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즐거운 금요일 저녁을 만끽하던 젊은이 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교인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각 주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인들 중에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 있으니 이민자도 기독교인만 골라 받자고 주장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는 11월 16일 발표한 논평에서 "IS의 '대규모 종교 청소' 계획에 의해 아시아 기독교의 중심지인 대한민국이 IS들에게는 반드시 타도해야 할 대상국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 이민 온 이슬람교인들이 IS와 같은 수니파가 대부분이라며 이민자들의 위험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 캐나다 동부 온타리오 주 피터보로우의 이슬람 사원이 불탔다. 경찰은 이슬람교인들을 겨냥한 '혐오 범죄'라고 했다. 당장 기도할 곳이 없어진 이슬람교인들을 위해 기독교인들이 나섰다. (<더스타> 홈페이지 갈무리)

이슬람교인에 대한 보수 기독교계의 반감이 증가하는 가운데, 캐나다에서는 이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난 다음날, 동부 온타리오 주의 소도시 피터보로우(Peterborough)의 하나뿐인 이슬람 사원(모스크)이 불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특정한 그룹을 대상으로 일으킨 '혐오 범죄'가 분명하다고 했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방화 사건으로 매일 모스크에서 기도하던 이슬람 신도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모스크는 교인들이 종교 행위를 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서로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피터보로우에 사는 이슬람 이민자들은 이 모스크를 지역 활동의 거점으로 삼아 왔다. 화재는 8만 달러(한화 약 9,3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불타다 남은 코란 몇 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쓸모없는 물건이 돼 버렸다.

이처럼 갈 곳이 없어진 이슬람 이웃에게 가장 먼저 손길을 내민 것은 교회다. 피터보로우의 시장 대릴 베넷(Daryl Bennett)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마크스트릿연합교회가 당장 돌아오는 일요일에 이슬람교인들에게 예배 장소를 내줄 것이라고 했다. 교회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오늘 우리 모두는 파리를 기억합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 어려움에 처한 이슬람 공동체를 돕고,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장이 다니는 교회뿐만이 아니었다. 온타리오 주 지역 신문 <더스탠다드타임스>는 지역에 있는 다른 여러 교회들이 돌아가면서 이슬람교인들에게 예배당을 쓰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무슬림 공동체를 위해 종교를 초월한 모금도 시작됐다. 듀웨인 러셀이라는 남성은 인터넷에 화재가 난 피터보로우 모스크의 사연을 올렸다. 모스크 재건을 돕기 위해 필요한 8만 달러를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틀 만에 목표액 8만 달러를 초과했다. 듀웨인 러셀은 피터보로우 지역 이슬람교인협회의 제안에 따라 10만 달러(약 1억 1,000만 원)에서 모금을 중단했다. 모스크 관계자는 건축 후 남은 돈은 노숙자를 돕는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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