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이 9월 19일부터 명성교회(김하나 목사)에서 열리는 108회 총회에서, 교회 세습을 조건부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을 다룬다. 

예장통합 정치부(김성철 부장)는 108회 총회에 헌법 28조 6항을 변경하는 헌법 개정안을 내놨다. 현행은 "위임(담임)목사 청빙에 있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청빙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부는 '목회자 대물림 금지 규정의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당회원 2/3 이상의 찬성과 공동의회 출석 회원 3/4 이상 찬성을 얻은 경우"에는 은퇴하는 목회자의 직계비속 및 배우자도 청빙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조건부 세습이 가능하도록 단서를 단 것이다.

예장통합 헌법상 위임(담임)목사를 청빙하려면 공동의회 출석 교인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그 기준을 살짝 높인 것에 불과하다. 사실상 세습금지법 폐지에 가깝다. 

세습금지법은 2013년 명성교회에서 열린 98회 총회에서 제정됐다. 제정 당시 1033명 중 870명이 찬성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부터 이 법을 폐지하거나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2015년 100회와 2016년 101회 총회 두 번을 제외하고 매년 세습금지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2018년 103회 총회에서 헌법위원회(헌법위)는 전임 목사가 은퇴한 지 5년이 지나면 세습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은퇴 및 사임 1년 경과 후, 공동의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3/4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에도 세습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넣었다. 그러나 총대들이 세습을 장려하는 조치라며 반대해 개정이 무산됐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과 맞물려, 총회 때마다 세습금지법 개정은 첨예한 이슈였다. 2021년 106회 총회를 앞두고 헌법위는 "담임목사가 은퇴한 후 5년이 지나면 영향력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로,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담임목사의 자녀·사위 등을 청빙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2022년 107회 총회에는 진주남노회가 세습금지법을 삭제하자는 헌의안을 올렸다. 진주남노회장 김충곤 목사는 "구약성경에서 제사장도 대를 이어서 하는데, 이건 대물림이 아니라 승계다. 아론의 자녀만 제사장이 될 수 있었다"며 세습금지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 10년간 매년 세습금지법을 없애 달라는 안건이 총회에 올라오고 있지만, 예장통합은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은 채 '1년 더 연구한다'는 식으로 논의를 미루고 있다. 만일 이번 108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 폐지를 결의한다면, 10년 만에 세습금지법을 만든 장소에서 같은 규정이 폐지되는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에 앞장서 왔던 전 서울동남노회장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9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명성교회가 불법을 저질렀다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매년 폐지 헌의와 청원이 올라오는 것 같다. 올해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강행)하는 걸 보니까 이번에 세습금지법을 폐지하려고 기회를 엿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정치부가 제안한 당회원 2/3 이상 찬성, 공동의회 3/4 이상 찬성도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으로 세습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목회자가 강력한 권력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교회에서는 당회 구성에서부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동의회 3/4 이상 찬성이) 어렵지 않다. 오히려 합법적으로 세습할 수 있게 되는 길을 열어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강행하는 것과 더불어 세습금지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까지 나오자,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긴급 결성된 '제108회총회대책모임'은 8일 발표한 실천문에서, 정치부나 헌법위원회가 기습적으로 법 개정 또는 폐지를 시도할 경우 이를 적극 막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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