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하지만 정작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문턱을 넘기 어렵습니다. 현재 한국교회 지형상 대부분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모인,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에게 열린 교회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지개 교회'에 모이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이들은 왜 함께 모이기를 선택했을까요. '퀴어 프렌들리' 교회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가능할까요. 성소수자 친화적인 교회 공동체를 실천해 가고 있는 무지개 교회들을 소개합니다. - 기자 주 
7월 1일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참가한 여름교회 백찬양 목사(사진 왼쪽)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문구 위에 실을 잇는 '무지개 실 잇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7월 1일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참가한 여름교회 백찬양 목사(사진 왼쪽)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문구 위에 실을 잇는 '무지개 실 잇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교회 이름을 내건 부스에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곳곳에서 '여기에 교회가 있어?' 하는 시선이 오갔다. 올해 7월 1일 열린 서울 퀴어 문화 축제장에는 각종 무지개색 장식들로 꾸며진 천막 사이에 여름교회 부스도 있었다. 부스 앞에 선 백찬양 목사는 '무지개 실 잇기'라고 적힌 보드지를 목에 걸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러브 이즈 러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축제 부스를 대여하고 참가자들에게 나눠 줄 굿즈를 만들자고 나선 건 여름교회 교인들이었다. 교인들은 '퀴어 문화 축제 TF'를 꾸리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돈을 모았다. 처음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여름교회 김정원 목사는 재정 걱정부터 들었다. 예산으로 책정한 80만 원은 교회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교인들은 "이것은 선교비"라며 설득했다. 

"저희는 작은 교회니까, 만약에 굿즈를 팔고 후원금을 받지 못하면 그대로 마이너스가 나는 거잖아요. 저는 교회 재정에 마이너스가 날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 교인들은 '이것은 선교비다'라며 설득하더라고요. 저만 굿즈를 팔아서 이익을 남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웃음) 
 

굿즈를 통해 여름교회를 알리는 건 두 번째 목표였어요. 첫 번째 목표는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이야기를 성소수자들에게 좀 더 들려주자는 거였죠. 그리고 우리 교인들은 '퀴어 크리스천이 여기 있다'는 이야기를 되게 외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정원)

여름교회는 지난해 7월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한 예배당을 빌려 진행되는 예배에는 15~20명이 참여한다.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 부스를 연 뒤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어요." 여름교회 김정원·백찬양 공동담임목사가 행복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기자는 9월 3일 일요일, 여름교회에서 예배를 같이 드린 뒤 두 담임목사와 교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왼쪽부터 여름교회 김정원 목사, 오쿤, 유건, 백찬양 목사. 뉴스앤조이 나수진
왼쪽부터 여름교회 김정원 목사, 오쿤, 유건, 백찬양 목사. 뉴스앤조이 나수진
덜 불행한 교회

시작은 '분노'였다. 김정원 목사와 백찬양 목사는 사회참여 운동을 적극 펼치는 진보적 교회에서 함께 사역해 왔다. 이 교회는 평화·통일 운동 등에는 앞장섰지만, 여성·성소수자 이슈에는 소극적이었다. 김정원 목사가 담당하는 청년부에는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교인들이 더러 있었지만, 이들은 교회 안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마음 편히 드러내지 못했다. 다른 교회들처럼 나서서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성소수자의 존재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불거졌다. 김 목사와 백 목사가 교회에서 젠더 폭력을 당한 것이었다. 교인이었던 가해자는 두 여성 사역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성희롱했다. 교회에서는 재판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사건은 7개월 넘도록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회 중직자들은 사건을 무마하려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실망을 느낀 김 목사와 백 목사, 청년 몇몇은 결국 교회를 떠났다. 

"'여성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게 확인되는 순간이었어요. 겉으로 표방하는 가치와 실제 내부의 약자들이 느끼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구나…. 절망적이었어요. 왜냐하면 기대가 큰 공간이었으니까. 그런 곳에서 상처를 받으니까 가고 싶은 교회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교회, 안전한 교회, 덜 불행한 교회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 들었죠." (정원)

이들은 2022년 7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이전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7~8명이 모였다. 격주로 기도 모임이 이어졌다.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교회를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 모였고, 교회 운영위원회가 꾸려졌다.

"혼자였다면 절대 못 했을 거예요. 함께 아픔을 겪은 백찬양 목사님이 있었고, 아픔에 연대하고 같이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거예요." (정원)

여름교회 성찬 시간, 김정원 목사는 한 사람씩 차례로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부르며 빵과 포도주를 건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여름교회 성찬 시간, 김정원 목사는 한 사람씩 차례로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부르며 빵과 포도주를 건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여성 목회자들이 만드는 공기

김정원·백찬양 목사는 여름교회 공동담임목사를 맡기로 했다. '공동 목회'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8년 선배인 김 목사가 먼저 제안했다. 서로 평등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인들은 다 평신도인데, 목사들끼리 직급을 나누면 되게 이상하잖아요." 여성 담임목사가 소수인 한국교회에서, 여성 목회자들이 공동으로 담임하는 교회 모습은 달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여성 목회자들이 만들어 내는 공기는 꽤 다르거든요. 좀 더 건강하달까요. 저희는 여성 목회자가 둘이나 모였으니까, 위계주의 같은 남성 문화를 똑같이 답습하지 않고 싶었어요. 여성 목회자들이 서 나가는 모습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정원)

"이전 교회에 있을 때 김정원 목사님은 부목사고, 저는 인턴 전도사였어요. 그때도 서로 소통은 지금처럼 가능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교인들에게 보여지는 건 다르더라고요. 아무래도 위계가 생겼달까요. 그래서 '공동 목회'는 교인들을 위한 장치인 것 같기도 해요." (찬양)

두 목사는 매주 번갈아 가며 설교한다. 이외에 정해진 역할 구분은 없다. 교인들은 이를 보며 여름교회가 덜 권위적인 곳이라고 느낀다. 여름교회 교인 유건 씨는 "목회자 한 명의 색깔이 많이 드러나지 않고, 다양한 색깔이 조화롭게 교인들에게 전해져서 좋다"고 말했다. 담임목사가 한 명이면 그만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질 텐데, 두 목사 중 아무나 찾아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교회에 담임목사가 한 명만 있다는 건 교회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하나만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담임목사가 두 명이 되니까, 서로 대화하고 조율하면서 더 큰 가치를 교인들에게 주는 것 같아요. 심방을 할 때도 두 분이 같이 다니거든요. 담임목사와 교인 단둘이 만나면 한 사람이 대화의 파이를 많이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서로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서 어색한 경우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근데 목사가 두 명이면 교인들도 조금 덜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고, 대화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견제를 할 수 있는 거죠."

여름교회 홈페이지에 나오는 김정원·백찬양 목사의 소개 글은 독특하다. 여름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여름교회 홈페이지에 나오는 김정원·백찬양 목사의 소개 글은 독특하다. 여름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여름교회 운영위원들은 교회를 시작하기 전, '여름의 약속'이라는 약속문을 만들었다. 평등하고 안전한 관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새로운 사람을 어떻게 환영할지 △대화 중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서로를 어떤 호칭으로 부를지 △모임 후 뒷정리는 어떻게 할지 △불편한 상황이나 잘못된 행동이 벌어지면 어떻게 개입할지 △문제 제기를 받으면 어떻게 대응할지 △헌금은 얼마를 권장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여름교회 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2주 동안 '새여름교육'을 이수한 뒤, 약속문을 준수하겠다는 서명도 해야 한다. 교인들은 매주 예배를 마치면서도 약속문 조항을 다 함께 읽는다. 세세한 규정을 두면 사람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김정원 목사가 말했다. 

"약속문의 내용이 너무 많고 구체적인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는데요. 한 번은 찬양을 부르는데 '1절은 자신을 여성이라고 정체화한 분들이 하고, 2절은 자신을 남성이라고 정체화한 분들이 합시다'라고 한 적이 있어요. 제 딴에는 굉장히 열린 질문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저희 교인 한 분이 예배가 끝나고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이야기하더라고요. 자기는 신체와 괴리감이 있어서 아직 정체화하지 못했는데, 약속문에 나와 있어서 목사인 제게 말할 수 있었다면서요. 그게 구체적인 약속문의 힘이라고 느꼈어요. 약속문이 있기에 이곳이 누구에게나 자신의 불편함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겠구나 싶었죠."

여름교회 예배에서 '신앙고백문'을 읽고 있는 교인. 뉴스앤조이 나수진
여름교회 예배에서 '신앙고백문'을 읽고 있는 교인. 뉴스앤조이 나수진
커밍아웃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현재 여름교회 교인 60% 이상이 성소수자지만, 김정원·백찬양 목사는 퀴어와 비퀴어를 구분해 이야기하거나, 퀴어의 관점에서만 성서를 해석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퀴어 프렌들리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은 자칫 성소수자를 대상화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당사자성만을 강조하는 게 때로는 독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우리 교회에 왜 왔는지만 관심이 있지, 그 사람이 퀴어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다른 교회에서도 새로운 사람이 올 때 '이성애자세요?'라고 물어보지 않잖아요. 예배에서도 각자가 무엇을 느꼈는지 이야기할 뿐이지 '퀴어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아무도 묻지 않고요. 

교회에 오자마자 먼저 커밍아웃을 하는 교인들도 있지만, 오히려 저는 교인들이 커밍아웃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름교회는 자기 고백을 해야만 수용되는 공간이 아니라, 예배를 드리러 오는 곳이니까요. 성소수자가 어디에나 존재하듯이, 교회에서도 누군가가 퀴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환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정원)

"(퀴어) 당사자와 비당사자를 구분하는 것 말고도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수많은 교집합들이 있고, 할 이야기가 정말 많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당사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거예요. 여름교회는 퀴어 프렌들리한 교회이지만, 퀴어만을 위해서 열린 공간은 아니에요. 모두에게 열려 있다 보니, 퀴어도 오고 비퀴어도 오는 공간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찬양)

9월 3일 열린 여름교회 예배에는 20명이 모였다. 예배는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9월 3일 열린 여름교회 예배에는 20명이 모였다. 예배는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인 오쿤은 여름교회가 퀴어인 자신을 '퀴어하지 않게' 보는 곳이라고 느낀다. 그는 보수적인 교회를 다니면서 끊임없이 정상성의 틀 안에 속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곳에서 있는 그대로 인정받은 경험 덕분에 교회 밖에서도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며 '오픈리 퀴어'로 살게 됐다. 오쿤은 손에 잔뜩 끼워져 있는 반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에는 퀴어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상대방을 퀴어로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존중한다고 느껴요. 정상성의 눈으로 보면 다들 이상한 사람들이겠죠. 저도 남성인데 악세사리를 이렇게 많이 하고 있으니까.(웃음)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들 '너도나도 그냥 다 재밌는 사람들이야' 이런 생각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님이 퀴어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는 확신이 이곳에서 생긴 것 같아요."

무지개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여름교회는 '퀴어 프렌들리'한 교회를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성소수자 이슈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교인들의 관심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강의 주제를 함께 논의할 때면, 학교 밖 청소년, 성매매, 동물 해방, 철도 노조 등 수많은 의제가 나온다. 지난 9월 3일 예배에서는 '창조절'을 맞아 성공회대 신익상 교수가 '탈성장'을 주제로 강의했다. 교인들은 9월 23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기후 정의 행진'에도 참여했다. 

교인 유건은 여름교회를 다니며 "연결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스스로를 주류에 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혼자라고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삶이었다. 하지만 여름교회는 나와 다른 존재들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고 말했다. 

"여름교회에 와서 제 안에 있는 편견들이 많이 깨졌어요. 사람이 결코 홀로 있을 수 없고, 서로 얽히고설키는 과정에서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저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나도 저렇게 생각을 확장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껴요. 그래서 매주 재밌게 교회에 오는 것 같아요. 감동도 있고 많이 배워 가니까."

지난해 목사 안수를 받은 백찬양 목사는 여름교회에서 사역하며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낀다. 주류 교회에서는 논쟁이 될 만한 주제를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정제해야 할 때가 있었다. 여름교회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빽님(백찬양 목사의 별명)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는 성서를 바라보는 시각과 경험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이 교회가 구성원들에게만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저한테도 안전한 공간이거든요. 저의 신앙이나 시선으로 자유롭게 성서를 볼 수 있으니까요. 기성 교회에서는 제가 해석한 성서를 좀 더 이야기하지 못하고 정제하거나 바꿔서 해야 할 때가 많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여름교회에 와서는 거짓말하지 않아도 되고,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었어요. 저의 시선을 가지고 성서를 보는 법을 더 열심히 시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여름교회는 매주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한 예배당을 빌려 예배를 드린다. 예배 시간이 다가오면 교회 문 앞에는 무지개색 안내문이 걸린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여름교회는 매주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한 예배당을 빌려 예배를 드린다. 예배 시간이 다가오면 교회 문 앞에는 무지개색 안내문이 걸린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보수 성향이 짙은 주류 교단은 성소수자 이슈를 불편해하고 반대하고 있다. 그나마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안에서도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등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원 목사와 백찬양 목사는 기장 소속인데, 두 목사의 사역을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있다. 

"저는 그래서 교회가 망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이 많잖아요. 교회가 거짓말하고 있는 게 들통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랑을 얘기하지만 서로 사랑하지 않는 모습이 계속 보이는 거죠. 이런 상황이라면 교회는 다음 세대를 기약할 수 없어요. '저러니까 망하는 거야' 싶어요. 이건 우리가 더 낫다는 '우월감'이 아니라 '우울감'에 가까운 것 같아요." (찬양)

이들은 주류 교회가 변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변화를 이끌어 온 것은 항상 소수였기에, 계속해서 '틈'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우선 필요한 것은 "혐오와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예배를 드리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저희 같은 무지개 교회들이 하나둘 생겨났더라고요. 그건 젊은 신학생들 사이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기존 교회에 들어가서 월급 받으면서 교회가 하라는 설교를 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그걸 마다하는 건 과거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목회자들이 변하고 교회가 변하면, 숨어 있던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도 더 많이 드러나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해요." (찬양)

"제가 만약 평신도였다면 저는 교회에 안 다녔을 것 같거든요. 마음에 안 드는 것투성이잖아요. 더욱이 여기에 오는 분들은 굳이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일 거예요. 그럼에도 끝까지 교회와 예배를 찾는다는 건, 오히려 되게 신앙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성소수자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동네 어디에나 퀴어 프렌들리한 교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목사님들이나 평신도분들이 계신다면 지금 계신 동네에 작은 환대의 공동체를 하나씩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정원) 

여름교회의 슬로건은 '세상의 따뜻한 틈'이다. 김정원·백찬양 목사는 혐오와 차별에 앞장서는 한국교회 안에서 작은 '틈'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여름교회의 슬로건은 '세상의 따뜻한 틈'이다. 김정원·백찬양 목사는 혐오와 차별에 앞장서는 한국교회 안에서 작은 '틈'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