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절에 맞는
새로운 힘을 길어 내시길

독자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2023년 상반기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틀 전부터 적용된 '만 나이' 어쩌고 덕분에 별안간 다시 20대로 돌아가 2023년 하반기를 맞게 됐네요. 사실 한두 살 어려졌(?)다고 막 좋아할 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다소 시큰둥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권여선 작가가 얼마 전 <각각의 계절>(문학동네)이라는 소설집을 냈습니다. 초판 한정으로 삽입된 엽서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언제나처럼 소설 내용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은 엽서에서 더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다소 길지만 독자님과도 나누고 싶어 인용해 봅니다. 능소화 피어나는 초여름을 거쳐 새로운 계절을 맞는 이 시점에, 독자님에게도 작은 위로로 다가가길 바라 봅니다.

"이번 소설집의 제목은 '하늘 높이 아름답게'의 마지막 문장인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필요하지요'에서 나왔습니다. 살면서 보니, 어느 시절을 살아 내게 해 준 힘이 다음 시절을 살아 낼 힘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다음 시절을 나려면 그전에 키웠던 힘을 줄이거나 심지어 없애거나 다른 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힘은 딱 그 시절에만 필요했던 것인데 계속 그 힘으로만 살려고 하다 추해지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죠. 우리가 한 생을 살아 내려면 한 힘만 필요한 게 아니라 각각의 시절에 맞는 각각의 힘들, 다양한 여러 힘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원래는 자연의 단일한 흐름일 뿐인데 우리가 그것을 나려면 각각의 다른 힘이 필요하니까, 봄에는 쟁기질하는 힘, 여름에는 더위를 무릅쓰고 가꾸는 힘, 가을에는 수확하는 힘, 겨울에는 버티는 힘 등이 필요해서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분절해 각각의 계절로 다르게 네이밍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니까 자연의 '각각의 계절'은 인생의 '각각의 시절' 같은 의미입니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필요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새로운 계절에 맞는 새로운 힘을 길어 내시길 바랍니다." (2023. 권여선)

편집국 운송

'교회 재판' 실상에 '현타' 온 변호사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베풀고, 그들을 환대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가 두 번째 종교재판을 받습니다. 6월 27일, 안양시에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경기연회 본부에서 첫 재판 기일이 열렸는데요. 여느 재판과 다를 바 없이, 이날도 재판위원회는 절차상 논란을 낳으며 미숙함을 드러냈습니다.

무엇이 문제?
· 공개재판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더러,
· 이동환 목사 측 변호인도 두 명만 들어오라고 하는 등 모든 것이 마음대로였습니다.
· 왜 하필 두 명이냐 하면, 고발인 측 '참관인'도 두 명 들여보내기로 했으니 그게 공평하다는 이유였습니다.
· 심지어 경기연회는 제멋대로 재판위원장을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교회 재판인가
· 재판을 마치고 나온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의 표정이 인상에 깊이 남습니다. 지난 몇 년간 황당한 교회 재판의 실태를 뼈저리게 절감한 최 변호사는, 재판 때마다 교리와장정 규정을 무시하고, 공개재판 원칙도 무시하며 진행하는 위원들에게 화도 내고 강변도 하면서 분노를 숨기지 않았는데요.
· 27일 재판을 마치고 나온 최 변호사의 표정에는 '현타'가 가득했습니다. '이건 재판위원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그냥 교회 재판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표정이었어요. 최 변호사는 "이 재판에 이렇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든다"고도 했습니다.
· 이런 꼴 숱하게 보고 살아 낯설지 않은 감리회 목사들이 되레 최 변호사를 위로해야 하는 진풍경이었습니다.

법과 원칙보다 처벌이 목적
· 성경과 교단 헌법에 근거해 '동성애 지지'를 처벌하겠다면서, 법과 원칙은 안중에도 없는 교회 재판.
· 그토록 한국 사회와 교회에 중요한 재판이라면, 정말 심혈을 기울여 재판하고, 위법 논란이 없게 하고, 누구나 이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게 마땅하겠죠.
· 치밀하고 논리적인 이유를 내세워 이동환 목사를 징계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일부 혐오 스피커의 눈치를 보며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 이동환 목사를 정죄하는 이 종교재판이 중세 시대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뼈아픈 이유입니다.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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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비공개', '절차 무시'…반복되는 이동환 목사 재판
· [기획] 교회 재판을 재판한다 

 

우리 사회가 진실과 안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서도록 

이 뉴스레터를 받아 보시는 지금, 국회 본회의의 '이태원참사특별법'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소식이 들려왔기를 바랍니다.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 여당을 제외한 국회의원 183명이 공동 발의한 만큼 중대한 사안이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직접 나서서 유가족과 약속한 일이었으니까요.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
· 이태원참사특별법의 핵심 골자는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의 설치입니다.
· 정부와 여당은 참사 이후 이미 많은 조사가 이뤄졌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참사와 관련해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 "몰랐다, 보고했다, 지시했다, 최선을 다했다"가 정부가 내놓은 답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유가족을 단 한 번도 만나 주지 않았고, 참사 부실 대응 및 은폐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애당초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구속 수사를 받다가도 속속들이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습니다.

정쟁이 된 특별법
· 이런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정부 기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참사의 근본적·구조적 원인을 조사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반대할 명분이 있을까요? 이런 사안마저도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유가족들의 마음은 문드러져 갑니다. 부디 유가족들의 간절한 바람대로, 참사 1주기 내에 특별법이 제정되어 우리 사회가 진실과 안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국 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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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하고 독립적 특별조사위 조속히 설치해야"

 

자발성이야말로 청년들의 무기

몇 달 전, 기독연구원느헤미야에서 특강을 들었습니다. 옆에 앉은 30대 초반 여성 참가자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는데요. 그분은 자신이 대전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강의를 듣기 위해 부지런히 아침 기차를 타고 왔다면서요.

그분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에는 여러 단체에서 각종 강의·워크숍을 열기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다고요. 어쩌다 보니 지역 교회 청년의 한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 예술 선교 단체'에 참여하고 있었는데요. 청년들이 스스로의 필요를 위해 만든 단체라고 했습니다. 신앙 관련 강의를 듣거나, 성경 공부를 하거나, 일상에서 부딪히는 고민, 기후 위기와 같은 사회문제 등을 서로 이야기하기 위해서요.

제가 주목한 건, 이들이 모두 서로 다른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형 교회가 중심이 되어 만든 것도 아니었고, 같은 교회 청년들이 조직한 것도 아니었죠. 어쩌다 우연히 알게 된 지역 청년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소규모 모임이었어요.

단체 핵심 관계자(?) 세 분을 인터뷰했습니다. 세 분 중 두 분의 MBTI 성향이 대문자 'E'여서, 인터뷰라기보다는 거의 폭풍 수다를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다 온 것 같은데요(^^). 사이다같이 시원하고 청량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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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가 답답한 청년들에게 '팔로우온'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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