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경기도 화성시 ㅈ교회에 다니던 김 아무개 씨는 교회 인근에서 플라스틱 재생 사업을 했다. 사업을 탄탄하게 키워 나가던 그는 공장을 새로 짓고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 50억 원이라는 큰돈이 필요했는데, 당시 이를 알게 된 ㅈ교회 한 아무개 담임목사가 같은 교단 소속 신 아무개 목사를 김 씨에게 소개했다. 이어 신 목사는 서울 동작구 교회에 다니는 안 아무개 권사를 김 씨에게 연결해 줬다.

신 목사는, 김 씨에게 안 권사를 소개할 때 "청년 신자들을 돕기 위해 투자하는 분이다. 이분에게 50억 원을 투자받으려면 5억 원이 필요한데 사정을 고려해 2억 5000만 원 정도만 준비하라. 그러면 내가 힘을 써서 50억 원을 투자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50억 원을 투자받으면 수수료(이자)가 연 1%고, 이는 어려운 교인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지금 입금하면 3개월 안에 50억 원이 분명히 나온다"고 했다.

김 씨는 거래 조건이 매우 좋고, 무엇보다 담임목사가 소개해 줘서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당시 한 목사는 교회 청년들을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결국 김 씨는 2020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2억 3500만 원을 안 권사의 아들 고 아무개 씨에게 송금했다.

신 목사와 안 권사는 김 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현금 사진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이상한 이유를 들며 계속해서 50억 원 지급을 지연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신 목사와 안 권사는 김 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현금 사진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이상한 이유를 들며 계속해서 50억 원 지급을 지연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3개월 안에 나온다'던 대출금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신 목사와 안 권사는 온갖 핑계를 대며 대출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투자금을 싣고 오는 사람이 불법 유턴을 하던 중에 경찰에 적발됐고, 차에 현금이 너무 많아 경찰서로 연행됐다", "돈과 차를 경찰에서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친 김 씨가 원금 2억 3500만 원이라도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조금만 기다려 보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기약 없는 대출금을 기다리는 동안 김 씨의 삶은 쪼들려 갔다.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렸는데, 이를 갚지 못하면서 사업 자체를 접어야 했다. 5월 17일 기자를 만난 김 씨는 "공장 사업을 접었고, 현재 생수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가정에도 불화가 찾아왔다. 친한 친구들과 관계도 전부 끊어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장을 계속 운영했다면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출을 믿고 다음 사업 플랜을 짜느라 공장 가동을 멈췄는데 이렇게 돼 버렸다. 온 가족이 고통받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안 권사에게 제발 원금이라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안 권사는 '믿고 기다리라'는 말만 계속하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 씨는 안 권사에게 제발 원금이라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안 권사는 '믿고 기다리라'는 말만 계속하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는 한 목사를 비롯해 신 목사, 안 권사 모두가 신앙인이라서 믿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신 목사와 안 권사 교회도 직접 가 보는 등 나름대로 확인 절차도 밟았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더 이상 교회에 다니고 싶지 않다.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절대 교회에 못 나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 2월, 신 목사와 안 권사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뉴스앤조이>는 거액의 대출금을 미끼로 계약금을 편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이들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신 목사는 처음 연락이 닿은 5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걸 왜 알고 싶으냐. 지금 그거에 대해 조사받는 중이다"라고만 말했다. 그는 "나는 한 목사하고 관계가 없다. 성 문제 사건만 조사하면 되지 이 일과 연관시켜서 나에게 전화하지 말라"며 통화를 종료했다.

<뉴스앤조이>는 이후 신 목사에게 △김 씨에게 왜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는지 △실제로 50억 원을 빌려줄 능력이 있었는지 △왜 지금까지 돈을 돌려주고 있지 않는지 등을 물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안 권사는 김 씨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교회 주보를 확인해 보니, 안 권사는 매주 감사헌금을 내고 십일조도 하는 등 꾸준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앤조이>는 안 권사에게도 전화를 걸고 같은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그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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