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현지의 경건한 청음'은 교회음악·예배학 전공자 김현지 교회음악가(정의의느티나무숲교회)가 교회력 '공동 성서 정과(RCL)'에 맞춰 신자들의 묵상과 영성 생활을 돕는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연재는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2023년 10월 1일, 성령강림 후 열여덟째 주일 공동 성서 정과 본문(클릭)
시편 78:1-4, 12-16 / 출애굽기 17:1-7빌립보서 2:1-13 / 마태복음 21:23-32

반석이 터지자 물이 솟구치며 세차게 쏟아졌고, 이 물은 호렙산의 마른 바위들의 몸을 사정없이 강타하며 흘렀습니다. 봉우리 위로 날아가던 새들이 화들짝 놀라 흩어지고, 늘 건조했던 호렙산의 마른 공기는 순식간에 터진 바위의 물방울이 흩어져 주변을 달큰하게 만들었죠. 이끼도 살고 싶을 만큼 물기를 그득히 머금은 바위들 곁을 흐르는 물들은, 주변 바위들뿐만 아니라 흙을 적시고, 어느새 얇은 고랑을 만들어 냈습니다. 구불구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고랑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산의 몸은 혈관을 드러내듯 바위 사이사이를 채워 앞다투어 희고 파란 계곡을 이루었지요.

"여호와께서 그들을 사막으로 통과하게 하시던 때에 그들이 목마르지 아니하게 하시되 그들을 위하여 바위에서 물이 흘러나게 하시며 바위를 쪼개사 물이 솟아나게 하셨느니라." (사 48:21)

물의 소리는 이스라엘 백성들 귀까지 도달합니다. 바위에서 나온 물의 소리는 강에서 만난 물의 소리와는 달랐어요. 갈대 가득했던 나일강의 풍경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터진 바위에서 솟아올라 거침없이 흐르는 물의 속도는 유유했던 강의 흐름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어요.

물의 맛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혀를 녹입니다. 바위로부터 온 물은, 말라서 폐허가 된 그들 가슴 사이를 가장 빠른 경로로 흐르고 시원히 적셔 해갈시키지요. 아이들은 물로 뛰어들어 물장구를 쳐요. 오랫동안 말라 있어서 사용하지 않았던 가죽 부대와 물병들이 장막 구석에서 꺼내어지고 실로 오랜만에 그 역할에 충실해집니다. 누워 있던 노인들의 마른 입술 사이로 물길이 생기고 뺨 사이로도 눈물 길이 생겨요.   

요람 라난 (Yoram Raanan), 'Water From the Rock'. 사진 출처 Aish.com
요람 라난 (Yoram Raanan), 'Water From the Rock'. 사진 출처 Aish.com
맛사 또는 므리바라 불렀으니

두 손이 모자라게 돌을 쥐고 모세를 향해 악다구니를 해 댔던 남자들은 머쓱하게 돌을 내려놓고 물가로 내리 달려갑니다. 다급하게 목을 적시는 동안 샌들에 갇힌 발은 차가움을 느꼈죠. 이 물은 어디로부터 온 걸까요? 아이들은 모세가 지팡이를 가지고 호렙산 위로 다급하게 올라가는 것을 봤다고도 했고, 어떤 이들은 산으로부터 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가축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그쪽으로 향했다고도 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장로들이 우르르 모여 어디론가 향하여 간 뒤 물이 솟구쳤다고도 했지요. 나일강을 피로 물들인 지팡이가 이렇게 맑은 물을 바위로 쳐서 나오게 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요. 하나님이 과연 계셨다면, 처음부터 흡족히 물을 줬어야 마땅하지, 이렇게 고생고생 시키고 난 뒤에 마시게 하는 신이 대체 무슨 신이냐며 그런 신은 이집트 살던 내내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열을 올리는 사람도 있었고요. 이 중에 누가 여호와를 눈으로 똑똑히 본 사람이 있는지를 따져 묻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물을 마시기 전에도 그리하고 물을 마시고 난 뒤에도 사람들의 아우성은 그칠 줄 모릅니다. 

"그가 그곳 이름을 맛사 또는 므리바라 불렀으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다투었음이요 또는 그들이 여호와를 시험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신가 안 계신가 하였음이더라." (출 17:7)

모세의 광야,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신가 안 계신가

호렙산 맨발을 벗고 섰던 그 땅 위 떨기나무는 여전히 모세의 가슴 속에 타고 있음을, 바위가 터져 물이 솟구치자 그는 알 수 있었습니다. 불과 물이 만나는 곳 호렙산에서 온전히 여호와의 살아 계심을 뜨겁고도 차가웁게 마주합니다. 이런 역설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은 광야였어요. 모세에게 광야는 미디안으로부터 시작했지요. 양떼들을 몰았던 40여 년의 세월 동안 목자였던 모세는 하루도 게을리할 수 없이 돌봐야 하는 양들을 위해 살아야 했습니다. 우물을 찾아 흡족히 물을 마시게 하는 것도, 꼴을 먹이는 것도 모두 목자의 책임이었어요. 양들은 목자의 소리와 지팡이를 신뢰하며 순종하고, 양과 목자 사이에 생겨나는 언어들은 그들만의 시간만큼 비례했습니다. 미디안 광야의 40년은 오직 목자와 양의 관계를 학습하는 시간이었으니, 떨기나무 여호와 앞에 서 있는 모세는 순종과 신뢰를 잘 아는 한 마리의 양으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로부터 온 이방인의 자아(출 2:22)는 광야의 세월 동안 풍화되어 바스라진 모래같이 됩니다. 다시 호렙산에서 여호와를 마주한 '바위 위 거기서'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내가 호렙산에 있는 그 반석 위 거기서 네 앞에 서리니 너는 그 반석을 치라 그것에서 물이 나오리니 백성이 마시리라." (출 17:6)

호렙산의 떨기나무에서처럼 여전히 그 반석 위에서 여호와는 모세 앞에 자신을 계시하십니다. 미디안의 광야에서처럼 모세는 르비딤에서도 양들에게 물을 먹이는 존재로 살아갑니다. 물의 근원을 아는 목자로서 말이지요.

사람들의 광야,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신가 안 계신가

신 광야를 떠나 르비딤으로 이르기까지, 모세를 비롯한 백성들은 '시간의 구별과 간격'을 배워 나갔습니다. 만나와 메추라기로 아침과 저녁을 구분하여 맛보아 알게 해 주었고, 6일간의 흡족한 하늘 양식과 일곱 번째 날 안식하는 리듬을 새롭게 체화해 갔지요(출 16:23-30). 이처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반복되는 시간의 주름을 통해 경험하며, 진정한 안식은 노동을 멈춤으로써 배워 나가는 중이었지요. 아침저녁과 일주일의 리듬 속에 거하는 여호와를 알아보지 못하는 우둔한 백성들은 르비딤의 장막, 갈증이 극에 달하자 다시 이집트를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몸 안에서 노예와 선민選民의 자아는 투쟁 중이었지요. 백성들에게 광야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늑대와 개의 시간1)처럼, 노예의 관성과 택함을 받은 언약 백성으로서의 자아는 드러났다가 자취를 감추었다가 불쑥 다른 자아를 삼키기도 했습니다. 드넓은 광야는 그들의 변화무쌍한 그림자를 온전히 드러내는 장소였죠. 건조하고 메마른 그들의 굳어질 대로 굳어진 마음은 마른 광야 위에서 바장이고 있습니다. 얼마만큼의 시간, 얼마만큼의 사건이 그들에게 필요한 걸까요? 언약의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만나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광야에서 만난 Little Blue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 앨범. 뮤직비디오 갈무리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 앨범. 뮤직비디오 갈무리

하늘 양식이 이집트에서 나온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비처럼 주어지듯,  오늘의 경건한 청음은 바위에서 터져 나온 '작은 파랑 Little Blue' 입니다. 영국의 천재 뮤지션,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가 2주 전 새로운 싱글을 발표했는데요. 이 곡에 등장하는 '작은 파랑 Little Blue'은 곡을 하나의 서사로 관통하는 강력한 은유로 사용됩니다. 은신처로, 요람으로, 자궁으로 비유하여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으로 묘사되지요. 그리고 노래 부르는 자아의 멀지 않은 곳에서 그를 궁극의 장소, 집(Home)으로 인도하는 동반자로서 안정을 제공하는 존재로도 등장합니다.

이 곡에서는 평소 두터운 클러스터의 난해한 화성을 대담하게 즐겨 쓰던 제이콥 콜리어의 음악 서사 전개 방식과는 차별되는, 보다 단순하고 맑은 분위기가 곡의 1절 도입부를 장식합니다. 그리고 2절의 코러스에 이르자 저 멀리서 합창으로 함께 노래하는 '작은 파랑이들'의 든든한 화성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어둡고 마른 땅을 홀로 걷는 화자를 흡족히도 적시며 길로 인도해 내는 '작은 파랑 Little Blue'을, 모세에게 이끌어져 시원한 우물을 맞이한 양들처럼 목마름을 가지고 이 음악을 들어 보시지요. 이 '작은 파랑'이 르비딤의 광야를 적셨던 반석에서 터져 나온 '오늘의 흡족한 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Verse 1: Jacob Collier]

Little blue, be my shelter
작은 파랑아, 나의 은신처가 되어 줘

Be my cradle, be my womb 
나의 요람이 되고, 나의 자궁이 되어 주렴

Be my boat, be my river     
나의 보트가 되어 주고, 나의 강이 되어 줘

Be the stillness of the moon     
달의 고요함이 되어 주렴

If I could, I'd go with you   
만약에 가능하다면, 나도 너와 함께 가고 싶어

To a place I never knew   
내가 알지 못한 어딘가로

In your eyes, so dark and open    
네 눈 속, 깊이 어두우면서도 열린 곳에

There’s a light that leads me back to you    
거기에 네게로 돌아가도록 이끄는 빛이 있어

[Pre-Chorus: Jacob Collier]

'Cause you're not so far away
왜냐면 넌 그렇게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니까

I hear you say 
난 너의 말을 듣고 있는거야

"You’ll never walk alone" 
"너는 홀로 걷지 않을 거야"라는 노래를 말이야

Singin'

[Chorus: Jacob Collier]

Don't be afraid of the dark
어둠을 두려워하지 마

In your heart    
네 마음 안에서

You're gonna find a way    
너는 어떤 방법을 찾을 테지

To carry the weight of the world on your shoulders 
네 어깨 위에 세상의 무게를 지닐 수 있도록

You're gonna find a way home
너는 집으로 가는 길을 찾게 될거야

[Verse 2: Brandi Carlile, Jacob Collier]

Little blue, be my anchor
작은 파랑아, 나의 닻이 되어 줘

Be my light, my compass star    
나의 빛이 되고, 내 나침반의 별이 되어 줘

Be my darkness, be my danger    
나의 어둠이 되고, 나의 위험이 되어 줘

Be the strings of my guitar    
내 기타의 줄이 되어 줘

Little blue (Little blue), how I love you (How I love you) 
작은 파랑아(작은 파랑아),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얼마나 사랑하는지)

Somethin' strong and somethin' true    
무언가 강하고 진실한 게 있어

In your arms (In your arms), so dear and gentle    
네 품 안(네 품 안), 너무나도 소중하게

There's a home that leads me back to you    
거기에 나를 네게로 돌아가도록 이끄는 집이 있어

[Pre-Chorus: Jacob Collier]

'Cause you're not so far away    
왜냐면 넌 그렇게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니까

I hear you say    
난 너의 말을 듣고 있는 거야

"You'll never walk alone"    
"너는 홀로 걷지 않을 거야"라는 노래를 말이야

Singin'

[Chorus: Jacob Collier & Brandi Carlile]

Don't be afraid of the dark, in your heart    
어둠을 두려워 마, 네 마음 속에서

You're gonna find a way    
너는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거야

To carry the weight of the world on your shoulders    
세상의 무게를 네 어깨 위에 질 수 있도록

You're gonna find a way home    
어떤 방법을 찾을 거야

Don’t be afraid of the light, it's alright    
빛을 두려워하지 마, 괜찮아

You're gonna find your way    
네 방법을 너는 찾을거야

To carry the weight of the world on your shoulders    
세상의 무게를 네 어깨 위에 질 수 있게

You're gonna find your way home    
너는 너의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거야

[Outro: Jacob Collier, Brandi Carlile]

(Find a way home)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거야)

(You're gonna find your way home)
(너는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거야)

(In your heart)
(네 마음속에서)

(Find a way home)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거야)

(In your heart)
(네 마음속에서)

(On your shoulders)
(네 어깨 위에)

[번역: 김현지]

주) 
1) 어스름한 저녁 어둠 깔린 산등성 위에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