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의식 총회장) 108회 총회를 보며 드는 첫 생각은 '과연 이것이 치유와 화합을 위한 총회인가'라는 것이었다. 총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총회 개최 장소, 여성 총대 문제 등 이미 분열이 예상되었고, 그 예상은 여지없이 적중하였다.

세상은 교회를 향해 항상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그것이 아직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라는 증거이자, 세상이 여전히 교회를 믿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교회는 세상에 마땅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회는 이미 세상의 기준이 되기를 포기한 존재인 것 같다.

세습 문제에서는 기존에 있던 세습방지법보다 퇴행하는 법을 제정하려 시도하고, 여성 총대 10% 의무 할당제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세습은 사회적 기준에도 올바르지 못한 일이다. 성평등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구호를 넘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교회가 세상이 이야기하는 기준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을 말해 주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진행한 교단 총회 실시간 리뷰에 게스트로 참여한 케이티(맨 왼쪽).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진행한 교단 총회 실시간 리뷰에 게스트로 참여한 케이티(맨 왼쪽).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세상의 기준에만 부합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새롭게 선출된 총회장은 개교회 담임목사를 뽑는 데 총회의 개입은 부당하다고 이야기했다. 이것이 과연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인 사도적 교회라는 명제에 부합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럼에도 긍정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종이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통해 생태 보존을 몸소 실천하려고 했던 모습은 많은 교회의 본보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교단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인 총회에서 종이를 줄이고 전자책으로 대신하는 모습은 전국 수많은 교회에서 주일 하루를 위하여 사용되는 종이를 줄여야 한다는 소리 없는 외침이 되었다.

총회를 규탄하는 목소리와 그에 대한 총회의 반응 또한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목사 개인의 사익으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선지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했다. 그래도 예장통합 총회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개혁연대는 온라인 참관단 신청자들에게 사전에 뻥튀기를 나누어주었다.
개혁연대는 온라인 참관단 신청자들에게 뻥튀기를 나누어 주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예장통합 총회는 정의는 부족하고 개혁은 멀어져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정의를 향한 희망과 개혁으로의 가능성도 보여 주었다비록 총회 안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앞으로도 냉정한 눈과 머리, 그리고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총회를 지켜봐야겠다. 총회가 부끄럽고 슬프다며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잘못된 걸음을 옮길 때라도, 누군가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행하고 그곳에서 외쳐야 하니까.

케이티 / 교회개혁실천연대 청개구리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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