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간통죄를 저질렀던 목사가 지금껏 교단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목회를 해 왔다. 불륜 상대방의 남편은 목사를 징계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총회와 노회는 처벌 규정이 없어 손을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사진은 2022년 107회 기장 총회. 뉴스앤조이 구권효
20년 전 간통죄를 저질렀던 목사가 지금껏 교단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목회를 해 왔다. 불륜 상대방의 남편은 목사를 징계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총회와 노회는 처벌 규정이 없어 손을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사진은 2022년 107회 기장 총회.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과거 자신이 담임하던 교회에서 여성 교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처벌까지 받은 목사가 꾸준히 목회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목사는 내년 정년 은퇴를 앞두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강연홍 총회장) 소속 구 아무개 목사는 2004년경 충남 한 시골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다. 당시 구 목사는 자신이 결혼식 주례를 서 준 여성 교인과 불륜을 저질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 김 아무개 씨는 구 목사를 고소했다.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지금은 비범죄화되었지만, 당시에는 간통죄가 합헌이었다.

구 목사는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부인하는 쪽을 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 목사는 수사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진술하고, 불륜 상대였던 김 씨의 전 아내에게도 허위 사실을 진술하게 했다. 또한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필리핀으로 도피하기도 했다. 법원은 2007년, 구 목사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까지, 구 목사는 몇 달간 구치소 생활을 했다. 이와 별도로 합의금 1000만 원, 민사 손해배상금 500만 원도 냈다.

그 이후로 김 씨는 범죄를 저지른 구 목사가 당연히 목회를 그만둔 것으로 알고 지내왔다. 그런데 올해 초 우연히 구 목사의 근황을 접했다. 구 목사가 물러나기는커녕 지금까지 경기도에서 목회를 해 왔고, 내년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화가 난 김 씨는 기장 총회에 구 목사의 과거를 알렸지만, 총회는 규정상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노회를 연결해 줬다. 구 목사가 속한 노회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난처해했다.

기장 헌법 권징조례는 목회자의 간통·불륜을 처벌할 수 있는 범과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설령 규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고소, 고발은 범죄 사실이 있은 후 3년이 경과한 때에는 이를 할 수 없다"는 시효 규정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장은 지난해 총회에서 성범죄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를 10년으로 늘리는 등 권징조례를 일부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 이 안에 대해 각 노회별 동의를 구하는 '수의' 절차를 밟고 있어 아직 시행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이미 20년 가까이 지난 구 목사 사건은 처리할 수 없다.

노회 임원회는 논의 끝에 지금이라도 사임하라고 권고했으나, 구 목사는 이를 거부했다. 노회 임원을 지낸 A 목사는 6월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판결문 등) 과거 기록을 확인했다. 현행법상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알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판단해 구 목사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노회는 '올해 3월 정기노회 전까지 사임하라'고 요구했는데, 구 목사가 거부했다. 이번 봄 정기노회 때 정식으로 상황을 보고한 후 다시 사임을 요구했는데, 구 목사가 도리어 명예훼손으로 임원들을 고소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다시 논의 절차를 밟은 노회 임원회는 구 목사에 대한 원로목사 추대 및 은퇴 위로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A 목사는 "우리 노회는 은퇴하는 목사들을 위해 원로 추대식과 함께, 회비를 걷어 위로금을 지급한다. 이번 노회 때 세칙을 개정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들에 대해서는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노회에서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구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문자메시지로 과거 저지른 일을 반성하고 있는지, 계속 목회를 하는 게 합당한지, 노회의 사직 권고를 따르지 않는 이유 등을 물었으나 역시 응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구 목사 때문에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가족들도 교회를 떠났다. 그런데도 목사는 계속 목회를 해 왔다. 이런 사람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목회를 해도 되는가. (이런 상황을) 그냥 놔두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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