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머리 등을 내걸고 삼겹살 파티를 하는 등 지역 갈등이 노골적인 '이슬람 혐오'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복교연)은 1월 19일 "한국 사회와 교회에 뿌리내린 혐오와 배제의 관행을 중단하고 환대와 섬김의 전통을 회복"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회·단체 20곳, 개인 140명이 연명한 이 성명서에서 복교연은, 이번 사건을 대현동 일부 주민 대 이슬람 거주민 사이의 싸움으로 볼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번 문제는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린 혐오에 대한 문제라며, 이슬람과 같은 이질적 문화에 대한 혐오가 정당화하면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교회가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노골적으로 유포해 왔다고 지적했다. 복교연은 그간 한국교회가 타 문화권에 전투적·공격적 선교 전략을 펼쳐 왔다며, 이제는 정복주의와 배제·혐오의 선교 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슬람과 같은 불특정 집단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가서는 안 되며, 그런 행위야말로 진짜 테러라고 했다. 

이슬람 사원 건축을 관할하는 대구 북구청에는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복교연은 북구청이 사원 건축을 무리하게 중단시켜 갈등이 격화했다며,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적극 조정하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사태를 깊이 우려하며, 
환대와 섬김의 기독교 전통 회복을 기대한다."

대구 대현동의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갈수록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슬람 문화를 드러내 놓고 조롱한 삼겹살 파티와 돼지머리의 등장은 주민 동정 여론조차 식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먼저 이 사태가 사유권(재산권)과 생활권 중 무엇이 먼저인지를 다투거나 활기를 잃은 주택가의 나이 든 주민들과 몇몇 이슬람 거주민들 사이의 싸움으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 말은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편들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와 교회에 깊이 뿌리내린 혐오와 배제의 나쁜 관행을 중단하고 환대와 섬김의 아름다운 전통을 회복하는 과제를 우리 스스로 떠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1. 극도의 불신과 혐오로 얼룩진 한국 사회 문화를 우려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특정인과 특정 문화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은 있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냉전 체제가 막을 내리고 세계적인 인구이동이 잦아지면서 특정 정치, 사회, 종교, 문화권 사람들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과 배척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국가, 민족적 이유의 반감뿐 아니라, 무슬림 같은 이질적 문화에 대한 혐오 또한 크다. '더럽다, 냄새난다, 시끄럽다, 못생겼다, 위험하다, 집값 떨어진다, 아무튼 싫다' 등 반감과 배척, 혐오의 이유는 얼마든지 댈 수 있다. 

불법이든, 범죄든, 사안에 특정해서 대응하는 게 민주 사회 상식인데, 혐오는 일단 싫은 게 먼저이고, 거기 필요한 적당한 이유들이 뒤따라 붙는다. 그러나 이러한 혐오들이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 금세 극단적 혐오 사회가 될 것이다. 혐오와 배제는 계속된 악순환을 부른다.

2. 배제와 차별로 타종교를 몰아내려는 일부 한국교회를 우려한다.
언젠가부터 일부 한국교회는 타 문화권에 대한 전투적, 공격적 선교 전략을 채택하는 것은 물론 국내에 합법적으로 이주한 타 종교, 특히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노골적으로 유포해 왔다. 이번 대현동 갈등에서도 주류 교권주의자들과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개입하여 사태를 더 키우기도 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에 대한 절대 신앙과 복음 전도의 중요함을 결코 잊지 않지만, 진리로서의 품격답게 이슬람 신앙에 대한 대응은 정당해야 하며, 하나님의 형상인 무슬림에 대한 관계는 따뜻해야 한다. 

특히, 그곳 무슬림 공동체에는 적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우리가 불특정의 한 집단을 근거없이 테러리스트로 모는 것이야말로 정말 테러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는 정복주의에서 배제, 혐오를 넘나드는 선교 방식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이제라도 대현동 갈등이 원만히 수습되도록 협력하고, 한국교회가 이방인에 대한 따뜻한 환대를 통한 관계 선교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3. 책임을 방치하고 문제를 키운 대구 북구청이 책임져라.
이번 사태가 더욱 커지고, 꼬이는 데는 해당 지역의 관할청인 대구 북구청의 역할이 컸다. 지역주민들이 반대할 수는 있지만, 법령과 절차에 문제가 없어 승인된 공사를 관할구청이 지역 민원을 이유로 부당하게 중지시킴에 따라 이쪽 주민과 저쪽 주민들 사이의 싸움으로 와전되고 말았다. 이는 북구청의 잘못된 행정 처리와 무책임이 빚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라도 북구청은 법과 원칙에 근거하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적극 조정하여 더 이상의 갈등을 제지하며 원만한 해결에 이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주장>
하나, 어려운 시절 우리도 이방인으로 살았던 역사를 기억하고, 낯설고 외로운 이주민들을 따뜻하게 맞아 한국 사회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둘, 한국교회는 본향 찾는 나그네로 살았던 믿음의 조상들(히 11:13~16)을 기억하여, 이주민들을 환대하고 섬김으로 새로운 선교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셋, 대현동 주민들의 갈등을 더욱 키운 북구청은 이제라도 법과 원칙에 따른 합당한 책임을 지고, 지역 주민들과 이주민들이 함께 지역 발전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라.

2023년 1월 18일
제안 단체: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연명자 140명
강인수, 강정희, 강호숙, 고경수, 고정애, 구교형, 구권효, 구판수, 구한결, 구한글, 권순호, 권영은, 권태형, 김건우, 김미래, 김미숙, 김민철, 김복기, 김삼철, 김성동, 김순녀, 김승무, 김신일, 김영준, 김예진, 김옥연, 김옥희, 김  윤, 김윤수, 김의신, 김인욱, 김재환, 김정태, 김종환, 김진용, 김철호, 김현곤, 김형국, 김혜성, 김희수, 노민호, 노태언, 문병율, 문아경, 문형욱, 문희정, 민성식, 박노양, 박대승, 박미라, 박성민, 박성진, 박승렬, 박승용, 박윤만, 박정우, 박준범, 박찬희, 박천응, 박현미, 박희영, 방인성, 방제선, 배성익, 서덕석, 서동진, 서미애, 서은숙, 석  일, 손원영, 신승원, 신일현, 신흥식, 안수경, 양재성, 여운송, 유은빈, 윤은성, 이광복, 이광우, 이광하, 이근복, 이동근, 이방욱, 이범진, 이병안, 이병옥, 이병주, 이상아, 이성욱, 이용우, 이우송, 이윤희, 이은재, 이은혜, 이종혁, 이헌주, 이혜진, 이혜연, 이흥용, 임석규, 임춘재, 임혜진, 장수연, 장정환, 장현숙, 장현주, 전기호, 전상호, 정경호, 정민철, 정성규, 정종훈, 정혜원, 조병수, 조성돈, 조영식, 조영호, 조희진, 주낙현, 지만재, 진광수, 징병곤, 채창수, 최광열, 최나비, 최윤희, 최은주, 최재훈, 최정임, 최주훈, 최  향, 최희광, 탁영애, 표여준, 한병길, 현광희, 현순호, 황민주, 황용운

연명 교회/단체 20개 교회/단체
광주다일교회, 농생모교회, 사랑누리교회, 생명평화정의전북기독행동, 서울한림교회, 성림역사문화문제연구소, 성서대구, 십자가로교회, 안산다문화교회, 우리동네교회, 운봉제일교회, 인권실천시민행동, 일산은혜교회, 재가수도가나안공동체, 전주열린문교회, 종교평화원, 천봉산희년교회, 하늘교회, 한국그리스도교일치포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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