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이스메이커 

지난 주말, 새로운 경험에 도전했습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뛰는 일이었는데요. 올해 초여름 하프 코스를 처음 참가하고 나서 "묻고 더블로 가!"를 외치며 호기롭게 지원했는데,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이 마침내 왔더군요. 결과는 5시간 23초. 대회 규정으로는 5시간 안에 들어와야 해서 탈락이지만, 그래도 완주 그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재밌고 좋았습니다. 특히 서울 한복판을 달리는 경험이 그렇게 경쾌하고 신나더라고요. 양화대교·마포대교·천호대교를 달리며 내려다본 한강이나 아차산 지하 차도를 통과할 때 내지른 함성, 모든 길목마다 끊이지 않던 시민들의 응원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 가장 힘들었던 구간은 약 30~35km 지점인 길동 사거리부터 가락시장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길이었습니다. 무릎을 굽힐 때마다 장경 인대가 쑤시고 발바닥이 아프더라고요. 훈련 부족이 이렇게…. 결국에는 조금씩 걷다 뛰다 했습니다. 후미 그룹이라 주변에 걷는 분이 꽤 많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때 신기한 풍경을 봤습니다.

마라톤 대회에는 참가자들이 일정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페이스메이커라고 부르는데요. 이분들 뒤에는 예상 시간이 적힌 풍선이 매달려 있습니다. 저는 4시간 40분 완주 예상인 페이스메이커의 뒤를 쫓다가 놓친 상태였는데요. 힘들어서 그만 걷고 있는데 5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제 옆을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분 뒤에 정말 많은 사람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마라톤은 5시간이 제한 시간이라고 했잖아요. 다들 탈락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마지막 페이스메이커인 그분을 열심히 쫓아가고 있었던 것이었죠. 더 놀라운 건, 페이스메이커가 지나가면 절뚝거리며 걷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뛰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그 풍경이 제게 아직도 강렬합니다. 마지막 페이스메이커와 그를 쫓는 사람들. 이 무리가 지나가면 무슨 마법을 부린 듯 사람들이 일어나 뛰기 시작합니다. 침체됐던 후미 그룹에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고, 체념하고 포기했던 사람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시끄러워집니다. "조금만 더!", "거의 다 왔다!", "할 수 있다!"를 외치면서 서로의 마음을 붙잡아 주느라요. 마치 에스겔의 환상처럼 마른 뼈들에 생기를 불어넣은 듯했습니다.

저는 남은 10km 구간 동안 마지막 페이스페이커와 그 무리가 일으키는 변화를 보면서, 왜인지 모르게 교회가 떠올랐습니다(응?). 사람들이 지쳐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빛이 되어 준 존재, 그 빛에 감응하여 희망을 찾은 이들이 다른 이들에게도 용기를 전하는 모습. 많이 익숙한 풍경 아닌가요? 예수의 존재가 당대 사람들에게 이와 같지 않았을까, 오늘날 사람들은 이런 역할을 교회에 기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벅차오르는 감정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완주도 했고요.  

처치독 머리글을 써 놓고 보니 우리 <뉴스앤조이>가 교회에 실망하여 등 돌린 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네요.  

내년에 저는 마라톤에 다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4시간 30분이 목표입니다. 그때 또 기회가 되면 후기 들려드릴게요.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

사역기획국 요셉

'이단 옹호' 지정한 언론과
인터뷰한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김의식 총회장이 지난주 <크리스천투데이>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교단 총회장이 교계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게 낯선 일은 아니지만, 이 인터뷰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었고 또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무슨 일이야?

· 예장통합은 2009년, 94회 총회에서 <크리스천투데이>를 '이단 옹호 언론'으로 결의했습니다. 설립자 장재형 씨에 대해 "장 씨를 재림주로 받든 사람들의 증언이 많은 바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없어 예의 주시하며 경계"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장재형을 필사적으로 옹호하는 이 매체에 대해서도 함께 결의한 겁니다.
· 예장통합 교단 임원들은 이 결의를 대체로 잘 준수해 왔습니다. '이단 옹호 언론'과의 인터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 그런데 갑자기 김의식 신임 총회장이 <크리스천투데이>와 인터뷰를 한 겁니다. 

'이단 옹호 언론' 제재를
풀어 줬다고? 

· 김의식 총회장은 107회기 총회 임원회가 '이단 옹호 언론' 제재를 풀어 줬다고 주장합니다.
· 2009년 94회 총회 결의에 하자가 있었다는 <크리스천투데이> 주장을 그대로 받은 건데요. 
· 107회기 총회 임원회는, 94회기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결의에 정족수 미달이라는 하자가 있었다는 95회 총회 감사위원회 보고 결과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 정작 이대위 전·현직 임원들은 김의식 총회장의 주장이 말도 된다고 반발합니다. 
· 이단 지정이나 해제는 이대위의 권한이고, 총회에서 총대들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사안이라는 거죠. 이대위를 패싱하고 총회장이 자의적으로 이단 옹호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이런 반응에 <크리스천투데이>는 외려 펄쩍 뛰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향한 '이단 옹호 언론' 지정이 전부 가짜 뉴스라는 식의 주장입니다. 김의식 총회장과 인터뷰한 게 뭐가 문제냐는 겁니다.
· 예장통합을 협박(?)하기도 합니다. 불법 이단 결의로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할 수도 있다고 말이죠.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누군가를 이단·사이비로 규정하는 데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습니다. 교회사에서 이단 지정은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종교 지도자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특히나 '언론'에 대한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소신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을 언론 자체가 아니라 특정 인물의 종교적 정당성 확보, 교계 내 입지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 언론사의 설립자인 장재형 씨에 대한 취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 곳곳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이가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까지도 관련된 폭로 인터뷰를 계속 접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멤버들은 그를 재림주로 믿고 그렇게 교육받았다고 털어놓고 있고, 지속적인 헌금으로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른 건 다 건드려도 설립자만큼은 건들지 말라는, 필사적으로 장재형을 옹호하려는 <크리스천투데이>의 태도가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 교단의 지난 결의와 그 이유를 존중하고, 지정·해제 여부도 정해진 절차를 밟아 심사숙고하는 게 맞는 방향 아닐까요?

편집국 승현

세습 철회한 교회

선교중앙교회, 세습 철회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여수 선교중앙교회(최채환 목사)가 세습 시도를 철회했어요.
· 지난해 10월, 선교중앙교회는 교단이 정한 세습금지법을 어기고 담임목사 아들을 후임으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는데, 1년 만에 철회하고 다른 목사를 청빙했어요.
· 이유가 있었어요. 후임으로 내정된 아들 목사가 끝까지 청빙을 거부했기 때문이죠. 필리핀에서 사역 중인 최 목사는 한국에 들어갈 생각이 없고,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교단법을 지켜야 한다면서 거부했어요.   

약속 지킨 아들 목사

· 아들 최 목사는 지난해 10월 <뉴스앤조이> 보도를 보고 먼저 기자에게 연락을 해 왔어요. 가뜩이나 여수은파교회 부자 세습 문제로 시끄러운데, 자신마저 세습 논란에 휩싸여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했어요.
· 그러면서 부모님을 설득해 세습 문제를 바로잡을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강하게 느껴져 후속 보도를 하는 대신 기다렸지요.   
· 그리고 최 목사는 최근 직접 다시 연락을 줬어요. 선교중앙교회 후임이 잘 청빙되었으니, 자신은 필리핀에서 더 잘 살아가겠다고요. 확인해 보니 사실이더군요. 

아버지 목사는 분통

· 그런데 아들을 후임으로 세우지 못한 아버지 목사는 교단법이 문제라며 기자에게 분통을 터뜨렸어요. 교단이 십계명에도 없는 법을 만들어서 세습한 이들을 사탄보다 악랄한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했지요.
·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고생하고 헌신해서 세운 교회에 그냥 들어가 차지하려는 것도 문제다. 교회를 세운 데 흙 한 삽도 안 뜨지 않았느냐"면서 세습금지법은 역차별이라고도 했어요.
· 아버지 목사는 교회를 가업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그의 말에는 '내가 고생해서 세운 교회에 모르는 사람이 무임승차해서 되겠느냐'는 뉘앙스가 짙게 깔려 있었어요. 평소에는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라고 찬양하더니, 막상 은퇴할 때가 되니 '내가 세운 교회'라는 생각이 드나 봅니다.

편집국 용필

끝나지 않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싸움

전세 사기 피해자 이철빈 씨(29)를 만났습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인데요. <뉴스앤조이> 후원회원이기도 합니다. 

눈 뜨고 코 베이다

· 2년 전, 빌라왕 김대성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 김대성은 무자본 '갭 투자' 방식으로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1500채 등을 사들여 전세 사기를 벌였습니다. 
· 그에게 당한 피해자가 1699명, 피해액 3280억 원에 달하는데요.  
· 이철빈 씨도 이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 이 씨는 현행 제도로는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그가 계약했던 집도 서류상으로 완벽했거든요. 등기부에는 근저당과 압류 내역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 게다가 임대인은 정부가 공인한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였습니다.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었죠. 
· 만약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보증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하지만 모두 사기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 이 씨가 이사하고 몇 달 안 돼 그의 집에 세무서 압류가 잡혔습니다. 
· 집주인은 알고 보니 오랫동안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상태였습니다.  
· 보증보험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애당초 집주인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거든요.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이력이 있어,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놓았던 거죠.    
· 집을 계약할 때 조금만 더 알아보지 그랬냐고 말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 그런데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나 보증보험 가입 자격 상실 등에 관한 정보는 세입자가 알 수 없는 정보입니다. 
· 오직 임대인의 '말'만 믿고 계약을 진행한 뒤에야 접근이 가능하죠. 수억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에 이런 허점이 있다는 게 저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이 문제는 전세 사기 피해 사건이 두드러진 지금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세 사기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

· 전세 사기 피해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후,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 하지만 피해자들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 지금 특별법으로는 피해자로 인정받기 까다롭고,
· 주택 매입에 관한 금융 지원만 받을 수 있어서 보증금 회수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 피해자들은 피해자 인정 요건을 대폭 낮추고,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 이와 함께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는 피해자들의 잘못이나 실수 때문에 생긴 사건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부동산 투기에만 관심을 쏟아 왔고, 그에 관한 안전망을 갖추는 데 소홀했기 때문에 이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명하기)

사역기획국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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