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구권효 기자입니다.

요새는 소설책에 손이 갑니다. 저는 소설을 읽지 않은 지가 꽤 됐는데요. 한때는 신학 서적에 빠져 있었고(…정말입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비문학을 많이 읽어야 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빨리 읽지 못해서 다독을 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꽤 오랜 기간 의무감으로 책을 읽어 왔던 것 같습니다.

활자라는 게 지쳐갈 무렵(기자가 활자에 지친다는 것도 좀 웃기지만;) 우연히 소설책을 읽었는데 오랜만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장이 빨리 넘어가기도 하고요 ㅎㅎ 이야기의 힘을 새삼 경험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소설을 읽습니다.

생각해 보면 요즘같이 영상이 활자를 대체하는 시대에, 활자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니 한 지인은 '웹소설', 특히 무협 소설이 그렇게 재밌다고 추천해 주더라고요. 글의 완성도를 떠나, 활자가 누군가를 그렇게 묶어 둘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삼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소설 쓰면 안 되는 사람이죠 ㅎ), 교회 문제 때문에 인터뷰하러 다니다 보면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을 당하신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좀 더 읽을 맛이 나게 잘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여러분을 잠시나마 활자에 묶어 둘 수 있는 기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편집국 권효

다가오는 이태원 참사 1주기

1주기가 다가오지만 문제는 그대로

·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그리스도인 추모와 연대 기도회가 10월 3일 서울시청광장 분향소에서 열렸습니다.
· 길었던 추석 연휴를 보내며 특히 힘들고 외로웠을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그리스도인모임)'이 마련한 시간이었습니다.
·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다가오지만 제대로 된 진상 규명도, 이를 위한 특별법도 마련되지 않는 상황인데요.
· 희생자 김의진 씨의 어머니 임현주 집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아무 잘못이 없다는 황당한 논리로 159인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희생 앞에 340일이 되는 오늘까지 어느 누구도 사과와 책임지는 일 없이 제2, 제3의 가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실을 위해 잡는 서로의 손

· 기도회는 10월에 태어난 별(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됐습니다.
· 교회개혁실천연대 기숙영 간사가 10월에 태어난 희생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부르고, 기도회에 참여한 분들이 함께 "기억하며 기도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공동 축도로 기도회를 마무리했는데요. 함께 읽은 축도문의 일부를 옮깁니다.
· "'세월호 참사'를 겪은 10대가 자라 '이태원 참사'를 겪는 20대가 되었습니다. 바다에서도 땅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우리의 자녀들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정부는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며 책임을 회피했고, 피해자들을 고립시켜 깊은 절망으로만 밀어 넣으려고 합니다. 정부가 국민을 버리는 시대에, 우리는 분노의 마음과 이별의 아픔과 살아 내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용기를 나누기 위해 손을 잡습니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겼던 예수의 마음

· 이날 기도회에는 4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순서지를 준비한 그리스도인모임 김지애 간사는 "연휴 마지막 날이라 35장을 인쇄하면서도 ’너무 많이 남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자리한 분들께 감사를 전했습니다.
· 김 간사는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겼던 예수의 마음을 기억하며 교회 안에서 꾸준히 이태원 참사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습니다.
· 아직까지도 '이태원을 왜 갔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교회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철저한 진상 규명과 특별법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됩니다.

편집국 태빈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이제 시작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이제 시작

· 올해 교단 총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와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이종성 총회장)가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의했습니다.
· 기장은 목사 임직 시와 청빙 시에 해당 목회자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결의하고 세부 시행 방안을 논의 중이고, 기침은 '필요한 경우' 조회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교단 규약에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 사회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시행 중인 제도이지만, 교회는 관련 근거가 없어 사각지대처럼 방치돼 왔습니다.
· 지난해 <뉴스앤조이> '거룩한 범죄자들' 기획 당시 교인 97.9%가 목회자에게도 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바 있습니다.

목회자의 '범죄 경력 조회'는 현재 불법

· 뒤늦은 일이고 한편으로는 반가운 일이지만,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 현행법상 법이 규정한 기관 외에 '성범죄 경력 조회'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 전체 범죄 경력 및 수사 내용이 나오는 '범죄 경력 조회 회보서'를 발급해야 하는데, 교단이나 회사에 제출하는 목적으로 발급하면 요구한 사람(교단)과 제출한 사람(목사) 모두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 때문에 몇몇 교단이 도입을 망설이거나 포기한 전력이 있습니다.

대책은?

· 해결 가능한 방법으로는, 우선 교단 산하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 센터'나 '청소년 센터'와 같이 성범죄(+아동 학대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이 단체에 목회자·신학생들을 등록해 소정의 교육이나 봉사를 이수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 이렇게 되면 매년 1회씩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단이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게 됩니다.
· 이 방법이 어렵다면, 목회자들에게 '서약서'를 받게 하고 추후 문제가 드러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예방'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제 첫걸음, '시스템' 작동까지 나아가야

· 선언적 의미로 규정을 마련했다는 데 안주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도입해 실제로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교회가 해야 할 마땅한 일 중 하나입니다. 머리를 맞대면 더욱 다양하고 좋은 방법이 나올 것입니다
·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만들어 달라'는 외침에 부응한다면 실추된 한국교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김의식 총회장) 등 몇몇 교단은 범교단적 협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책임 있는 협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편집국 승현 

퀴어 문화 축제에 부스 차린 교회

퀴어 문화 축제에 부스 차린 교회

· 지난 7월 서울 을지로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장. 무지개색으로 꾸며진 천막 사이에 '여름교회' 부스가 있었어요.
· 축제 참가자들은 '여기에 교회가 있어?'라는 시선으로 부스를 흥미롭게 둘러봤어요. 주류 교회와 교인들은 대부분 인근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에 몰려 있었으니까요.
· 저도 아기자기한 엽서, 키링, 스티커 등 굿즈와 함께 신나게 교회를 홍보하는 이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교회가 어떻게, 왜 퀴어 문화 축제에 부스까지 차린 걸까', '이렇게 발랄하고 통통 튀는 교회는 어떤 곳일까?' 하고요.
· 인터뷰에서 만난 여름교회 구성원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교회에서 흔히 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라는 이야기를 성소수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퀴어 크리스천들도 교회에 다닌다'는 걸 외치고 싶었다고요.

안전하고 평등한 관계를 꾸리려면

· 여름교회는 2022년 7월 시작한 '퀴어 프렌들리'한 교회예요.
· 여성 목회자가 극소수인 한국교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여성 목회자인 김정원 목사와 백찬양 목사가 공동담임목사를 맡고 있어요.
· 여름교회의 특별한 점은 이뿐만이 아닌데요. 여름교회에는 '여름의 약속'이라는 약속문이 있어요. 평등하고 안전한 관계를 꾸리기 위해 서로가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 세세히 담겨 있어요.
· 여름교회 구성원들은 퀴어 이슈뿐만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관심이 높아요. 그래서 기후 위기, 동물권, 장애, 젠더 등 약자와 소수자에 관한 강의나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기도 해요.
· 김정원·백찬양 목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퀴어와 비퀴어를 구분해 이야기하지 않으려 해요. 때로는 성소수자를 대상화하거나 당사자성만을 강조하는 게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틈을 만들어 내기

· 9월 3일 여름교회에서 교인들을 인터뷰하고 함께 예배를 드렸는데요.
· 퀴어 문화 축제에서 경험했던 여름교회의 '텐션'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 무지개색 이케아 가방을 들고 온 '환대부장' 오쿤 씨가 한 명 한 명 교인들이 들어설 때마다 정말 반갑게 인사를 나눴거든요. 설교를 하고 성찬을 집례하는 김정원 목사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가득했고요.
·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성소수자를 정죄하거나 '동성애는 죄'라고 외치는 보수 교회들의 모습이 더 참담하게 느껴졌어요.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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