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진격의 교인'들을 소개합니다. 성서가 강조하는 가치와 뜻을 실천하기 위해 일상에서 진격하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기독교의 역할과 모습을 찾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교회에서는 성경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목사님께 말씀을 더 배우고 싶다고 하니까, 예배 설교로 충분하지 않느냐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임이름 씨(32)는 황당하고 답답했습니다. 3년 넘게 평신도 간사로 지내면서 하고 싶은 사역이 많았습니다. 성경 공부나 책 읽기 같은 관심사 모임도 열고, 또래 청년들과 재밌는 활동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교회 특성상 이런 활동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기혼 여성인 이름 씨는 여선교회 소속이었으니까요. "청년부도 아닌데 네가 그런 걸 왜 해?" 이름 씨가 들은 말입니다. 교회가 자신에게 원하는 건 여선교회 셀을 잘 이끄는 일이지, 듣도 보지 못한 새로운 활동을 만드는 건 아니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물론 예배도 중요하고 '셀' 또는 '사랑방·순·구역' 등으로 불리는 소그룹도 의미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그리스도인들은 한 걸음 더 들어가고 싶어 했습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문제나 관심 있는 주제를 기독교인 관점에서 나누고 싶고, 성경 배경지식이나 다양한 해석을 공부하기 원했습니다.

"이러면 누가 어떤 매력을 느끼고 교회에 남겠어요." 마치 학교에서 출석을 점검하듯 교인들이 매주 예배와 모임만 잘 나오기만을 바라는 교회에서는 청년들이 무언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름 씨는 말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성소현 워십팀원, 임이름 문화예술팀원, 이상은 대표.
(사진 왼쪽부터) 성소현 워십팀원, 임이름 문화예술팀원, 이상은 대표. 뉴스앤조이 박요셉

문화 선교 단체 '팔로우온(Follow-on)'은 그런 이름 씨에게 해방구였습니다. 팔로우온은 팀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소모임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선교 단체입니다.

대전에 있는 20~30대 그리스도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는데, 대부분 평신도입니다. 서로 다른 교회를 출석하고 있고요. 이들은 평신도였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하기 어려웠던 사역들을 교회 밖 선교 단체에서는 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팔로우온을 이끌고 있는 이상은 대표(35)와 성소현 워십팀원(29), 임이름 문화예술팀원을 6월 13일 대전 서구에 있는 '잠시서점'에서 만났습니다.

문화 예술 사역이 뭔가요

이상은 대표는 대전 지역에 있는 여러 찬양 사역팀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팀에서 알게 된 후배들과 함께 2020년 팔로우온을 만들었습니다.

- 팔로우온을 만든 계기가 있나요?

상은 / "어릴 때부터 막연히 문화 사역에 관심이 많아서, 누군가 이런 활동을 시작하면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 아세요? 내가 주도하기는 싫고, 2인자 정도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웃음)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주바라기청소년선교회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이런 고민을 나누다 결국 우리가 만들게 됐죠.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로 대표를 맡았어요."

소현 / "개척 멤버 4명 중 3명이 찬양팀 활동만 했어요. 상은 언니가 처음 문화 사역을 이야기할 때, 그게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부딪혀 가면서 배우고 있고요. 어쨌든 우리 안에도 예배가 필요하고 그게 중심이 되어야 하니까, 밑바탕을 잘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따라왔어요."

- 팔로우온의 비전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상은 / "'문화', '예술', '교육'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필요한 곳에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는 거예요."

- 조금 막연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문화 사역에 관해 좀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름 / "문화 사역이 무엇인지 물으면, 대부분 모른다고 할 거예요. 이미 하고 있는데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요. 요즘 청년들은 소셜미디어나 온·오프라인으로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잖아요. 직접 제작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이런 활동을 하나님나라를 위해 사용하고 싶은 친구들을 봤어요. 예를 들어, 누구는 포토샵을 잘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쓸지 모르는 거죠. 청년들이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사역 도구로 쓸 수 있도록 이어 주는 것이 저희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포토샵을 잘한다고 교회 주보와 예배 PPT를 만들고, 영상과 음향에 관심이 있다고 방송실에서 일하던 이들이 바로 팔로우온 팀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봉사와 사역이라는 이름 아래 수년 동안 교회를 섬기는 과정에서, 오히려 탈진하고 고갈될 때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청년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달란트로 좀 더 신나고 재밌게 자발적으로 사역할 수 있을까.' 팔로우온의 출발에는 이런 고민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팔로우온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이상은 대표. "(이미 가 있는 곳에) 뒤따라가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팔로우온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이상은 대표. "(이미 가 있는 곳에) 뒤따라가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그래서 어떤 활동을 하나요

팔로우온에는 워십팀과 문화예술팀(문예팀), 에듀팀 등 세 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17명의 팀원들이 각 팀에 포진돼 있죠.

문예팀의 대표 활동은 '크리스천하우스'와 '북 클럽'입니다. 이름 씨가 매달 두 모임을 맡고 있습니다. 그중 '크리스천하우스'는 '청년들을 위한 안전하고 편안한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로 모임을 엽니다.

- 크리스천하우스에서는 지금까지 어떤 주제를 다뤘나요? 그리스도인 청년들과 신앙 서적 읽기나 성경 공부 말고도 어떤 모임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이름 / "되게 다양해요.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켜 놓고, '겨자씨만큼 성장하기'라는 주제로 각자 성장하고 싶은 분야를 1시간 동안 공부한 적도 있고요. 환경신학 강의를 듣고 야외로 나가서 '플로깅(쓰레기 주우며 조깅하기)'을 하기도 했어요. 예술을 접목한 활동도 했고요.

지난해 '한 주간 누가 아름다움을 발견했나'를 주제로 연 모임이 기억에 남는데요. 참석자들이 일주일 동안 일상에서 만난 아름다운 것들을 서로 이야기했어요. 제가 미리 준비한 질문으로 대화를 나누고, 나중에는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는 시간이었죠.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코로나19가 심할 때는 온라인 화상회의로 모였습니다. 이날은 '겨자씨만큼 성장하기'라는 주제로 각자 성장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연습)했다고 하네요. 사진 제공 팔로우온
코로나19가 심할 때는 온라인 화상회의로 모였습니다. 이날은 '겨자씨만큼 성장하기'라는 주제로 각자 성장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연습)했다고 하네요. 사진 제공 팔로우온

- 매달 주제를 바꾸는 이유가 있나요?

이름 / "똑같은 주제를 계속하면 질리잖아요. 아! 물론 제가요.(웃음) 주제를 바꾸면 모임 자체가 새로운 커뮤니티가 되는 것 같고, 또 다른 참가자들도 올 수 있으니 장점이 있어요."

일상에서도 예배하는 삶

소모임 활동이나 콘텐츠 제작 외에도 팔로우온은 매주 목요일 정기 예배를 엽니다. 단체 초기에는 팀원들만 참석하는 자체 예배였는데, 지난해부터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모임을 공개했습니다.

- 예배를 같이 드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상은 / "예배는 초기부터 제가 주장했어요. 우리가 공동체로 하나 되기 위해서는 함께 예배를 드리며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 대부분 평신도라고 들었는데, 설교는 돌아가면서 하나요?

상은 / "팀원 중에 (신학을 전공한) 설교자를 따로 두고 있어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삶 예배'라고 해서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 '삶 예배'는 어떤 건가요?

이름 / "청년들이 신앙와 삶이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교회에서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데, 밖에서는 예배를 하기 어려운 거예요. 이 괴리감을 극복하기 위해 '삶 예배'를 기획했어요. 저희가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는 거죠."

지난해 연말 조별로 '삶 예배'를 드린 결과를 나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각각 노숙인들에게 방한 용품을 나누거나 독거노인을 돕는 활동으로 예배를 드렸다고 했습니다. 사진 제공 팔로우온
지난해 연말 조별로 '삶 예배'를 드린 결과를 나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각각 노숙인들에게 방한 용품을 나누거나 독거노인을 돕는 활동으로 예배를 드렸다고 했습니다. 사진 제공 팔로우온

지금까지 삶 예배에는 유튜브 채널 종리스찬TV의 이종찬 전도사, 10만 명의 팔로우를 보유한 기독교 콘텐츠 그룹 '교회친구다모여' 황예찬 PD와 김성경 전도사, CCM '은혜' 작사·작곡가 손경민 목사 등이 강사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명인들만 메시지를 전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열심히 살고 있는 기독교인이라면 목회자든 평신도든 누구나 강단에 설 수 있다고 이름 씨는 말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다 같이 기도 일기를 써 보는 '글쓰기로 예배하기', 복지 기관을 방문해 봉사하는 '체험, 삶의 예배'처럼 예배 형식을 완전히 뒤틀어 보기도 했습니다.

소현 / "밖에서 볼 때는 이렇게 물을 수 있어요. '이게 왜 예배야?', '그거 그냥 강의 아니야?' 사실 저희 워십팀도 기존 예배가 익숙해서 그런지 시야가 좁았거든요. 그런데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가 전부가 아니고, 신앙이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표현돼야 한다는 말에 생각이 조금씩 확장됐던 거 같아요.

실제로 한 팀원은 삶 예배를 계기로 커피 한 잔 마실 때마다 따로 저축을 해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무언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에서요. 문예팀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비율이 늘었어요."

더디고 불완전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청년들은 이미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으며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헌신하다 헌신짝 되지 않으려면

팔로우온 모임에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참가비입니다. 평균 1만 원. "기독교 관련 행사는 무료라는 인식이 유독 큰 거 같아요. 행사에 누군가의 노동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비용 아닌가요?" 상은 대표가 말했습니다.

팔로우온은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물론 돈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역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지금은 대표를 비롯한 대다수 팀원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문화 사역자'로서 자립해, 후배들을 양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 선교 단체의 자립을 중요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상은 /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대전 지역 선교 단체 여러 곳들을 경험하면서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많이 봤어요. 처음에는 기쁨으로 헌신하다가 나중에는 '현타'가 오는 거죠. '나는 누구지?', '여기는 어디?', '앞으로 뭘 해야 하지?'

그렇게 갈등하다가 마음이 어려워 떠나거나, 계속 고심하면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안타까웠죠. 저 역시 팔로우온을 시작하면서 이 팀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우리는 팀원들에게 무조건 헌신을 강요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름 / "자립은 곧 지속 가능성을 의미해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게 우리 모두의 공감대였어요. 그래서 모임에 한 명도 오지 않더라도, 절대로 무료 노동력은 쓰지 말자고 다짐했죠.

반면, 유료로 모임을 진행하면 준비하는 부담이 커져요. 아무래도 돈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기독교 커뮤니티도 돈을 받아야 자생력을 갖추고 좋은 서비스를 줄 수 있다고 봐요."

자립을 위해 회비만 받는 건 아닙니다. 상은 대표와 이름 씨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교육 콘텐츠 개발입니다. 팔로우온에서 진행했던 모임을 외부 기관에도 공급하는 것이죠. 굿즈를 제작해 수익을 거두기도 합니다.

상은 / "저도 서점이나 학교로 출강을 나가고 있는데요. 팀원들이 모임을 기획하면 그걸 가지고 사회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팔로우온이 어떻게 보면 사역의 장인 동시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훈련장이 될 수 있거든요."

이름 / "사실 저희 모임이 내용을 조금만 바꾸면 그리스도인이 아니어도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이 참여할 수 있어요. 실제로 최근 팀원들이 하나둘씩 출강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진짜 기쁘더라고요. 드디서 우리가 꿈꿨던 일들이 이뤄졌으니까요. 당사자도 매우 뿌듯해하고요.

저희는 팀원들에게 강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먼저 말하길 기다려요. 처음에는 프로그램 참가자로 있다가 나중에 어떤 모임을 기획하고 싶다고 하면, 적극 밀어주는 거죠. 교회에서 '자매님, 이것 좀 해 줄 수 있어요?' 라며 지시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예요."

팔로우온은 팀원들의 성장과 자립을 위해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거나, 교육 콘텐츠를 만듭니다. 사진 제공 팔로우온
팔로우온은 팀원들의 성장과 자립을 위해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거나, 교육 콘텐츠를 만듭니다. 사진 제공 팔로우온

- 상은 대표님이 다니는 교회에서 예배 공간을 빌려주고 있죠? 그 외에 지원해 주는 교회가 있나요?

상은 / "없어요. 지원 좀 해 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이름 / "교회들은 아무래도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 그래도 청년 사역에 관심 있는 교회들이 좀 있을 텐데요. 콘텐츠가 좋으니까 같이 연합하면 교회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소현 / "규모 있는 교회는 자체적으로 알아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본도 있고 인력도 있으니까요. 외부 단체까지 찾을 필요는 없죠. 반대로 그렇지 않은 교회는 여력이 없는 것 같고요. '청년이 줄고 있다', '다음 세대가 사라지고 있다'라는 말에 다들 경각심은 갖고 있지만, 이를 풀어 갈 방법을 찾는 데까지는 못 가시는 거 같아요. 설교만 조금 하는 정도?"

상은 / "목회자들 배치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청년들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요."

- 청년 담당 사역자가 부족한 편인가요?

소현 / "지방에 있는 교회들은 전체적으로 목회자가 부족해요. 다들 수도권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나마 있는 목회자들은 큰 교회에 몰려 있고요. 작은 교회는 말할 것도 없죠. 목회자가 없으면 1순위로 빠지는 부서가 청년부예요. 교회에서는 청년들이 알아서 잘 다니길 바라지만, 청년 역시 누구보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거든요.

청년들이 떠나면, 교회에서는 세상이 너무 재밌고 즐거워서 그런 거래요. 아니에요. 다들 힘들어서 떨어져 나가는 거예요. 떠난 그 청년들 대부분 교회학교 교사도 하고, 성가대·찬양팀에서 열심히 봉사했던 친구들이거든요. 자신을 돌봐 줄 어른이 없고, 공급을 받지 못하니까 떠나는 거예요."

소현 씨도 그랬습니다. 충남 지역 교회에 오랫동안 출석했던 그는 교회에서 각종 사역을 도맡았습니다. 성가대 지휘, 교회 반주, 청년부 회장, 식당 봉사…. 청년부 사역자가 없었기에 전체 모임 인도도 그의 몫이었습니다. 어느 날, 소현 씨는 담임목사님께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 나갈게요. 살고 싶어요."

- 왜 "살고 싶다"고 하신 거예요?

소현 /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오전 9시에 교회에 가면 오후 5시에 돌아왔거든요. 그런데 그날 제가 어떤 말씀을 들었는지, 무슨 찬양을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계속 일만 하다가 돌아왔으니까요. 그런 삶을 몇 년 살다 보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예배가 예배 같지 않더라고요.

목사님께 살고 싶다고 엉엉 울면서 얘기했는데, 조금 충격을 받으신 거 같더라고요. 죄송한 마음도 들어요. 다행히 지금은 우리 사역을 응원해 주고 계세요."

올해 상반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팔로우온 팀원들 모습입니다. 사진 제공 팔로우온
올해 상반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팔로우온 팀원들 모습입니다. 사진 제공 팔로우온
한 명의 '사람'으로 봐 달라

- 팔로우온을 하면서 얻은 생각이나 변화가 있나요?

이름 /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요. 이전에 교회에 있을 때는 생각만 했거든요. '이런 모임을 해 보면 어떨까?', '재밌지 않을까?', '사람들이 안 오면 어떡하지?' 그러다 결국에는 실행하지 못했죠. 하지만 지금은 팀에서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으니까 매달 새로운 모임을 기획할 수 있어요.

사실 커뮤니티는 기독교의 강점이잖아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건데, 쉽게 할 수 있는 건데, 어쩌다가 교회가 강점들을 잃어버렸는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소현 / "건물이 곧 교회가 아니라는 걸 배운 거 같아요. 예전엔 건물이 세워지면 교인과 상관 없이 일단 그 자체를 교회로 여기곤 했는데요. 하나님 안에서 모인 사람들 그 자체가 교회라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교회 밖에서 알게 된 것 같아요."

- 청년 선교 단체 일원으로서, 기성 교회 목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름 / "청년들을 거대한 하나의 집단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욕구가 달라요. 소위 'MZ'라는 용어로 묶어 버리고, 한 영혼 한 영혼을 제대로 바라봐 주지 않는다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말씀이 무뎌질 수밖에 없어요."

소현 / "시각을 고쳤으면 좋겠어요. 사실 청년과 기성세대가 살았던 삶이 다르잖아요. 지금까지 겪어 온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결국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우리가 어른들을 이해하려면 서로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 같아요."

상은 / "저는 목사님들이 노동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회생활을 안 해 보신 것 같은 목사님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은 청년들을 잘 이해해 주지 못하세요. 소통 자체가 단절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청년들이 교회에서 봉사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고, 교회를 다니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근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없어서 청년들이 등을 돌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팔로우온 인스타그램 계정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