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님 안녕하세요. 며칠 새 부쩍 추워진 날씨에 놀라 아침을 맞는 요즘이네요. 벌써 올해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저는 지난주 뉴스레터에 썼던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에 대한 소회를 나누고 싶어요. 9월 말 열린 각 교단 총회 때, 몇몇 교단이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해서 사실 조금 놀랐거든요. 지난해 '거룩한 범죄자들' 기획을 보도하면서 교단 총회장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답을 받아 냈던 게 이런 성과로 돌아왔나 하는 생각도 들어 일말의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총회에서 결의했다고 해서 바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는 건 아닙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올해 제정한 '성 윤리 예방 매뉴얼'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매뉴얼을 만들었으니 교단 시스템이 변할까요? 아마 이 매뉴얼은 '이거 봐라~ 우리 이런 것도 한다~' 정도의 '선언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그냥 이대로 두면 '성범죄 경력 조회'도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존재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저에게는 '그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오른(…) 이번 한 주였습니다.

저는 끈기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일만큼은 시스템이 확립될 때까지 꾸준히 다뤄 보려 합니다.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교단 수뇌부 몇 명이 톱-다운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렇게 해서 잘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력(?)'이 있는 목사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더 많은 목회자와 교인이 이 문제를 놓고 교단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만, 건강하고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마련할 테니까요.

우연치 않게 최근 이곳저곳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목회자 성폭력 사건 제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년간 누적된 '거룩한 범죄자들' 사건을 업데이트하면서도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의 필요성을 더 절감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함께 목소리 내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승현

사회적 참사 앞에서 종교의 역할은?

돈만 걷는 교회

·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세 달 됐을 때, 세월호 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외치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했습니다.
· 14일 밤 10시, 국회 앞 돌바닥에서 당시 유가족협의회 대변인이었던 희생자 유예은 양 아버지 유경근 씨를 만났습니다.
· 그때 유경근 씨가 했던 말이 지금도 제 머릿속에 생생합니다.
· 세월호 사건에 있어 돈은 많이 걷지만 진상 규명에는 소극적인 교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 "돈 모아 주는 게 교회가 할 일은 아니잖아요. 대형 교회는 무슨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이 재해 성금 내는 것처럼 1억 원씩 턱턱 내놓더라고요. 무슨 교회가 그런 일을 해요. 교회는 그런 거 하는 데가 아니잖아요."

10년 후, 우리는 나아갔을까

· 시간이 흘러 세월호 참사는 10주기를 향해 가고, 이태원 참사는 1주기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 그러나 한국교회는 여전히 저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괴롭습니다.
· 교회는, 그리스도인은 사회적 참사 앞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할까요.
· 이번에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장 자캐오 신부를 인터뷰하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편집국 권효

주요 교단 총회의 여성·성폭력 관련 안건들

예장통합·예장합동·기장의 여성 목회자와 교인들이 2023 교단 총회를 모니터링했습니다. 성평등 관점에서 봤을 때 비교적 유의미한 변화도 있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네요. 김하나 목사(섬돌향린교회)는 "현장에서 쏟아진 혐오·차별 발언은 교회의 젠더 감수성이 거의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만한 수준임을 확인시켜 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없는 총회

· 이번 예장통합 총회에서 여성 총대는 전체 총대 1500명 중 41명(2.7%)에 불과했습니다. '여성 총대 10% 의무 할당제', '목사 고시 응시자 및 목사 임직자의 성범죄 경력 조회 및 범죄 경력 회보서 제출 조례 개정안'은 총회 석상에서 다뤄지지도 않았어요.
· 기독여민회 회장 여혜숙 장로(성문밖교회)는 "현재 여성 총대 할당제는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내가 속한 영등포노회에는 총대가 38명인데, 그중 여성이 한 명도 없다. 총회는 계속 '연구한다'는 말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기장 총회는 타 교단 대비 여성 총대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전체 612명 중 68명(11.1%)뿐이었습니다. '여성 총대 비율 15% 확대안'은 기각됐지만 비교적 의미 있는 결의도 있었는데요.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 의무 제출 건'을 연구·정리한 뒤 보고해 시행하기로 했고, 교회 내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제7문서' 채택 건은 검토 후 실행위원회가 다루기로 했습니다.

여성 차별 총회

· 예장합동 총회에는 여성 총대가 없습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여성에게 강도사 자격을 부여하나 했더니 회무 마지막 시간 결정을 취소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성폭력 대응·처리 지침으로 '성 윤리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채택했는데,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성 윤리'라는 모호한 단어로 바꿔 문건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목사는 사직 상태로 교단 내에 남아 있는데, 성폭력 피해자를 도운 박성철 목사를 면직한다는 재판국의 판결을 그대로 받기도 했죠.
· 전 총신대 강사 박유미 공동대표(기반센)는 "이번 합동 총회는 역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총회 기간 동안 결의가 뒤집힌 적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총회 안에 여성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여성을 의식할 필요가 없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편집국 태빈

국정감사에 등장한 대형 교회

이번 주 시작한 21대 마지막 국정감사에 느닷없이 '대형 교회'가 등장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 이야기인데요.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회가 운영했던 강남유치원 사건을 언급한 겁니다.

무슨 일인데?

·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강남유치원은 '특성화 교육비'를 실제 비용보다 과다하게 징수해, 쓰고 남은 돈을 '비자금'처럼 써 왔습니다.
· 교회는 비자금을 당시 담임이었던 피영민 목사(현 침신대 총장)와 피 목사 아내, 교회 장로들의 사례비·선물비·식사비 등으로 쓰는 등, 회계를 투명하게 집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뿐만 아니라 피영민 목사는 '사학연금' 수급 자격을 갖추기 위해 허위로 원장 급여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 교회는 감사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교회 편을 들어주지 않았죠. 특히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쓰고 남은 교육비(9억 원가량)를 학부모에게 돌려주라"는 취지의 판결까지 했습니다.

교회 편든 대법원

· 박용진 의원이 문제삼은 건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법원이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고, 학부모에게 교육비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 유치원이 그냥 운영비로 잘 쓰면 된다는 취지인데, 정작 교회는 교육청 감사를 받은 후 자진해서 유치원을 폐원했습니다. 그럼 남은 돈은? 설립자인 교회에 돌아가게 됩니다.
· 더구나 박용진 의원은 대법원에서 사건 재판장을 맡았던 안철상 대법관(현 대법원장권한대행)이 2018년 강남중앙침례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화해중재원 10주년 감사 예배'에 참석해 축사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재판에 영향이 있었을 거라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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