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현재 한국교회 청년 중 가나안 교인의 비중이 24%이고,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청년 76% 중에서도 절반이 교회를 떠나 본 경험을 갖고 있거나 떠나려고 고민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8년부터 개신교 신앙·활동과 밀접한 사회 주요 쟁점을 골라 인식 현황을 분석해 온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신승민 원장)은 '기독 청년의 가치관, 마음, 신앙'을 2023년 개신교인 인식 조사 주제로 선정했다.

기사연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 개신교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념·신앙적 성향 △정치·경제·사회 이슈 △감정·관계 △개신교 이미지와 교회 생활·신앙의 특성 분야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상덕 박사(연세대), 정경일 박사(성공회대), 송진순 박사(이화여대), 이민형 박사(성결대)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번 조사는 기사연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34세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11월 8~14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교회 떠나고 싶은 개신교 청년 55.9%

이번 조사에서 현재 교회에 출석 중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76%(760명)이다. 이들에게 먼저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나 떠난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55.9%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49.9%)보다 여성(61.2%)이, 중직자(45.9%)보다 직분이 없는 청년(57%)이 교회를 더 떠나고 싶어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를 떠나 봤거나 떠나고 싶다'는 응답은 신앙 단계에 따라서도 더욱 차이가 두드러졌다. 기사연은 이번 조사에서 신앙 단계를 4단계(기독교 입문층-그리스도 인지층-그리스도 친밀층-그리스도 중심층)로 나누고 응답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앙 정도를 선택하게 했는데, 비교적 신앙심이 낮은 1단계에서는 71.4%가 교회를 떠나고 싶거나 떠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4단계에서는 34%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교회를 이탈하거나 떠나려고 고민한 이유를 묻자, 신앙심이 사라지거나 회의가 생겼기 때문(20.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교인들의 말과 행동이 달라서(13.2%) △매주 교회에 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워서(12.9%) △재미가 없다(8.5%)고 답하기도 했다. △신앙이 나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교인들과 갈등이 생겼다 △목회자가 부도덕하다는 이유도 각각 7%대로 나타났다.

자신을 가나안 교인이라고 응답한 청년 240명에게는 왜 교회를 나가지 않는지를 물었다. 이들의 경우, 매주 교회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38.8%)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신앙에 회의가 생겼다(11.7%) △교회를 다니는 것이 재미없다(11.3%) △교인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11.3%)는 이유도 있었다.

청년들은 한국교회가 개선해야 할 점(1+2순위)으로 △정의·봉사 등 사회적 책임(47.0%) △합리적·지성적 신앙(46.5%) △예배·영성의 회복(45.8%)을 꼽았다. 예배에 바라는 점(1+2순위)을 묻자 △따뜻하고 위로를 주는(52.4%)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38.6%) △좀 더 자유로운(35%) 분위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신앙생활에 있어 개인적 신앙과 사회적 신앙 중 어떤 것이 중요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웃과 사회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54.8%)는 응답이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사귐이 중요하다'(45.2%)는 응답보다 높았다. 개인적 신앙을 지향하는 비율은 신앙생활 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졌다. 10년 이하가 40%, 11~20년이 46.8%, 21년 이상은 47.3%였다. 

개신교의 유익에 대해서 묻자,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실현에 공헌할 수 있다'(24%)는 응답보다 '개인에게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줄 수 있다'(76%)는 응답이 높았다. 청년들은 사회참여적 신앙을 중시하지만, 종교로 얻을 수 있는 유익은 사회적 유익보다 내면적 유익이라는 데 더 크게 공감하고 있었다.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청년들이 바라는 목회자상(1+2순위)은 △성경에 근거해 삶의 방향 제시(55.3%) △청년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이해(46.8%) △따뜻한 위로와 포용적인 태도(41.1%) 순으로 나왔다. 같은 질문을 가나안 교인들에게 묻자(1+2순위), △따뜻한 위로와 포용적인 태도(50%) △청년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이해(47.9%) △성경에 근거해 삶의 방향 제시(40%) 순위로 응답했다.

이민형 박사는 "교회를 떠나고 있는 청년들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교회를 출석하는 청년들과 그렇지 않은 청년들의 응답 차이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가나안 청년들의 응답 중 '성경에 근거한 삶의 방향 제시'가 밀려난 것을 보면, 이들에게는 성경적 방향성보다는 위로와 이해가 더욱 필요했던 것"이라며 목회자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동성애' 개신교, 청년 49.6%는 '성소수자' 인정

동성애에 대한 한국교회 청년들의 인식은 5:5 정도로 나뉘었다. '반동성애'가 한국교회 지배적인 정서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개신교인 청년 절반은 퀴어 문화 축제와 동성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먼저 퀴어 문화 축제 개최에 대해서는 49.6%가 '개인의 자유'라고 응답했고, 오차 범위 내인 50.4%가 '사회 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므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교회를 오래 다닌 그룹일수록, 자신의 신앙 단계가 깊다고 응답한 사람일수록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는 경향이 강했다. 교회 출석 청년 그룹에서는 축제에 대한 찬반이 45.5% 대 54.5%로 나타난 반면, 가나안 청년 교인 그룹에서는 찬성이 62.5% 반대가 37.5%로 나타났다. 신앙 단계가 4단계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는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한다는 비중이 74%에 달했다. 반면 신앙 1단계라고 응답한 이들 중에서는 35.9%만이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주일예배 참석 빈도가 잦고, 교회 규모가 커질수록 반대 성향은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가족 정의에 대한 인식도 반반으로 갈렸다. '동성 가족도 가족이다'라는 질문에 한국교회 청년 45.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응답은 43.7%로, 오차 범위 내에 있었다. 잘 모르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인 이들도 10.6%나 됐다.

이는 1인 가족(70.8%)이나 비결혼·비혈연 가족(53.7%)도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응답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이기는 하나, 아직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 가족을 인정한다는 비율이 인정할 수 없다는 비율보다 조금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를 두고 정경일 박사는 "청년들이 동성 가족에 대해 훨씬 더 개방적이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사회의 다른 그룹과 비교했을 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연은 성소수자·무슬림·종교인·노인·남성·난민·장애인·여성·이주민 등 9개 집단을 보기로 제시하고, 이들에 대해 혐오를 느낀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46.9%로, 9개 집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무슬림(46.4%)과 종교인(42.4%)이 근소하게 뒤를 이었고, 장애인(23.4%), 여성(22%), 이주민(19.2%)에 대한 혐오감을 느낀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제시한 집단을 향해 실제로 혐오 표현을 해 본 경험이 있는지 묻자, 그렇다는 응답이 △여성(30.5%) △남성(29.6%) △노인(23.3%) △종교인(19.8%) △장애인(18.8%) △성소수자(17.3%) 순으로 나왔다.

정경일 박사는 예배 참석 빈도와 신앙 단계가 높을수록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비율이 높은 결과에 대해 "교회에서 성소수자 반대 담론과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청년들이 혐오도를 느끼는 집단의 순위와 달리 실제로 혐오 표현을 해 봤던 집단 순위에서 성소수자가 여성이나 장애인 등 타 그룹보다 낮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수적으로 소수이고 대상에 대한 접촉 빈도에 따른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여성과 남성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성소수자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성소수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감안해서 (위 수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덕 박사는 성소수자에 대한 각종 결과가 5:5로 비슷하게 나온 데 대해 "교회의 권위가 개신교 청년의 50% 정도를 통제하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 박사는 "청년들은 교회나 집단의 통제보다,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교회에는 마음 털어놓을 친구 없어

기사연은 최근 청년들의 우울과 고립 등이 사회문제로 비화하는 상황 속에서, 교회가 청년들의 갈등과 고민에 도움이 되는 공간인지도 물었다. 교회가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절반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교회가 신체적 측면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52%가 그렇다고 했고, 정서적 측면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이보다 다소 낮은 47.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사회가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비해서는 크게 높은 수치였다. 30% 미만의 청년들만이 사회가 '신체적으로 안전하다'(29.6%), '정서적으로 안전하다'(25%)고 답했다. 그러나 자신의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서는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났다. 사회에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다는 응답은 58.9%에 달했지만, 교회에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다는 응답은 36%로 23%p가량 차이가 났다. 가나안 교인의 경우,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교회 친구가 있다는 응답은 15.8%로 더 낮아졌다.

송진순 박사는 "청년들은 친밀한 관계를 교회가 아닌 사회에서 맺는 것으로 생각한다. 교회를 단지 신앙과 개인 구원을 위한 기능적 관점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와 사회에 대한 대조적인 인식은 교회가 갖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시각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청년을 대하는 목회자의 태도가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발표자들은 청년을 대하는 목회자의 태도가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발표자들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두고, 청년이 신앙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때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형 박사는 "청년들의 교회 이탈은 교회의 내부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 개인적 문제가 컸다. 청년들이 마음의 위로를 얻지 못해 교회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구조적 책임도 있겠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목회자의 태도 자체가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진순 박사는 '2022년 서울 청년 패널 기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55.6%가 빈곤하고 34.7%가 우울을 느끼고 있다며 청년들의 정신 건강을 염려했다. 또한 '은둔 청년'이 24만 명으로 추산된다는 국무조정실 '청년 삶 실태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들의 고립과 분노, 불안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송 박사는 "오랫동안 비이성적·개인적으로 치부돼 왔던 감정에 대해 최근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감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교회가 청년들의 우울과 불안, 외로움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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