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직원들은 법정의무 교육인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받았습니다.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이소나 선생님과 이옥제 선생님이 오셔서 교육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1시간가량 교육을 받으며 비장애인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의 권리들을 장애인들은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부조리가 새삼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분명 처음 접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을 텐데, 장애인들이 겪는 차별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으며 놀라고 있는 제 모습에 부끄러워졌습니다. 말로만 장애인 인권 증진에 찬성한다고 했지, 평소 얼마나 무관심하고 방관자처럼 지냈는지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강의 초반 영상 클립을 본 이후로는 마음에 돌덩이가 하나 얹힌 기분이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사회적 관심을 크게 받고 있는 이슈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현장이 담긴 영상이었습니다.

지하철에 탑승해 있던 시민들이 시위에 나선 장애인 시민들을 향해 내리라고 윽박지르거나, 왜 애먼 시민에게 피해를 주느냐며 욕하고 삿대질하는 모습을 제대로 본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전장연의 시위 현장을 직접 목격할 기회가 없었고, 전장연의 시위를 지지하는 게 당연한 입장이어서 관련 영상도 자세히 보질 않았거든요. 괜히 마음만 아플 것 같아서 피한 면도 있고요. 당장 자신이 겪는 불편과 피해에 압도된 사람들 앞에서, 비장애인이 당연히 누리는 권리를 평생 못 누리며 살아온 장애인들의 "그 권리, 함께 평등하게 누리자"는 외침은 음소거돼 버린 것 같았습니다.

장애인들은 왜 이렇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지속하는 걸까요? 그렇게라도 해야 사람들이 듣기 때문입니다. 눈앞에서 욕하는 사람들은 못 들어도, 방송을 보고 기사를 읽는 더 많은 사람이 이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소나 선생님은 장애인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이 알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애인의 날이 법정 기념일이 된 지 33년째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엄연한 동료 시민인 장애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지만 누리지 못하는 권리들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살아갑니다. 말만, 마음만 지지할 게 아니라 장애인들의 권리 투쟁이 왜 정당한지 더 많이 알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앤조이>가 지난해 보도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 인터뷰 기사 "장애인 권리 투쟁은 게임이 아니다"와 전장연의 지난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기록을 간추린 영상 '141일 177명의 삭발 투쟁의 기록'을 공유해 봅니다.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이웃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역기획국 은석

친절한 뉴스B

아홉 번째 '4월 16일'

안산 초지역에 내려 화랑유원지를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오후 일찍 열린 세월호 9주기 기억식을 마친 사람들이 공원 입구에서 모여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무슨 일이지?' 가까이 가 봤습니다. 봉고 차 위에 오른 사람이 확성기를 들고 입에 담지 못할 망언들을 쏟아 내고 있더군요. 그의 옆에는 '세월호 납골당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습니다. 여전히 생명 안전 공원 건립 반대를 외치는 모습을 보며 '저들도 참 끈질기다' 싶더군요.

하지만 여기 끈질긴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참사 이후 세월호 가족들 곁을 지키며, 함께 싸우고 예배하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2019년 무렵 안산 화랑유원지에 생명 안전 공원 건립이 확정되기 전부터, 공사 예정 부지에서 매달 가족들과 예배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맞은 4월 16일에도 이들은 생명 안전 공원 부지를 바라보며 함께 예배했습니다. 잊지 않고 함께하겠다며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과 예배를 드리다 보니 어느새 소음은 들려오지 않는 듯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생명 안전 공원 부지가 키가 높이 자란 풀들로 뒤덮여 있었다는 겁니다. 정부와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핑계로 착공을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10주기를 맞아 생명 안전 공원이 완공되기를 바랐던 가족들의 마음은 점점 타들어 갑니다. 9주기를 맞는 동안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사회적 참사가 하나 더 늘어 절망스럽기도 합니다. 어서 이곳에 뒤엉킨 풀들을 걷어 내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소망하고 희생자들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서길 바라봅니다.

편집국 수진


세습금지법 결의한 명성교회서 총회를?

명성교회 부자 세습은 최근 5년간 한국교회의 가장 큰 이슈였죠. 명성교회는 교단법을 어기고 목회지 대물림을 했지만, 교단은 이를 묵인·비호해 왔는데요. 교단의 자정 기능은 일찍이 무너졌고, 내심 희망을 걸었던 법원마저 명성교회 손을 들어 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명성교회는 사회 법에서도 이겼으니,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명성교회를 적극 옹호해 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107회 총회 임원회도 같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올해 9월 열리는 108회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하고 협조 공문까지 보냈다고 해요. 긁어 부스럼 만드는 듯한 이 상황은 현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치유하는교회)의 작품(?)인데요. 상생·화합·치유하는 차원에서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해요.

예장통합은 2013년 98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을 결의했어요. 이때 총회가 열린 장소는 공교롭게도 명성교회였지요. 한국교회는 수년간 명성교회 때문에 시끄러웠고, 예장통합 내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았어요. 그럼에도 당사자 부자 목사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도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정기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한다 한들 상생·화합·치유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결정권을 쥔 명성교회는 고민 중이라고 하네요.

편집국 용필


'JMS와 너무 똑같은' 천 목사의 그루밍 성폭력

"왜 마음대로 함부로 남의 기사를 써서 올리세요?"

"기자는 자기 마음대로 기사를 쓸 권한이 있으세요?"

"당장 내려라!"

아무리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겨도 묵묵부답이던 ㅇ교회 천 아무개 목사의 아내는 기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속사포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전화를 걸자 폭언과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사죄문 쓰고 빨리 내려라. 신문사를 접고 싶느냐. 이 X아." 기자 생활을 하며 때때로 무례한 대우를 받기도 하지만, 욕설은 또 처음 들어 봅니다. 함부로 말하지 마시라며 대거리하려던 순간, 피해자가 떠올랐습니다. 사건이 드러난 후 사실을 부인하며 피해자를 모함하던 이들이 또다시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을지요.

실은 이번 사건은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피해자가 나서서 공론화를 한 것도 아니었고, 사건을 언론을 통해 알리기까지 설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피해자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 인물들까지 만나 증언과 녹취록 등을 꼼꼼히 교차 검증했습니다. 결국 천 목사의 범행은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근거가 될 만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기사에는 다 담지 못한 끔찍한 이야기도 많았는데, 마음대로 기사를 썼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억울해지네요.

한편 피해자는 얼마 전 방영된 MBC PD수첩 'JMS, 교주와 공범자들' 편을 보고는 "천 목사와 너무 똑같다"며 메시지를 보내오더군요. 그만큼 이번 사건은 심각한 '그루밍 성범죄'의 전형이었습니다. 목회자의 그루밍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교계 현실이 너무나 암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마음대로 기사를 쓴다고, 모두 피해자가 꾸며 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요.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거룩한 범죄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보도하겠습니다.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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