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여행을 할 기회가 좀 있었습니다. 회사 워크숍으로 속초를 다녀왔고, 딸하고 경주를 여행했습니다. 

경주는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가고, 큰 아이 4학년 때 한국사 선행 목적으로 아이 친구들과 친구 엄마들이 함께 갔었죠.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출연하는 뮤지컬이 경주에서 열린다고 해서 관람이 주 목적이었고, 여행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여행은 그때그때 누구와 함께 했느냐에 따라 많이 다른 거 같습니다. 학생 때는 친구들하고 밤새 놀 생각에 낮에 보는 문화재들은 눈에도 안 들어왔었죠. 아이들을 데려갔던 두 번째 여행에서는,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천마총, 석굴암, 불국사, 경주국립박물관 등을 갔지만 아이들은 엉뚱하게 바닥에 줄줄이 기어다니는 개미들을 더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이번 여행은 오롯이 대학교 1학년 아이의 취향에 맞췄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황리단길에서 십원빵도 먹고,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황남빵도 먹어 봤습니다. 경주 문화재를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경주엑스포대공원 전시도 좋았습니다. 원래 목적인 뮤지컬도 관람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출신 배우와 젊은 시절 저를 뮤지컬에 빠지게 했던 남경주 배우가 함께 출연해,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이었죠. 이번 여행도 이렇게 또 추억을 하나 쌓았습니다.

독자 님은 최근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나요?

여행은 딱딱해진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마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방문해도 느끼는 감정도 다르고 생각도 다릅니다.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서도 함께하는 사람과의 또 다른 추억을 쌓게 되는 의미도 있습니다. 독자 님도 단조로운 일상이 갑갑하다고 느끼거나 거울 속 모습이 어둡다고 느낀다면, 겨울 여행을 계획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 말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요.

사역기획국 승연

에큐메니컬 단체들,
윤석열 정권 퇴진 요구

에큐메니컬 단체들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며 '기독교시국행동'을 결성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껏 저질러 온 과오들만 쌓아도 정권 퇴진을 요구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11월 10일 향린교회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14일 광화문 감리회 본부 앞에서 시국 기도회를 개최했습니다. 다음은 기독교시국행동이 밝힌 정권 퇴진 요구 사유입니다.

퇴진 요구 사유

·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조법 개정을 반대하는 등 노동자를 탄압한 점
· 재벌·대기업 법인세는 인하하고 각종 공공요금은 인상하는 등 가계를 빚더미에 올려놓은 점
· 4·16 세월호 참사 및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외면하고 은폐한 점
· 여성가족부 폐지를 획책하고 성소수자와 장애인 인권을 외면하는 등 혐오 양산 정치에 몰두하는 점
· 국가보안법을 되살려 지식인과 종교인, 활동가에 대한 간첩 몰이에 나선 점
· 미국 핵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들여오고 일본 자위대의 진출을 허락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훼손한 점
·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용인한 점
·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고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가는 등 역사 왜곡을 자행한 점

90년생이 왔다

전통적으로 이런 시국 모임을 주도해 온 것은 1980년대부터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86세대들이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죠. 특히 촛불 집회 정국에서는 기독교인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1990년대 이후 태어난 활동가들이 이 모임을 주도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세대교체인데요.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종건 전도사(옥바라지선교센터)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현장과 연대하며 퇴진 목소리를 높여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14일 시국 기도회가 첫 행진 장소로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위에서 밝힌 퇴진 사유와 관련된 현장을 찾아다닐 것으로 보이네요.

경찰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14일 열린 시국 기도회 현장은 감리회 본부를 빙 둘러 경찰 펜스와 3개 중대 병력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기독교시국행동은 박근혜 정권 때보다 경찰의 대응이 더 날 선 것 같다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편집국 태빈

열린 마음이 필요해

무지개교회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 '열린 마음'

· 캐나다연합교회는 공식적으로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 원래부터 다양한 신학적 전통과 견해를 포용하고자 노력하는 분위기였지만, 성소수자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까지는 오랜 역사와 지난한 논의가 있었어요.
· 1970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성소수자 문제가 다뤄지기 시작했는데요. 
· 1988년 총회에서는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교회의 구성원이나 사역자가 될 수 있다고 선언했어요.
· 2000년에는 동성애가 죄라고 한 1960년 성명을 폐기했어요.
· 2012년에는 성소수자 목사를 안수했고요. 
· 이후에도 지속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고, 성소수자를 평등하게 환대하기 위한 논의와 자료 제작을 계속하고 있어요.

퀴어 긍정 사역지가 되는 법 

·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자료가 퀴어 긍정 사역지를 위한 안내서 '열린 마음(Open Hearts)'이에요.
· 레즈비언 신학자인 앨리슨 헌틀리(Alyson Huntly) 교수가 퀴어 긍정 사역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들과 협력해 집필했는데요. 
· 책에는 퀴어 긍정 사역의 중요성, 퀴어 긍정 사역지가 되기 위한 과정과 절차, 퀴어 긍정 사역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이 담겨 있어요. 
· 내용 일부를 소개하자면, 퀴어 긍정 사역지가 되려면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쳐야 해요. 

퀴어 긍정 사역지 만들기

1. 작게 시작하기
2. 어펌 유나이티드에 연락하기
3. 정보와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기
4. 다른 퀴어 긍정 사역과 연결하기
5. 유용한 자료 수집하기
6. 관심 있는 사람들의 소그룹 결성하기
7. 운영위원회에 권고하기
8. 배움과 성찰의 과정에 모두를 참여시키기
9. 퀴어 긍정 사역 비전 선언문, 실행 계획, 평등 결혼 정책 작성하기
10. 어펌 유나이티드에 투표로 승인 요청하기
11. 기념하기
12. 공표하기
13. 행동하기
14. 성장하기

· 2020년 기준으로, 캐나다연합교회 내 퀴어 긍정 사역지는 교회, 지역협의회, 교육 기관, 조직, 대학 교목실, 요양 기관을 포함해 220여 개예요. 
· 모두 합하면 전체 사역지의 10%에 가깝다고 해요. 

한국교회에도 '열린 마음'이 필요해 

· 최근 이 문서를 캐나다연합교회 내 한인 목회자·교인들로 구성된 KRU(Korean Rainbow United)가 한국어로 번역해 온라인 출간회를 열었어요. 
· 출간회에서는 이들이 어떤 계기로 '열린 마음'을 번역하고 소개하게 되었는지, 번역 과정에서 부딪혔던 어려움이나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단순히 성소수자를 '환영'하는 것과 퀴어 긍정 사역지가 되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열린 마음'이 한국교회와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활용되기를 바라는지 이야기 나눴어요. 
· 저는 이 문서를 보면서 퀴어 긍정 사역지를 지원하기 위한 자료가 방대하다는 점, 퀴어 긍정 사역지가 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논의 단계가 많고 면밀하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 물론 한국교회보다 한참 앞서 성소수자 문제를 맞닥뜨리고 논의해 온 교단이지만, 이들이 치열하게 거쳐 온 고민과 논의를 지팡이 삼아 우리도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 성소수자 문제에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한국교회에, 이 친절하고도 세심한 안내서가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바라봅니다.  

편집국 수진

감리회 경기연회의
이상한 재판

신청은 받았지만, 출입은 안 되는 재판 

·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강행하고 있는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의 재판에 다녀왔습니다. 저의 첫 종교재판 참관이었는데요.
· 어떻게 진행될지 참 궁금했는데, 결국 재판장에 들어가 재판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재판 전에 방청 신청을 받아 놓고, 시작하니 "기자는 안 받기로 했다"며 출입을 막더군요.

재판 시작 전부터 느껴진 편파성

· 재판은 정해진 시간을 20분 넘기고서야 시작됐습니다. 언제 시작하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재판장 안쪽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시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 예배(?)가 끝난 후, 재판위원들은 복도에서 피켓 시위를 하던 고발인 측 방청인들을 직접 '모셔' 갔습니다. 이후 이동환 목사와 이 목사 측 방청인들을 불러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시작 전부터 편파적인 태도가 느껴졌습니다.

'막말' 파티

· 재판이 끝나고 참관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재판 중 고발인과 재판위원들의 막말이 난무했더군요. 재판위원장은 재판의 원인을 이동환 목사에게로 돌렸고, 고발인은 판결이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동환 목사를 "범법자"라고 지칭했습니다. 
· 고발인이 "자꾸 피해자, 피해자 얘기하는데 진짜 피해는 감리회가 입고 있다. 범법자가 죄를 저질렀는데 자꾸 피해자라고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고 말했다는데, 도대체 무슨 피해를 입고 있다는 걸까요?
· 공정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재판을 이렇게 편파적으로 해도 되는 건지…. 저들은 이미 '한 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재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중립은 지켜야 할 텐데요. 이거 폭력 아닌가요?

5개월째 이어진 재판의 결과는?

· 이동환 목사의 다음 재판은 11월 23일로, 재판위원회는 12월 중 판결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 재판법에 따르면 판결하는 것은 2개월 안에, 필요하면 15일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 이동환 목사의 재판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시작부터 지금까지 절차라고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재판, 어떻게 끝날지 궁금합니다.

편집국 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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