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두 번째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난 직후입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것처럼, 두 번째 감염은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걸린 것인지 종잡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더욱이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열흘 전, 만 네 살 된 제 아이가 고열이 지속돼 3박 4일간 입원을 했습니다. 입원실에 보호자가 한 명밖에 허락되지 않아 입원해 있는 동안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어렵게 퇴원했는데, 이틀 만에 제가 코로나에 걸린 것입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3박 4일 24시간을 아이와 붙어 지내고 왔는데, 격리 권고 기간인 5일간 또다시 아이를 24시간 케어하게 된 것입니다. 누구를 원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아내도 정말 힘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대역 죄인이 된 것마냥 마스크를 두 개나 쓰고 멀찍이서 아내와 아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다행히도 증상은 심하지 않았는데요. 미열은 이틀 지나니 떨어졌고 목이 아픈 것도 사흘 지나니 가시더군요. 아직 기침은 좀 남아 있습니다만, 몸이 아픈 것보다 무엇을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힘들더라고요. 가족과 회사, 이웃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자책감과 자괴감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건강하지 못할 때는 건강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누리고 사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함께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요새 날씨가 몹시 무덥습니다. 독자님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아보는 잠깐의 여유가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편집국 권효

재판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2차 가해

무슨 일이야?

· 지난해 11월 보도한 권 아무개 목사 사건 기억하시나요? 서울 구기동에 위치했던 구기동영광교회에서 권병기 담임목사가 20대 초반이던 여성 교인을 그루밍해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인데요.
· 보도 당시 권 목사는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2심에서도 형량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올해 4월, 대법원은 권 목사의 상고를 기각해 형을 최종 확정했고요.

"할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던 권 목사는 2심에 와서야 모두 시인했습니다.
· "손녀를 보는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청년 교인들에게 스킨십을 해 왔고, 피해자가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진 줄로 착각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지만요.
· 권 목사와 피해자의 나이 차는 50세가 넘는데, 목회자가 저런 식으로 끔찍한 범죄를 정당화하다니 어이가 없더라고요.

2차 가해에 시달리는 피해자

· 오랜만에 피해자에게 연락해 안부를 물었습니다. 보도 이후 수개월이 지났고, 형사재판도 끝났으니 어느 정도 가볍고 홀가분한 반응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피해자는 권 목사를 따르는 교인들이 아직도 권 목사의 범행을 믿지 않고, 피해자를 탓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더라고요.
· 권 목사가 이어진 민사소송에서 다시 범행을 부인하고 모두 피해자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요. 재판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2차 가해에 그가 얼마나 힘들까 싶었습니다.

교회의 반응은?

· 교회에도 연락해 봤습니다. 권 목사의 아내이자 그를 이어 현재 새로운꿈의교회(구기동영광교회 후신)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고 아무개 목사가 "어떤 대답을 듣고 싶냐", "아직도 할 게 남았냐"며 화를 내더라고요.
· 곧바로 전화를 넘겨 받은 부목사도 "이게 바로 2차 가해"라며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습니다.
· 권 목사와 교회가 잘못을 돌이키고 피해자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길 바라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편집국 수진

촌스러운 기독교 책은 이제 그만
'뉴진스'스러운 세련됨으로 승부한다

"그 1인 출판사 인터뷰 재미있었는데, 더 안 해요?"

1인 출판사 인터뷰 시즌2 시작

· 지인들을 만나거나 업무상 미팅을 할 때면 심심찮게 들었던 말입니다.
· 2년 전 야심 차게(?) 시작해 다섯 분의 기독교 1인 출판사 대표님들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 인터뷰 당사자들도 만족해 하고, 독자분들 반응도 생각보다 좋았음에도 이후 추가 섭외 실패 및 저의 게으름… 때문에 계속 이어 가지 못했더랬습니다.
· 저런 반응을 마주할 때마다 늘 민망하고 면구스러웠는데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1인 출판사 인터뷰' 시즌 2 느낌으로다가….

첫 번째 주인공은?

· 그렇게 도서출판 '뜰힘'의 최병인 대표를 만났습니다.
· 네, 작년 화제의 도서 <예수가 하려던 말들>을 낸 그 출판사입니다.
· 알고 보니 최 대표는 저와 동갑내기더군요. 이승우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는 점, 신학을 전공했다는 점 등 공통점이 많아 재미있게 대화 나눌 수 있었습니다.
· 무엇보다 "전공 서적인 신학 책을 지하철에서 꺼내 읽는 것이 부끄러웠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기독교 책 특유의 어떤 '촌스러움'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어 슬프기도 했습니다(사실 그렇게까지 슬프진 않았어요).

출판계의 뉴진스!

· 최병인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뜰힘의 출판 모토는 '세련됨', '다채로움', '권사님'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그가 기독교 출판 시장을 언급하며 걸그룹 '뉴진스'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 부분도 재미있었고요(궁금한 분은 인터뷰를 읽어 주세요!).
· '뜰힘'은 말 그대로 '뜨는 힘', 다른 말로 '부력'이기도 한데요.
· 기독교 출판 시장을 고사시키는 진부함과 획일성의 중력을 거슬러, 세련됨과 다채로움의 부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뜰힘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편집국 운송

이럴 거면 왜?

이상한 재판 과정

· 이해되지 않는 것투성이였습니다. 관련 없는 제 3자가 이동환 목사를 '고발'한 것도 황당한데, 재판 과정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 이 목사를 기소한 심사위원과 고발인이 같은 지방회 소속이라는 중대한 하자가 불거졌는데요(제척 사유에 해당).
· 기소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재판위원들은 재판을 곧바로 중단하지 않고 시간을 하염없이 끌어오더군요.
· 이 사건을 다루는 심사위원회·재판위원회가 정말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지, 한쪽 편에 서서 명분 쌓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절차적 하자로 공소 취하

· 결국 심사위원회는 재판이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나서야 공소를 취하했습니다.
· 그동안 이동환 목사의 직무가 정지됐고,
· 네 차례나 재판정에 오가며 반동성애 세력의 비난과 정죄에 시달려야 했는데,
· 그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어요.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공소를 취하하는 심각한 문제가 벌어졌는데도 별다른 책임이나 잘못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무책임한 심사위원회 태도

· 이 같은 모습은 이동환 목사의 과거 교단 재판에서도 반복됐어요.
· 그때마다 관계자들은 "우리는 법조인이 아니라서", "교회 재판의 특수성이 있어서"라는 변명을 거듭해 왔습니다.
· 하지만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양해해 달라고만 한다면 교단 재판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 오죽하면 이동환 목사 측이 "또다시 재판을 연다면 절차적 하자를 만들지 말아 달라"고 당부할 정도일까요.
· 이동환 목사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의 안타까운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 "(고발인 측은) 이 목사가 교회 기능을 마비시켰다고 하는데, 정작 심사위원회의 잘못된 기소로 한 목회자와 교회의 기능이 마비된 것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사과나 조치가 없느냐."

편집국 수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