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사 출신 목사의 일침

저는 가끔 일을 하다 보면 행동이 느려지고 해야 할 생각 자체를 안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계획한 일이 잘 안 풀릴 때 주로 나타나는데요. 신기하게도 이럴 때면 어디선가 '일침'이 날아옵니다. 이번에는 얼마 전 만난 부흥사 출신의 목사가 피와 살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그는 20년 전 지방에 있는 대형 교회에 부흥회를 인도하러 갔답니다. 3000명이 참석한 집회를 잘 치렀다고 해요. 그 교회 담임목사가 감사 인사와 함께 사례비가 담긴 노란 봉투를 줬는데 엄청 묵직했다고…. 목사는 과연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해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봉투를 열어 봤다는데요.

노란 봉투에는 1000원으로 된 묶음 다발이 있었다고 해요. 세어 보니 총 300장, 그러니까 30만 원이 담겨 있었던 거죠.

"그거 보고 엄청 실망했지… 나를 무시하는 것 같더라고요. 3000명 출석하는 교회 치고 너무 성의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순간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대요. '복음 전하라고 보냈더니, 너는 돈을 보고 있느냐'는 꾸짖음을 들었다는 거죠. 목사는 그날 이후로 부흥회를 가더라도 일절 사례비를 안 받는다고 합니다. 뜬금없는 간증에 감동을 받고 있는데, 목사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더군요.

현재 대표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저에게 느닷없이 "발로 뛰어라"고 말했습니다. 교계 언론사 대표는 발로 뛰어 가며 목사·장로를 부지런히 만나야 한다면서 "하면 된다.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임하라"고요. 순간 해이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목사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이를 명분으로 교회나 교인들에게 후원을 요청하라"고 했어요.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 머리로 다 아는 내용인데도, 누군가를 통해 이 말을 들으니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부흥사 출신의 목사는 과거 자신처럼 돈을 보지 말고 사명감을 안고 발로 뛴다면, 지금보다 나은 <뉴스앤조이>가 될 것이라고 응원을 해 줬습니다. 때가 되면 사람을 통해 일침을 날려 주시는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별히 다가오는 8월 1일은 <뉴스앤조이> 창립 기념일인데요. 창립 23주년을 맞아 8월 한 달간 건강한 교회와 사회를 추구하는 단체를 비롯해 개인을 상대로 후원과 광고를 진행하려 합니다. <뉴스앤조이>가 계속해서 언론 사역을 잘 감당해 나갈 수 있도록, 후원과 광고로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용필

위기의 교회협, 새 총무는 '친명성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최측근 중 하나인 김종생 목사(빛과소금의집 상임이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차기 총무에 선정됐습니다. 교회협은 7월 20일 실행위원회를 열고, 찬성 46표, 반대 16표, 무효 1표로 총무 선거를 통과시켰습니다. 의결정족수 40표를 아슬아슬하게 넘었습니다. 아직 총회 인준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총무가 되기 위한 큰 고비를 넘은 셈이죠.

중요한 이유

· 교회협은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진영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 기독교회관은 과거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자 성지 역할을 해 왔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연합'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 이런 기관의 수장인 '총무'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최측근 인사라니, 당연히 에큐메니컬 진영에서는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으로 에큐메니컬 정신을 살 수 없습니다."
· 7월 20일 교회협 실행위원회를 앞두고 에큐메니컬 청년들이 든 피켓 문구 중 일부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에큐메니컬 진영 후배들은 김 목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 실행위원회에서 젊은 청년 실행위원들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투표로 넘어가려는 시도를 그냥 두지 않고, 김종생 목사에게 직접 따져 물었습니다.
· 결국 김 목사는 다시 앞으로 나와 "돈에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소명해야 했죠.

교회협의 위기
· 교회협은 여러모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회원 교단들은 WCC와 교회협이 공산주의(!)를 옹호하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8억 원가량의 부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그러니 이런 상황에 명성교회가 자본을 앞세워 교회협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돌았던 것이죠. 그러니 앞으로 교회협이 세습을 비판할 수 있겠느냐는 합리적인 의심도 나옵니다. 김종생 목사가 이런 우려를 모두 불식할 수 있을까요?

편집국 승현

'안전한 교회' 위채 첫발 뗀 대한성공회

대한성공회(이경호 의장주교)가 교무원(최준기 사제) 산하에 '성폭력 상담 창구'를 개설했습니다. 교단 내 여성 단체들이 수년에 걸쳐 협력한 결과, 지난 6월에 열린 제115차 전국상임위원회 회의의 결의를 이끌어 낸 것이지요.

세계는 지금

· 대한성공회의 이번 성폭력 상담 창구 개설은 2019년 세계성공회협의회(ACC)가 천명한 '안전한 교회'의 연장선입니다.
· 이에 따라 양성평등위원회는 2021년 <안전한 교회 - 가이드라인>(성공회출판사)을 번역·출판했고, 주교원은 '안전한 교회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죠.
· 제가 취재한 여성국장 김희영 사제, 교무원장 최준기 사제 모두 "다소 늦었지만 기쁜 소식"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8월부터 시작
· 성폭력 상담 창구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 현재 대한성공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접근성과 안전을 보장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한 핫라인 구축과 전문 상담 인력 배치 등을 위해 회의를 거듭하며 오픈을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뉴스앤조이>에 '한국 기독교 반성폭력 운동과 피해자 섹슈얼리티'를 연재하고 있는 강은정 활동가도 전문 상담가로 활동한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 '안전한 교회 만들기'를 위한 첫발을 뗀 대한성공회의 앞날을 기대해 봅니다.

편집국 운송

금요일마다 찾아오는 '경건한 청음'

저는 매주 금요일 합법적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합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이라서가 아니라, 연재 '김현지의 경건한 청음'을 편집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경청'하세요

· 경건한 청음, 줄여서 '경청'은 예배학·교회음악을 전공한 김현지 교회음악가가 매주 교회력(전례력) 성서 정과 본문에 맞춰 다양한 음악을 추천해 주는 일종의 '큐레이팅' 연재인데요.
· 저는 금요일마다 그분이 작성한 정성스러운 원고를 들여다보고 교정·교열하면서 그 주의 추천 음악을 반복해 듣습니다. 글로 표현된 알 듯 말 듯한 묵상과 예술의 세계를 가만히 귀로 듣고 한껏 느껴 보면서 말이지요.
· 지난 6월 16일, '삼위일체주일' 성서 정과 본문과 바흐의 '3성부 인벤션, 신포니아'를 엮어 소개한 첫 번째 글을 시작으로, 오늘로 벌써 일곱 번째 글을 발행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아주 즐거운 시간입니다. 교양이 절로 쌓이는 기분이고요. 웬만한 목사님 설교보다 은혜롭기도 합니다. 김현지 교회음악가와 소통하면서 "와우", "오오…", "어쩜…", "너무 좋아요"를 연발한 덕분에 '매주 감탄해 주는 금요일의 남자'라는 별칭을 하사받기도 했습니다 호호호.

교회력의 가장 큰 장점
· 저는 교회력의 가장 큰 장점이 경쟁 사회를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직선적 시간 속에 '세상과 다른 속도의 순환적 리듬'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림절부터 연중시기(ordinary season)까지 한 주 한 주 차례로 순환하며 다양한 성서 본문과 묵상거리를 제공해 주는, 거대한 시간 차원의 큐티(QT)라는 생각도 들고요.
· 일상 속에서 '아, 이번 주는 성령강림 후 몇째 주일이구나', '다음 주부터는 대림절 주간이구나' 하며 떠올려 볼 때 '세상을 (남들과 다르게) 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한 번쯤 자각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 아름다운 음악들과 함께하는 이번 연재는 교회력에 익숙하지 않은 분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교회력 본문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더더욱 깊은 묵상으로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이자 길동무가 될 것입니다. 금요일마다 찾아오는 '김현지의 경건한 청음',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과 '경청'을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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