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개신교인들의 평등 의식이 소위 교회에서 '세상 사람'이라고 부르는 비개신교인과 별 차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김영주 원장)은 1월 12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2022 개신교인 인식 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기사연은 매년 개신교인 인식 조사를 통해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시각을 알아보고 있다. 올해는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평등 의식, 평등에 대한 감수성, 신앙과 평등 의식 간 관계를 연구해 발표했다. 기사연 김상덕 연구실장을 비롯해, 정경일 교수(성공회대), 송진순 교수(이화여대), 이민형 교수(성결대)가 발표했다.

이번 평등 의식 조사 결과, 사회를 바라보는 개신교인의 인식이 비개신교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연은 한반도 전술핵무기 배치, 햇볕 정책, 사회복지 정책, 경제 위기 대처 방안, 양심적 병역 거부, 공공장소 이용 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의무화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응답은 대체로 비슷했다.

예를 들어 '한반도 전술핵무기 배치 문제'와 관련해 개신교인은 74.1%가, 비개신교인은 76.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 반대'(개신교인 88.3%, 비개신교인 84.7%), '햇볕 정책 퍼 주기 비판'(개신교인 74.4%, 비개신교인 72.7%) 등 여타 현안에 대한 응답 결과도 비슷했다.

반면 '임신 중지'과 '동성 결혼'에 관한 질문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낙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개신교인 59.4%가 '여성의 결정권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비개신교인 응답률은 76.8%로, 17.4%p 차이를 보였다.

"여성에게 낙태의 책임을 묻는 것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도 같은 기조가 이어졌다. 비개신교인 66.3%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개신교인은 58.2%가 '그렇다'고 응답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동성 간 결혼 제도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는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비개신교인은 반대 57.7%, 찬성 42.3%이었으나, 개신교인은 반대 80.1%, 찬성 19.9%로 나타났다.

기사연은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으면 꺼리게 되는 사람이 있느냐'는 주제로 장애인(지적장애인), 노인,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 이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여기에서도 개신교 신앙 유무와 관계없이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 꺼려지는 순위도 노숙인 > 성소수자 > 장애인 > 외국인 노동자 > 이성 > 노인 순으로 같았다.

'성소수자' 항목에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다른 항목들은 각각 1%p 정도의 차이를 보여 변별력이 없었지만, 성소수자가 옆자리에 앉으면 꺼려진다는 응답은 개신교인 39.9%, 비개신교인 31.9%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존재 자체로 존엄하기 때문에 모두 평등하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개신교인 79.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비개신교인은 70.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직장과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경쟁한다'는 명제에 비개신교인 28.2%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개신교인은 35.3%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와 육아에 능숙하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개신교인 73%가 동의했고, 비개신교인은 65.8%가 동의했다.

두 그룹은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지만, 정작 원인은 다르게 봤다. 신앙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은 개신교인 77.7%, 비개신교인 80%로 나타났다.

'한국교회가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개신교인은 '그렇지 않다'(47%)가 '그렇다'(30.5%)보다 높았다. 그에 반해 비개신교인은 '그렇다'(62.2%)가 '그렇지 않다'(36.8%)보다 높았다. 비개신교인 과반수가 차별과 혐오 확산의 원인으로 한국교회를 꼽은 것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신학자들은 개신교인들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비개신교인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나타내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신학자들은 개신교인들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비개신교인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나타내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외에도 기사연은 장애인, 경제, 기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으나, 대부분의 주제에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은 변별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연구자들은 개신교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신교인들이 불평등 문제를 당위적으로만 인식하고 있을 뿐, 이를 비판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의식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상덕 연구실장은 "개신교인의 응답은 전반적으로 전통적 가치관을 중시하고 권위주의적인 성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령과 성별에 따른 차이도 두드러진다. 개신교인 전체를 하나의 동일한 집단으로 볼 수는 없다. 개신교의 어느 집단과 어느 의사 결정 때문에 한국교회 전체의 대외적 이미지가 형성됐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일 교수는 "불평등이라는 시대적 문제에 있어서 개신교인의 신앙이 아무런 삶의 차이도 만들지 못하고 있음을 또다시 보여 준 조사 결과"라며 "교회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신앙적·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진순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정답'을 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송 교수는 "설문 결과를 보면 기독교인들은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말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어 당위적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적 관심과 배려를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서 포용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즉 인식과 태도의 차이 또는 모순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민형 교수는 개신교인들이 개인의 성결한 삶에 대한 의식은 있지만, 세상에서 뚜렷한 종교적 특성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인 약 70%가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보다 현실에서 예수의 가르침대로 사는 게 더 중요한 구원의 의미'라고 응답했고, 기독교 문화란 '개인이 성결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라는데는 67.7%가 찬성한 반면, 비개신교인 78.1%가 한국교회의 사회적 이미지를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다'고 응답하고, 63.5%가 '배타적이다'라고 응답한 점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성결한 삶을 이야기한다 해도 어디까지나 교회 내부 혹은 신앙생활 범위 안에서만 작용할 뿐, 교회 외부에서는 효용성이 떨어졌다"면서 "한국교회가 '비개신교인'과 차이가 없는 개신교인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기사연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 비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11월 15~24일 온라인 조사로 실시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보고서 전문은 기사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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