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는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현장. 이슬람 사원 반대 문제를 넘어 무슬림 혐오의 장이 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멈춰 있는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현장. 이슬람 사원 반대 문제를 넘어 무슬림 혐오의 장이 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3년째 해결될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준공 예정이던 사원은 주민 반발을 이기지 못한 북구청의 공사 중지 명령으로 멈춰 섰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이 공사 중지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재개됐지만, 이번에는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시공업체가 타설 과정에서 '스터드 볼트'를 누락해 또다시 북구청의 공사 중지 명령을 받은 것이다. 북구청은 12월 14일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하고, 건축법 위반 혐의로 시공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는 사이 지역 주민 정서는 극단적인 '이슬람 혐오'로 치달았다. 사원 건축 현장 앞에는 이슬람 문화에서 금기시되는 돼지머리가 등장했고, 돼지고기 파티가 수차례 벌어졌다. 배경에는 극우 개신교 단체들이 있었다. 이들은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적극적으로 동원하며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올해 5월 대구 도심에서는 극우 개신교 단체들의 주도로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를 위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대현동이슬람사원대책대구시공동포럼'은 보수 개신교 인사들을 내세워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포럼을 지속적으로 주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슬람 사원 갈등 해결과 이주민 환대를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도 있다.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평등세상)는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성공회 대학로교회에서 '이슬람 사원 갈등 현황과 과제' 포럼을 열고, 혐오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는 서창호 집행위원장(대구북구이슬람사원 문제의평화적해결을위한대책위원회), 김민 사제(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정경일 집행위원장(평등세상), 자캐오 신부(성공회 용산나눔의집)가 참여했다.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지난 3년간 극우 개신교 단체들이 주민과 무슬림 간 갈등을 더 악화시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원 근처 교회는 정기적으로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만나 간담회를 열고, 심지어는 주민들이 예배 시간에 증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사를 방해한 주민들에게 내려진 벌금 약 1700만 원을 기독교 단체가 모금 운동을 벌여 갚아 줬다. 올해 2월 '국민 수육 잔치'라고 이름 붙인 행사도 개신교 단체가 지원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나 대구 지역 대형 교회 목사들은 대책위를 만들어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극우 개신교 단체들이 대구 이슬람 사원 갈등을 이용해 이슬람 혐오 논리를 강화·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초기 극우 세력들이 대구에 와서 '무슬림은 강간 종교다' 같은 극우 논리를 전파할 때만 해도 지역사회에서는 너무하다는 여론이 있었다. 그래서 주민들도 그동안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는 아예 극우 개신교 단체 관계자가 주민대책위 회의에 매번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돈과 사람을 동원해 주는 개신교 단체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가려 하는 것"이라며 "개신교 단체들은 이슬람 사원 문제를 이슬람 혐오 논리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결국 대현동은 주민들과 개신교 세력이 필요에 따라 서로를 이용하며 혐오를 양산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극우 개신교 단체들이 무슬림 혐오를 동원해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극우 개신교 단체들이 무슬림 혐오를 동원해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서 집행위원장은 공공 기관의 역할도 강조했다. 아무리 지역 주민과 개신교계가 무슬림 혐오·차별을 확산한다 하더라도, 울산 아프간 난민 정착 사례에서 보듯 국가와 공공 기관이 적극 나섰다면 갈등은 커지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그는 "북구청은 처음 주민들의 반대 민원만으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대구 지역 곳곳에 내걸린 인종차별적 현수막이나 사원 앞 돼지머리·바비큐 사태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슬람 사원 문제를 단순히 건축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갈등 문제, 혐오·차별 문제로 보고 TF팀을 꾸리는 등 모든 자원을 모아서 접근해야 하는데, 이 문제는 여전히 대구시 건축주택과가 담당하고 있다.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사실 공공 기관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주민들은 혐오·차별을 한 적이 없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권리가 곧 인권은 아니다. 하루 5번 예배를 드려야 하는 무슬림들에게 사원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들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인권의 문제"라면서 "대구 이슬람 사원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될 이주민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 문제를 3년째 끌고 있다는 게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결국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이들을 낙후시킬 수 있는 사회적 공기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기독교가 무슬림 혐오에서 벗어나 이주민들을 먼저 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패널들은 기독교가 무슬림 혐오에서 벗어나 이주민들을 먼저 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자캐오 신부는 "2030년이면 이주민 500만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우리는 다문화 국가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리스도교가 환대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함에도 지난 몇 년간 저주와 내쫓음의 판을 만드는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는 갈등을 전환하고, 도저히 닿지 않을 것 같더라도 새로운 상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교회는 세계관들의 충돌 속에서, 어떤 세계관을 제시하고 다른 이야기로 나아가도록 안내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답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일 집행위원장은 이슬람 혐오를 내세우는 근본주의 개신교 집단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 환대의 언어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보수 개신교는 과거에는 반공으로, 최근 몇 년간은 성소수자 반대로 내부 결속을 다져 왔다. 하지만 성소수자 운동은 결국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질 수 없는 싸움으로 갈 것이다. 이후 보수 교회가 찾을 적은 무슬림일 것"이라며 "환대의 절기인 성탄을 맞아, 무슬림을 같은 하나님의 형제자매로서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그리스도인답게 무슬림을 이웃으로 환대하면서, 정부가 혐오·차별에 앞장설 때 나서서 막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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