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채널 갈무리
박용진 의원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채널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엄태빈 기자] 강남중앙침례교회가 운영하던 강남유치원의 비자금 조성 사건이 국회 국정감사에 등장했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강북구을)은 10월 10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무시하고 사실상 교회에 면죄부를 줬을 뿐만 아니라, 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한 '유치원 3법'을 무력화한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박 의원은 당시 이 사건 재판장이었던 안철상 대법원장권한대행과 피영민 목사(강남중앙침례교회)의 관계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강남중앙침례교회 부설 강남유치원은 학부모에게 특성화 교육비를 과다하게 걷고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해 논란이 일었다.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강남유치원을 감사해, 특성화 교육비 잉여금 14억 원을 학부모에게 반환하고 관련자를 징계(파면·해임)하라고 명령하는 한편, 당시 강남중앙침례교회 담임이었던 피영민 목사(현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총장)를 포함해  유치원 관계자 5명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피영민 목사는 당시 유치원에서 급여를 받은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제출해 사학연금 수급 자격까지 취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회는 감사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교육청과 같이 과다하게 걷은 교육비 중 일부를 학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실제 특성화 교육에 지출되지 않은 잉여금을 교비 회계로 편입한 뒤, 이를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교육에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규정을 인용하며 강남유치원의 특성화 교육비 조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박용진 의원은 대법원 판결이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유치원 3법'을 대표 발의했던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그는 국정감사장에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횡령했을 때) 처벌이 가능해지고 학교 회계와 똑같이 처리하는 게 유치원 3법의 핵심이다. 이 법이 통과됐는데도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이 기가 막힌다"고 했다.

박 의원은 당시 사건 재판장이었던 안철상 권한대행이 기독교화해중재원 10주년 감사 예배에 참석해 축사한 점을 지적했다. 기독교화해중재원은 피영민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기관으로, 강남중앙침례교회가 설립 및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설립자이자 이사장이 강남유치원 사건의 주요 인물인 피영민 목사다. 사건의 원고 측 주요 인물과 재판장이 친밀한 교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라며, 안철상 대법관이 재판을 스스로 회피하고 다른 대법관에게 넘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철상 대법관이 2018년 강남중앙침례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화해중재원 개원 10주년 감사예배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그러나 "안 대법관은 피영민 목사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CBS 갈무리 
안철상 대법관이 2018년 강남중앙침례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화해중재원 개원 10주년 감사예배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그러나 "안 대법관은 피영민 목사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CBS 갈무리 

박 의원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 (법조계는) '끼리끼리'다.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사법이 존재하는구나,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게 아니라 딱 만 명 정도에게만 평등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법조인들이) 교회를 매개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인맥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박 의원의 질의에 "안 권한대행이 피영민 목사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 재판을 회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상 권한대행은 재판장이었고 주심 대법관은 다른 대법관인 걸로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는 특성화 교육비를 과다하게 걷었다 하더라도 유치원 복지나 시설을 위해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지만, 강남중앙침례교회는 감사 이후 유치원 '폐원' 절차를 밟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치원 재정은 사실상 교회로 귀속된다.

더구나 교육청 감사 결과, 교회는 유치원 재정으로 피영민 목사 부부에게 선물비·출장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고 교회 장로들 회식비 등으로도 쓴 것이 드러났다. 

폐원 절차도 논란이다. 현재 강남중앙침례교회는 예배당 건축을 추진한다며 옛 예배당과 유치원을 모두 헐어 버린 상태다. 그러나 관련법에 따르면 유치원 폐원은 교육청과 협의해야만 하는데, 서울시교육청은 교회가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남중앙침례교회가 이 자리에 건축할 예배당은 1000억 원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교회는 최근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임시 사무처리회를 열어 양수리 수양관을 매각하는 등 자금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후에도 강남유치원 판결 및 후속 논란에 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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