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대한성공회(이경호 의장주교)가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 창구를 개설한다. 대한성공회는 6월 22일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린 제115차 전국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교무원(최준기 교무원장) 산하에 '성폭력 상담 창구'를 개설하기로 결의했다.

'성폭력 상담 창구'는 여성국·여성선교센터·여성활동단체협의회·양성평등위원회 등 대한성공회 관구 내 다양한 여성 단체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협력해 온 결과물이다. 2021년에는 양성평등위원회가 세계성공회 안전한교회위원회의 <안전한 교회 - 가이드라인>(성공회출판사)을 번역·출간했고, 이에 따라 대한성공회 3개 교구 주교로 구성된 주교원이 '안전한 교회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성공회가 성폭력 상담 창구를 개설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대한성공회가 성폭력 상담 창구를 개설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현재 대한성공회는 성폭력 상담 창구 개설 준비와 관련 논의로 분주하다. 이 일을 추진해 온 대한성공회 여성국장 김희영 사제(전주교회)는 7월 4일 기자와 만나 "성폭력 상담 창구는 여성을 비롯해 교회 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소수자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여성 선교 운동의 결실이다. 헌신적으로 사목해 온 여성 사제들과 여러 사람이 노력해 온 결과가 미흡하게나마 가시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굉장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김희영 사제는 "교회 내에서 계속 발생하는 성폭력 피해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은폐·축소하려는 관습, 예방·대책·대응이 미비한 암울한 현실이 성폭력 상담 창구 개설을 추진한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사회 변화와 맞물려 교회도 더 이상 성폭력 문제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교회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그런 흐름이 2021년 <안전한 교회>의 번역·출간과 주교원 성명 발표, 이번 상담 창구 개설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전국 상임위원회 회의 내에서도 신중론을 펴거나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있었다. 김희영 사제는 "아무래도 성 관련 문제를 금기시해 온 분위기가 있다 보니, 거룩한 교회에서 이것을 드러내 놓고 논의하면 공동체가 와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도 계셨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여러 여건을 갖추고 나서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해도 너무 늦은 상황이니, 일단 만들고 차후에 수정·보완해 가는 방향이 맞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첫발을 뗐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과 기대감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여성국장 김희영 사제는 안전하고 건강한 교회에 대한 공감대가 성폭력 상담 창구 개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여성국장 김희영 사제는 안전하고 건강한 교회에 대한 공감대가 성폭력 상담 창구 개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상담 창구 총책임자인 교무원장 최준기 사제는 7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사실 우리 대한성공회가 이런 부분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교단인데 상대적으로 조금 늦었다. 그럼에도 상담 창구가 개설된 것은 정말 축하하고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다. 주교원에서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준기 사제는 "상담 창구가 잘 운영돼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개설 자체로 교회 내 신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땅에서 여성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 돼야 한다. (상담 창구 개설은) 그런 교회를 만드는 중요한 초석으로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의 과오나 실수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성공회는 성폭력 상담 창구에 핫라인과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해 교회 내 성폭력에 신속히 대응하고, 피해 상담자들의 접근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체계와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독교대한감리회 등 상담 창구를 갖춘 타 교단의 사례를 참고해 7월 중 조직 및 세부 운영 규정 등에 관한 논의를 거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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