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우리에게

독자님, 안녕하세요. 요셉입니다.

저는 요새 공동체 상영을 기회로 여러 단체를 만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몇몇 교회와 단체가 다큐멘터리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에 관심을 보이고 계시거든요.

몇몇 상영회에 참석하면서 새삼 깨닫는 게 있는데요. 같은 작품을 보는데도 기관마다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이에요. 어떤 교회에서는 울음 바다였고, 어떤 단체에서는 밝고 유쾌(?)했습니다. 어떤 기관에서는 지역사회 주민(비기독교인)이 주 관람객이었고 사회자만 기독교인(목사)이었는데, 사회자만 눈물을 많이 보이셨다고 합니다.

최근 만난 곳은 같은 교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목사·신학생들 모임이었는데요. 상영 후 질의응답 시간이 마치 좌담회 같았어요. 한국교회 미래를 걱정하며 대안을 논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거든요. 대부분 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우리가 지금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기로에 서 있는 질문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중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느냐"는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려운 질문이죠. 독자님이라면 어떤 답을 내놓으실 건가요. 한국교회의 차별과 혐오를 지적하는 다큐를 본 직후라 그런지, 대다수 패널이 부정적이었던 거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신 PD님 답변이 좋았습니다. PD님은 지금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사건들, 주변에 무관심하고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를 만날 때면, 또 그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고 했어요. 교회에 희망이 없지만 또 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이 역설이 지금 우리의 상황을 잘 말해 주는 것 같았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어쩌면 교회에서 희망을 찾는 건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교회가 너무 많고 다양하기도 해서 사실 '교회'라는 것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도 모르겠고요. 불완전한 대상에 우리의 신념을 맡기기보다 차라리 우리 자신에게서 찾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어떤 교회를 만들지, 그 역할과 책임은 결국 우리 개개인에게 있으니까요.

독자님이 교회를 떠났는지, 열심히 다니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건 중요한 것 같지 않고, 독자님은 희망을 품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처치독을 구독해 주시는 거겠죠? ^^ 그 마음 소중하게 간직하며 교회를 새롭게 하는 일에 계속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뉴스앤조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사역기획국 요셉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설마 세습금지법도?

논란의 예장통합 108회 총회, in 명성교회

· 예장통합 108회 총회가 9월 19일부터 명성교회에서 열립니다.
· 이번 총회는 총회 장소를 놓고 시작 전부터 여러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특히 세습금지법을 사실상 폐지하는 헌법 개정안도 올라와 있어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목회자 대물림 금지 규정의 개선?

· 이번에 다룰 헌법 28조 6항 개정안(목회자 대물림 금지 규정의 개선)은 은퇴하는 목회자의 직계비속 및 배우자도 청빙할 수 있도록 합니다.
· 단 "당회원 2/3 이상의 찬성과 공동의회 출석 회원 3/4 이상 찬성"이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 얼핏 공동의회 통과가 까다로워 보이지만, 현재 담임목사 위임 때도 공동의회 출석 교인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그 기준을 살짝 높인 것에 불과합니다.
· 사실상 세습금지법 폐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교회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9월, 명성교회에서 열린 예장통합 98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이 제정됐습니다.
· '한국교회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총대 1033명 중 870명이 찬성했습니다. 당시 교계 안팎에서 많은 칭찬과 박수를 받았죠.
·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2014년부터 거의 매년 폐지나 개정안이 올라왔습니다.
· 교단에서 가장 큰 명성교회가 부자 세습을 강행한 2017년부터는, 세습금지법이 위헌이라거나 세습금지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후죽순 커졌습니다.
· 세습금지법 폐지가 단순히 법안 하나를 폐지하는 의미가 아니라, 교단이 자본 권력에 무릎을 꿇는 상징적 사건이 되는 이유입니다.

과연 세습금지법의 운명은?

· 압도적 지지로 법을 만들어 놓고, 10년간 거의 매년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예장통합 총대들. 이럴 거면 법은 왜 만든 걸까요?
· 만일 이번 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이 폐지된다면, 세습금지법이 만들어진 명성교회에서 같은 규정을 폐지하는 꼴이 됩니다.
· 명성교회 세습 반대에 앞장서 왔던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명성교회가 불법을 저질렀다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교회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제정했던 세습금지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편집국 태빈

[1분 순삭] 교단 총회 여성·성폭력 정책!!
몰아 보기(풀 버전, 결말 포함)

주요 교단 정기총회가 다음 주부터 시작됩니다. 18일 예장합동을 시작으로, 19일 예장통합·기장이 총회를 엽니다. 10월 25일부터는 감리회 입법의회가 개최됩니다. 총회를 앞두고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올해 각 교단 총회에 상정된 여성·성폭력 관련 안건을 살펴봤습니다.

교단별 여성·성폭력 관련 안건들

· 예장합동: 여성 안수를 도입해 달라는 헌의안이 올라왔습니다. '교회 성 윤리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채택할지도 논의합니다.
· 예장통합: 여성 총대 10% 의무 할당제 시행안이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권고 사항인 여성 총대 할당제를 의무로 바꾸고, 수를 늘리겠다는 취지입니다. 사역자들에게 성범죄 및 범죄 경력 회보서를 제출하도록 법안을 만들어 달라는 안건도 상정됐습니다.
· 기장: 노회별로 전체 총대 수에 차등해 여성 총대를 파송하도록 하는 안건이 올라왔습니다. 기장 역시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예장통합과 같이 사역자들에게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받도록 하는 안건도 상정됐습니다.
· 감리회: 성폭력전담재판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안건이 올라 왔습니다. 성폭력 사건 기탁금 면제, 징역형 이상 성폭력 가해자 복권 금지 안건도 있습니다.

관전 포인트

· 역시나 수많은 헌의안 중 여성·성폭력 관련 안건은 매우 적었는데요. 성폭력전담재판위원회 등 새로운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매년 반복돼 온 헌의안입니다. 교단 내 여성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정책을 총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죠.
· 예장합동: 여전히 여성 안수 도입 문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른 교단이 이미 마련해 놓은 성폭력 매뉴얼도 이제야 안을 만들고 채택할지 '논의'하는 상황입니다.
· 또 성폭력 매뉴얼에 '성폭력' 대신 '성 윤리'라는 순화된(?) 용어를 사용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 예장통합: "올해 역대 최대 여성 총대가 참여한다"고 했지만, 여성 총대의 수는 전체의 2.7%입니다. '최대'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민망한 숫자입니다.
· 기장: 기장도 여성 총대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매년 여성 총대는 1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이번 총회에서 여성 총대를 늘리기 위한 법안들이 어떻게 처리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사역자들에게 성범죄 및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받자는 안건은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의지를 보여 주지만, 현행법과의 충돌 여지가 있어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번 총회에서도 <뉴스앤조이>는 정확하고 날카롭게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총회에서 통과 또는 기각하는 정책들을 독자분들께서도 매섭게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수진

'말 많은' 무지개교회

기획 '무지개교회를 찾아서' 시작

· 몇 달 전 하반기 기획 회의를 하며 야심 차게 아이디어를 던졌습니다. 2018년 무지개예수에서 만든 '무지개교회' 지도를 2023년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보겠다고요.
· 지난 5년간 한국교회의 성소수자 혐오 정서가 변화했는지, 변화했다면 어떠한 양상으로 달라졌는지 파악하고 싶었어요.
·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목회자·교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 그것 또한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 여전히 '동성애 반대' 흐름이 강한 교계 현실에서 무지개교회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생각도 듣고 싶었어요. 충분히 교회를 떠나거나 신앙을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는지 등을요.

숨, 틈 예배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 '숨, 틈'은 아직 어느 교단에도 속하지 않고, '교회'라고 이름을 붙이지도 않은 작은 예배 모임입니다.
· 저도 예배에 참여해 보았는데요. 아마 제가 다녀 본 교회 중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한 예배가 아닐까 해요.
· 예배를 시작하며 자기소개, 설교 전 '감정 카드'를 보며 감정 이야기, 설교 시간 성경 본문을 읽으며 떠올린 경험이나 생각 이야기 등등. 기도문 낭독도 다 같이 했어요.
·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이게 예배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하고, 또 예배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술술 하고 있는 저 자신에게도 놀랐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경청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무엇이든 이야기해도 안전하다는 감각이 느껴진 덕분이었을까요.

무지개교회는 OO을 하지 않는다

· 취재를 시작하기 전에는 무지개교회가 성소수자를 위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거나 활동을 하는 교회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 그런데 숨, 틈은 성소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기보다, 성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는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를테면 존재를 혐오하거나 배제하는 용어·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성 정체성이나 나이 등 개인의 신상을 당연하게 묻지 않는다는 것을요.
· 성소수자이든 아니든 나 자신으로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교회와 예배를 찾는다면 숨, 틈 예배를 한번 다녀와 보시면 좋겠어요. 예배는 매주 일요일 오후 서울 혜화동에서 열리는데요. 자세한 문의는 숨, 틈 인스타그램을 통해 할 수 있어요.
· 무지개교회 시리즈는 앞으로도 쭉~ 연재됩니다. 혹시 주변에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교회(모임)가 있다면 sjnah@newsnjoy.or.kr로 소개·제보해 주세요!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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