록 처벌 불원서도 몇 차례나 써 줬음에도, B가 학교에서 주변 교수·학생들에게 A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고 스토킹하는 등의 내용도 있었다. 총신대 성희롱·성폭력 고충 창구 웹사이트는 '아내 구타'를 신고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A는 B가 합당한 회개와 치료 없이 목회자로 활동해서는 안 된다며 마땅한 지도를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A는 10월 25일과 31일, 총신대 성희롱·성폭력 고충 창구와 신학대학원 학생지도위원회에 신고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피해자 A는 10월 25일과 31일, 총신대 성희롱·성폭력 고충 창구와 신학대학원 학생지도위원회에 신고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실제 피해자의 주장대로 법원은 2022년 8월 23일 B에게 A에 대한 '접근 금지명령'을 내렸고, 경찰은 지난해 9월 15일 폭행, 협박, 특수 협박, 명예훼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B를 검찰에 송치했다. 법원은 12월 28일 B의 스토킹 범죄에 대해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기반센은 학교에 사건을 신고하면서 이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하지만 학교 대응은 황당하기만 했다. 기반센은 진정을 넣은 지 약 2주 뒤, 총신대학교 인권센터로부터 사건을 다시 신고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기반센이 진정을 넣은 기관은 '성희롱·성폭력 고충 창구'였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른 기관에서 연락을 해 왔을 뿐만 아니라, 신고가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기반센은 총신대 성희롱·성폭력 처리 규정에 따라 신고를 마쳤다고 항의했다. A가 현재 정신적·신체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 학교에 방문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나 인권센터 담당자는 제3자가 아닌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사건을 조사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A는 11월 14일 인권센터를 찾아 사건을 재신고했다. 그러나 담당 직원은 A에게 "접수를 할지 말지는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조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A는 피신고인 의견을 청취한 뒤 조사 여부를 결정하는 게 부당하다고 했지만, 인권센터는 "절차와 규정대로 사건을 진행하고 있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했다. 또한 "신고인이 질의와 요청을 하게 되면 센터에서는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심의 절차를 진행하는데, 시간이 지체될 수 있음을 유념하라"고 했다. 

실제로 인권센터는 피해자가 사건을 재신고한 후 한 달여가 지난 12월 20일,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건의 인적·공간적·사건적 발생이 인권센터가 다룰 수 있는 관할 범위를 벗어남 △사법적 판단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회 조사나 결정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기에 조사를 진행하는 게 적합하지 않음 △신대원 징계는 신대원 학생처와 교수회의가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함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인권센터는 "총장 결재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에게는 결정 후 20일이 지난 1월 11일에야 통보했다. 

총신대 인권센터장 허 아무개 교수는 1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원래 인권센터는 징계 권한이 없고, 관련 부서가 결정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정도다. A에게도 처음부터 징계를 위해서는 신대원 학생지도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며 공을 신대원 학생지도위원회로 넘겼다. 

그러나 신대원 학생지도위원회도 "(이런 일은) 기본적으로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서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학생지도위원회 나 아무개 팀장은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처음 여러 기관으로 신고가 들어왔고, 교수진 논의 결과 인권센터에서 다루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동안 법리적 검토를 해 왔다. 당사자들이 가정법원에서 이혼소송을 하고 있고, 다툼의 여지가 있는 문제"라며 사건을 다루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나 팀장은 학생지도위원회가 징계위원회 절차에 착수하더라도 결과가 2월이 지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 사정 이후 징계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이렇게 되면 징계는 실효성이 없다. <뉴스앤조이>는 형사처벌까지 받은 신대원생을 아무런 제재 없이 목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적절한지 물었으나, 그는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바로 목회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강도사 고시, 목사 고시 등 과정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졸업 전에 징계해야 한다고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총신대 신대원 학생지도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이혼소송 중이고, B의 혐의에 대한 형사처벌이 모두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루기 어렵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총신대 신대원 학생지도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이혼소송 중이고, B의 혐의에 대한 형사처벌이 모두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루기 어렵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가해자 B는 범행 사실을 부인할 뿐만 아니라 외려 A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서로 다툰 적이 있을 뿐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 피해의식을 가진 아내가 상황을 확대해서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B는 경기도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 중이다. 그는 올해 졸업 후 해외 선교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100번 이상 그만두려고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선교에 뜻이 있었기 때문에 버텼다. 선배들을 보면 가정이 파탄 났을 때 선교지로 많이 나가더라. 나도 그런 쪽으로 마음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A "학교가 면죄부 주는 셈"
전 신대원장 "집으로 돌아가라" 2차 가해

A는 학교가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고 B를 감싸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 "학교는 수사·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수 없다고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빠져나가고 있다. 인권센터가 수사·재판 중이 아닌 사건만 다룬다면, 어떤 피해자가 인권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고 용기 내 말할 수 있겠는가. 조사 전 심의 과정에서도 가해자의 말을 들어 봐야 한다고 했는데, 객관적으로 판단해 심의 결과를 내린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신대원이 2월까지 징계하지 않겠다는 건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다. 학교가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선교지에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총신대학교 교직원으로 일했던 A는, 주변 교수와 직원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고 외면했다고 말했다. 근무 당시 신대원장 정 아무개 교수가 폭행 사실을 알게 됐지만, 2차 가해만 돌아왔다고 했다. A는 "정 교수는 '(B를) 계속 피하면 오히려 B를 화나게 하는 것 같다. 집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폭력을 당했던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로 인해 또다시 폭력에 노출돼야 했다"고 말했다.

이후 사건을 직접 신고하는 과정에서도 고통을 많이 받았다면서 울먹였다. A는 "인권센터가 매뉴얼과 규정을 정확히 알려 주지 않아 직접 하나하나 찾아보고 오히려 담당 부서 직원들에게 말해야 했다. 그러나 인권센터 담당 직원은 '왜 자꾸만 지적하느냐'는 식으로 다그칠 뿐이었다. 학교가 먼저 사건 처리 절차와 진행 과정을 알려 주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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