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불안한 사랑을 하는가 - 아가서에 나타난 사랑론> / 권요셉 지음 / 뜰힘 펴냄 / 266쪽 / 1만 7000원 
<나는 왜 불안한 사랑을 하는가 - 아가서에 나타난 사랑론> / 권요셉 지음 / 뜰힘 펴냄 / 266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아가서에 담긴 '사랑'과 '불안'을 자크 라캉의 관점에서 다룬 책. '라캉의 분석가 담화'로 박사 학위를 받은 권요셉 목사가 썼다. 솔로몬과 술람미의 이야기를 통해 애착, 불안, 강박, 히스테리, 소유, 자유, 상호성과 같은 주요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중동에서 아랍어학·신화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가서를 아랍 설화와 연결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왕과 시골 여인의 사랑 이야기라는 해석에 기대어, 아가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라캉의 관점에서 자세히 묘사한다. 

"라캉은 신경증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랑과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라캉에 의하면 모든 사랑은 신경증이다. 신경증을 일으킬 정도가 아니라면 사랑이 아니며 사랑은 필연적으로 신경증을 동반한다. 신경증은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내부에서의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이다. 주로 긴장과 우울, 강박과 히스테리로 그 증상이 나타나는데, 사랑의 여정에도 긴장과 우울, 강박과 히스테리적 증상들이 두서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증상들의 중심에는 불안이 있다. 라캉에 의하면 신경증적 현상은 낯선 것에 대한 반응이다. 긴장은 낯선 것이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동이고, 우울은 모든 낯선 것을 포기하는 정동이며, 강박은 낯선 것이 나타났을 때 익숙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반응이고, 히스테리는 자신을 낯설게 만드는 반응이다. 강박적 사람도 사랑을 할 때는 히스테리가 나오고, 히스테리적 사람도 사랑을 할 때는 강박이 나오기도 한다. 평안한 사람도 사랑을 할 때는 불안해지고 아무리 행복한 사람도 사랑이 떠나가면 우울해진다. 사랑은 원래 있던 것들을 재편하는 힘이 있다. 사랑을 통해 원래 있던 것을 재편하기 위해서는 불안이라는 낯설음의 감정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프롤로그, 13~14쪽)

 

"어떻게 말하면 그대가 안심이 될까? 음, 그대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졌다. 60명의 왕비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내게 있다. 그러나 그대는 규정되지 않고, 자유롭고, 바람이 불었다. 그대는 비둘기처럼 자유로워. 그대는 내 앞에서 여전히 자유로운 모습이었으면 좋겠어." (1부 사랑은 대상이 있다-01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31쪽)

 

"없는 것을 사랑하든, 상실한 것을 사랑하든, 사랑은 결핍과 관련이 있다. 모든 욕구를 충족해 주던 어머니가 더 이상 욕구를 충족해 주지 않는 그 순간부터 인간은 절대적 애정을 상실하고 결핍을 지닌 존재가 된다. 그렇게 인간은 사랑할 조건을 갖춘다. 결핍은 사랑의 조건이자 자격이다." (1부 사랑은 대상이 있다-01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32~33쪽)

 

"그래, 그대가 나의 사랑이다. 그대 사랑은 도장 새기듯이 나의 마음에 새겨졌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타오르는 거센 불길 같구나." (3부 사랑에 이름 붙이기-16 공감이 사랑이다, 250쪽)

 

"사랑이란 현재의 감정이 과거의 서사와 융합되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입장에서 보면 사랑에 대한 해석은 애매하고 모호하다. 그래서 완전히 셈해지지 않고 그런 만큼 불안해진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서사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서로의 감정이 셈해질 수 있으면 불안은 사라지고 희락이 남는다. 서로의 감정과 서사를 셈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 그러다 불안에 지치게 되면 자기 해석만 남아 불만으로 변하고 만다. 사랑은 불안을 동반하는 어려움이 있고 서로 감정을 셈하려는 많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다른 경험으로는 만들 수 없는 희락과 치유적 서사를 만들 수 있다." (에필로그, 265~266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