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힘은 아래를 향하는 힘에 반하여 위로 뜨려는 힘입니다."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기독교 1인 출판사 '뜰힘'에서 출간된 책의 판권지에는 위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말로는 '부력浮力'. 최병인 대표(29)는 자신의 '최애' 소설가인 이승우 작가의 단편 '마음의 부력'과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에서 영감을 얻은 이 단어의 뜻과 뉘앙스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물에 뜨게 만드는 그 힘이 '하나님의 은총'을 닮았다고, 늘 애를 쓰며 살아온 자신의 삶의 태도에 큰 반향을 줬다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차마 출판사 이름을 '부력'으로 정할 수는 없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병인 대표는 아신대학교(구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현재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을 밟으며 나들목양평교회 청소년부에서 사역하고 있는 전도사이기도 하다. "제가 가진 제1 정체성은 목회자"라고 말하는 그가 1인 출판사를 차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중요시하는 출판 방향은 무엇일까.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면 '세련됨', '다채로움', '권사님', 그리고 '뉴진스(New Jeans)' 정도가 되겠다. 이걸 본 당신은 이미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기자와 동갑내기이면서도 기자와 다르게 앳된 얼굴에 앳된 목소리를 가진, 소년미 넘치는 최병인 대표를 7월 26일 서울 중구 필동 희년평화빌딩에서 만났다. 작년 9월 첫 책을 시작으로 출판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각기 다른 색깔의 책 3권(인문서, 소설, 실용서)을 출간했으면서, 또 다른 색깔의 책을 준비하고 있는 그의 얘기를 들어 본다. 바야흐로 '1인 출판사 인터뷰' 시즌 2의 시작이다.

도서출판 뜰힘 최병인 대표를 7월 26일 만났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도서출판 뜰힘 최병인 대표를 7월 26일 만났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목회 준비하려고 출판사 그만뒀는데
결국 1인 출판사를 시작했다

최병인 대표는 학부를 졸업한 뒤, 한 기독교 출판사에 기획자로 취직해 일하다가 편집 일을 병행하게 됐다. 상사의 권유로 엉겁결에 겸임한 편집자 직무였지만, 막상 원고를 만져 보니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았다. 그렇게 사내 유일의 '기획편집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3년간 열심히 일했다. 그랬던 그가 결국 퇴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더 늦기 전에 '본업'으로 복귀하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목회를 준비하며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운명인지 뭔지, 출판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종종 가욋일로 외주 편집을 하게 됐다. 공을 들여 작업한 원고가 '내 새끼'처럼 느껴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외주 편집을 하다 보니, 정말 애써서 작업한 원고를 온전히 책 한 권으로 만들지 못하고 그냥 떠나보내는 느낌이 컸어요. 책을 만드는 여러 공정의 한 부분만을 맡는다는 느낌이랄까요. 내가 쓴 책도 아니면서 되게 아쉽더라고요. 떠나보내지 않고 가지고 있고 싶었어요.(웃음)"

결국 2021년, 직접 출판사를 차리기로 했다. 향후 이중직 목회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잘될 거라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어느 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를 쌩쌩 지나다니는 값비싼 외제 차들을 보며, 최 대표는 막연하게 이런 생각을 했다. '돈이 나한테 없는 거지, 세상에 없는 건 아니구나. 좋은 책을 내서 그걸 나한테 가져오면 되겠구나. 출판사 차리면 나 하나 먹여 살릴 돈이 안 나올까'. 그런 생각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출판사 등록을 마쳤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기존 기독교 출판사들이 만족시켜 주지 못한 '취향'과 '감수성'의 문제였다. 신학교 시절, 학교가 있는 경기도 양평에서 서울로 나오려면 지하철을 2시간가량 타야 했다. 그때마다 최 대표는 신학 서적을 펴서 읽었다. 알 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신학교에서 교재로 쓰는 책들이 보통 어떻게 생겼는지. 양손에 받쳐 들기도 버거운 두께의 양장본, 표지에 부담스러운 크기로 박혀 있는 신학자 '할아버지'의 얼굴, '개혁주의 종말론' 같은 무시무시한(?) 제목, 게다가 글씨체 너마저도…. 최 대표는 남들 앞에서 전공 서적을 꺼내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지하철 타는 시간이 기니까 책을 안 볼 수는 없는데, 꺼낼 때마다 표지를 숨기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뭔가 부끄러웠어요. 말로 설명하기는 되게 어려운데, 기독교 책들이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한마디로 디자인에 관한 부분이죠. 조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독자들까지도 아우를 수 있게… 촌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는 거예요. 같은 텍스트라도 다른 옷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읽는 기독교 책이 조금 더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지하철에서 읽어도 부끄럽지 않은, 세련된 기독교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인터뷰 날은 지하철에서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면서 왔다는 최병인 대표였다. 표지를 내놓고 읽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면서.

뜰힘의 정체성은?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책 이야기

뜰힘 출판사가 처음 낸 책은 작년 9월 출간된 <예수가 하려던 말들>이다. 예수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구 철학자들의 사상적 아이디어를 차용해 예수의 비유가 지닌 급진성을 드러내는 인문·철학 서적이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내리 4쇄를 찍으며 대박이 났다. 기독교계는 물론, 기독교와 전혀 무관한 유명 도서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기독교 서적 최초로 소개될 만큼 일반 독자들에게도 호응이 좋았다. 물론 표지도 아주 예쁘다. 1인 출판사로서는 그야말로 쾌조의 스타트. 최 대표는 이 책의 성공을 예상했을까. "하나도 예상 못 했다"가 그의 답이었다.

뜰힘의 첫 책 <예수가 하려던 말들 - 예수의 비유에 관한 성서학적·철학적 사색>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뜰힘의 첫 책 <예수가 하려던 말들 - 예수의 비유에 관한 성서학적·철학적 사색>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최병인 대표는 이 책의 기획 과정을 소상히 기억했다.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얇은 책 <바울 - 차별과 불평등의 장벽을 넘어서>(살림)가 단초였다. 첫 두세 쪽을 읽은 최 대표는 저자의 '필체'에 매료되어 홀린 듯이 서칭을 한 뒤 다짜고짜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바로 <예수가 하려던 말들>을 쓴 김호경 교수(서울장로회신학교)였다. 당시 김 교수는 '예수의 비유'에 꽂혀 있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저는 기독교 출판계 내의 글쓰기 방식이 다채로웠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바울>이라는 책을 보면서 느낀 거죠. '아, 이분 글 되게 잘 쓰신다'. 그래서 이메일을 보냈어요. 원래는 '바울과 여성'에 관한 책을 써 주시길 바랐는데, 교수님은 '예수님의 비유'를 쓰고 싶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뭔가 느낌이 안 왔지만, 교수님 글쓰기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대화하며 조율을 해 나갔어요. 저자의 발견부터 이메일로 컨택하는 과정, 함께 소통하며 책을 만들어 가는 모든 순간이 되게 즐겁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책이 잘되고 나니까 '내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감각에 대한 니즈가 사람들에게 있구나', '책이 이렇게도 흘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위로도 많이 됐고 방향성에 대한 확신도 생겼던 것 같아요."

첫 책의 성공으로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말한 최 대표가 출간한 뜰힘의 두 번째 책은, 주원규 작가의 소설 <벗은 몸>이다. 올해 3월에 나온 이 책은 자폐 아이를 둔 목회자 가정이 겪는 일을 다룬다. 주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이 "모순, 그것도 종교적 정답의 모순에 관한 낯선 질문", "생소하지만 피해서는 안 되는 질문, 근원적인 우리 사회의 편견과 정상성에 관한 질문", "사회적 통념과 모럴에 관한 첨예한 갈등을 일소하려는 종교의 획일적인 해법 제시에 관한 다소 도전적이고 솔직한 질문"(246~247쪽)을 담고 있다고 밝힌다.

<벗은 몸>은 한마디로 사회적 리얼리즘을 다루는 일종의 고발문학이다. 최병인 대표는 사실 평소 이런 종류의 책을 즐겨 읽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출간한 이유는 이와 같은 불편한 시선과 현실 직시가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원규 작가님의 소설은 대부분 읽으면 되게 불편해요. 그러니까 분명히 있는데도 우리가 보지 않으면서 사는 것들을 이분은 보여 준단 말이죠. 이 책을 봐도 굉장히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감정들이 직관적으로 올라와요. 기독교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무언가를 무마하려는 언어들, 종교적인 폭력들을 조금 과장해서라도 들춰내거든요. 일반 문학 분야로 냈는데, 기독교 분야로 냈으면 어땠을까 조금 후회하고 있어요. 그랬다면 기독교인들에게 더 많이 노출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운 마음이 있어요."

두 번째 책 <벗은 몸>과 세 번째 책 <챗GPT 목사님 안녕하세요>. 뉴스앤조이 여운송
두 번째 책 <벗은 몸>과 세 번째 책 <챗GPT 목사님 안녕하세요>. 뉴스앤조이 여운송

뜰힘의 세 번째 책은 목회·신앙생활 실용서라고 할 수 있는 <챗GPT 목사님 안녕하세요>다. 챗GPT가 등장해 세간을 뜨겁게 달굴 때, 최 대표는 아신대학교 교수진 5명과 함께 발 빠르게 움직여 올해 4월 기독교 출판계 최초로 관련 단행본을 엮어 냈다. 챗GPT를 지역 교회 목회자로 상정해 여러 신앙적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교수들이 인공지능의 목회 적용 가능성과 한계를 논하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여기서 잠깐, 첫 책은 인문·철학서, 두 번째 책은 소설, 세 번째 책은 '갑자기 분위기 챗GPT'…? 표지 디자인의 '세련됨'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은 알겠으나, 이쯤 되면 출판사 정체성이 뭔지 헷갈린다. 최병인 대표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묻지도 않은 이 얘기를 먼저 꺼냈다. 그리고 이 종잡기 어려운 컨셉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챗GPT 목사님 안녕하세요>가 나오고 나서 뜰힘이 대체 무슨 출판사냐고 묻는 분이 꽤 계셨어요. 근데 이게 제 감성이거든요. 저는 고전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봐요. 챗GPT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뭔가 새로운 사안이 등장하면 신학자·목회자들이 이런 책을 내 주면 좋겠어요. 그게 교회 현장에도 꼭 필요하다고 보고요. 이 책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독일에 있는 루터교회에서 진짜 챗GPT 목사가 설교를 하기도 했어요. 이게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거든요.

 

뜰힘의 출판 방향을 묻는다면 부정의 맥락으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걸 하고 싶다'가 아니라 '이건 하기 싫다'로요. 일단 엘리트주의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학 전공자들만 읽는 책은 지양하고 싶어요. 저희 교회 권사님에게도 선물해 드릴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은 거죠. 다른 말로는, 교회 현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교회를 사랑하거든요.(웃음) 그래서 책을 낼 때는 항상 일반 신자들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옷을 입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좀 애매한데, 특정 '색깔'을 갖고 싶지 않아요. 저는 이 책 저 책 다 내고 싶거든요. 물론 성서학 전문 출판사나 철학 전문 출판사도 필요하고, 신학을 공부하는 독자로서는 너무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게 제 역할은 아닌 것 같아요. 제게 그 정도의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특정 장르보다는 글쓰기의 다채로움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저는 더 좋아요. 앞으로도 그런 저자들을 발굴해서 책을 내고 싶어요. 그런 다양성이 뜰힘의 매력이 되지 않을까요."

"출판인의 역할은 '플랫폼'"
기독교 출판의 미래는 '뉴진스'?

어딘지 모르게 두루뭉술하지만 또 충분히 납득이 되는 최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이것이야말로 그 누구에게도 컨펌을 받을 필요 없는,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1인 출판사'의 매력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다음 책으로는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에 나올 책 <나는 왜 불안한 사랑을 하는가>는 또 다른 장르인 '심리학', '사랑론'을 다룬다. 저자인 권요셉 교수(인하대학교)가 사랑에 관한 심리학 책을 쓰려고 했을 때, 최병인 대표는 거기에 아가서 텍스트를 입혀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의 불안한 사랑을 통해 현대인들이 겪는 사랑의 현실을 드러내 보자는 것이었다.

"출판인은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자의식이 강하다 보면, 아무래도 내 관심사에 맞춰서 저자를 끌고 가게 되는데요. 저는 오히려 저자가 자기의 것을 가지고 왔을 때 그것을 극대화하는, 함께 상의하고 풀어 나가면서 세련된 옷을 입혀 주는 편집자 역할이 제게 맞다고 봐요. 이번에 나올 아가서 책을 만드는 과정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뜰힘은 투고에도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투고로 들어오는 글들도 좋은 게 많더라고요.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원고를 보내 주세요."

최 대표의 '플랫폼 출판론'은 그의 편집자적 정체성과도 잇닿아 있다. 뜰힘은 다양한 색채를 지닌 작가들의 투고를 기다린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최 대표의 '플랫폼 출판론'은 그의 편집자적 정체성과도 잇닿아 있다. 뜰힘은 다양한 색채를 지닌 작가들의 투고를 기다린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나는 왜 불안한 사랑을 하는가> 외 앞으로 다룰 책들도 다채롭다. 올해에는 목수 일을 하는 목사의 이중직 에세이, MZ 세대에 대한 교회론적·인류학적 고찰을 출간한다. 내년부터는 신학 책들도 나올 예정이다. 삼위일체론을 다루는 책, 예수의 식탁과 1세기 교회를 다루는 책을 구상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 듯 향후 출간 계획을 말하는 최 대표의 얼굴에 웃음기가 만연했다.

최병인 대표가 바라보는 기독교 출판계의 전망은 어떨까. 책 만드는 일의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그이지만, 기독교 출판 시장 자체에 확장성과 다양성이 사라져 가는 현실이 씁쓸하다.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특정 교회·단체가 요구하는 콘텐츠가 주로 생산되다 보니, 전혀 새롭지 않은 진부한 담론, '그 옛날 그 작가(목사)의 그 책'만을 우려먹는 식의 출판 행태가 굳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서 말한 '기독교 책 특유의 분위기'만 남고, 그에 염증을 느끼는 많은 이가 기독교 출판물에서 아예 관심을 거두고 있다고 느낀다.

기독교 출판 시장의 확장성을 고민하고 있는 최병인 대표는 최근 걸그룹 '뉴진스'의 앨범을 구매하면서 느낀 바가 컸다고 했다. 2007년 '드렁큰타이거' 7집 이후 무려 16년 만에 돈 주고 앨범을 사 봤다며, '시장 바깥'에 있던 자신을 앨범 구매에까지 이르게 한 이 힘이 뭘까 생각하게 됐다고. 답은 확장성 그 자체가 아니라 '세련됨'이었다. 다시 말해, 뉴진스가 뭔가를 확장한 게 아니라 뉴진스의 세련됨에 최 대표가 끌린 것이다. 최 대표는 이것이 기독교 출판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본다.

"제게는 <예수가 하려던 말들>이 준거점이에요. 예수의 말은 굉장히 기독교적이면서도 보편적이거든요. 비종교인들도 예수에 대한 리스펙이 있잖아요. 우리가 애써 바깥으로 확장하려고 할 필요가 없어요. 기독교의 본질적인 것들 중에는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궁금해할 만한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거든요. 그걸 옅게 만들려고 할 때 오히려 이상해져요. 우리는 우리가 가진 콘텐츠로 승부하면 된다고 봐요. 다만 그걸 다룰 때 옷을 세련되게 입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일반 독자들도 <예수가 하려던 말들>에 호응을 해 줬다고 보고요."

하지만 기독교 출판 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결국 기독교인 독자들이다. 기독교인 독자들이 도와줘야 자본과 진부함의 중력을 거스르는 다양성의 부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최병인 대표는 그들에게 이렇게 부탁하고 싶다.

"뜰힘의 책을 비롯해서 기독교 책들을 계속 읽어 주시면 좋겠어요. 주변에 선물도 많이 해 주시고요. 아직 기독교라는 울타리 안에는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게 많아요. 주류를 이루는 책들만 보고 '기독교 책은 별로'라는 편견을 갖기보다는, 조금 진득히 남아서 살펴보시고 다양한 기독교 책을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어요. 다채로움이 살아남아야 시장도 커지고 교회에도 그만큼 좋은 문화가 형성될 테니까요."

최병인 대표는 기독교 출판계에 다양한 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독자들에게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최병인 대표는 기독교 출판계에 다양한 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독자들에게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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