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ㅂ교회는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으로 나뉘어 분쟁 중이다. 목사 측이 공동의회를 소집하자, 반대 교인 측은 무효라며 반발했다. 경찰이 다툼을 벌이는 교인들을 제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울 마포구 ㅂ교회는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으로 나뉘어 분쟁 중이다. 목사 측이 공동의회를 소집하자, 반대 교인 측은 무효라며 반발했다. 경찰이 다툼을 벌이는 교인들을 제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법원에 허위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제출하고, 소속 노회를 상대로 '겁박' 행위를 한 분쟁 교회 이 아무개 목사가 중징계를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장종현 총회장) ㄱ노회 재판국은 4월 4일 서울 마포구 ㅂ교회 이 목사를 '제명'한다고 판결했다.

ㅂ교회는 이 목사의 전횡 의혹 등으로 3년 넘게 분쟁하고 있다. 이 목사는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 9명을 제명·출교했고, 반대 교인 측은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제명·출교 1심 재판서 패소한 이 목사는 항소심 과정에서 "(교인들에 대한) 제명·출교가 정당하다는 공문을 ㄱ노회에서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반대 교인 측은 이 목사가 사실과 다른 문서를 법원에 내고 있다고 노회에 알렸다. ㄱ노회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 목사를 기소했다. 노회 재판국은 노회가 교인들에 대한 제명 출교를 동의하거나 판결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 재판에서 이 목사가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허위 문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봤다.

뿐만 아니라 노회 재판국은 이 목사가 노회를 겁박했다고도 했다. 재판국은 "이 목사가 노회장과 노회 재판국에 보낸 내용증명에서 '노회장이 약점을 잡혔다. 노회 재판이 편파적이고, 노회장 압력에 의한 정치적 재판이며 뇌물을 받은 소문이 있다. 사회 재판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으며 언론 방송에 알리고 노회 시 시위를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ㄱ노회가 지난해 10월 정기노회를 야외에서 개최했고, 올해 4월 정기노회 장소도 리조트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노회 재판국은 판결문에서 "이 목사는 허위 문서를 작성해 노회 명예를 실추하고, 노회장과 재판국원들을 겁박해 노회의 권위와 질서를 무너뜨렸다. 두 차례 정기노회도 파행시켰다. 노회 업무를 방해하고, 노회를 위해하는 등 죄가 커 재판국원 만장일치로 제명에 처한다"고 했다. ㄱ노회는 4월 17일 자로 노회 원로 격인 맹 아무개 목사를 ㅂ교회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했다.

노회가 중징계를 내리자, ㅂ교회는 4월 23일 주보에 다음 주(30일) 공동의회를 연다고 알렸다. 안건은 '교단, 정관, 총회, 명칭'이라고만 적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ㅂ교회 비상대책위원회 김 아무개 집사는 25일 기자를 만나 "이 목사가 노회에서 중징계를 받고 여러모로 불리해지니 교단 탈퇴 절차를 밟기 위한 공동의회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 교단 탈퇴는 무조건 막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욕설 뱉으며 다툼 
임시당회장 "다른 노회 가게 해 주겠다"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임시당회장(사진 가운데)이 움직이지 못하게 에워싸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임시당회장(사진 가운데)이 움직이지 못하게 에워싸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반대 교인 측은 갑자기 열리는 공동의회를 교단 탈퇴를 위한 절차로 이해했다. 이 목사가 싫어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교인들에게 30일 주일예배에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 김 집사는 "평소 양측 합쳐서 30~40명 출석하는데, 오늘(30일)은 80여 명 정도 왔다. 우리 쪽이 숫자가 많으니 탈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일예배가 끝난 뒤 예정대로 공동의회가 열렸다. 회의 전부터 양측 교인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핸드폰을 꺼내 서로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예배당 중앙 좌석에 있던 임시당회장 맹 목사가 맨 앞 좌석으로 이동하자, 이 목사 측 교인들이 곧장 따라가 양옆에 앉아 경계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 목사가 출석 회원 명부를 부르자, 반대 측 교인이 "제명된 목사의 회의는 불법이다"라고 소리쳤다. 이 목사가 아랑곳않고 명단을 부르려 하자, 또 다른 반대 측 교인이 명부를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강단은 순식간에 이 목사 측과 반대 측 교인들로 뒤엉켰다. 서로를 향해 고성과 욕설을 내뱉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반대 측 교인이 고꾸라지기도 했다. 맹 목사는 노회에서 받은 임시당회장 임명장을 높이 들며 "공동의회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이 목사 측 교인이 달려들어 임명장을 든 맹 목사의 팔을 끌어당겼다.

이 목사 측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목사님은 무죄다", "노회가 파송한 임시당회장은 불법이다", "실종 교인은 나가라. 회원 아니면 나가라"고 소리쳤다. 반대 측은 "제명당한 목사가 주재하는 공동의회는 무효다"라며 맞섰다. 양측은 1시간 넘게 다툼을 이어 갔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이 호각을 불며 제지했지만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양측은 빈말을 주고받으면서 승강이를 반복했다.

이날 교회에서 이 목사의 최측근으로 활동 중인 목사 출신 김 아무개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반대 측 교인) 9명이 목사님을 불법 해임한 게 분쟁의 발단이다. 우리는 교단을 탈퇴하기 위해 공동의회를 하는 게 아니고, 제명 재판에 대응하고 교회 이름을 바꾸려는 것뿐인데 못 하게 방해하고 있다"면서 "6개월 이상 교회 빠지면 회원권이 정지되는데 2~3년 안 나온 사람들까지 왔다"고 말했다.

양측 교인은 욕설을 내뱉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 교인은 다툼 중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양측 교인은 욕설을 내뱉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 교인은 다툼 중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경찰은 이 목사와 맹 목사를 따로 불러 합의를 종용했다. 긴 논의 끝에 맹 목사가 강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맹 목사는 "위법이든 합법이든 (이 일로) 경찰까지 출동하고 너무 창피하다"면서 "노회서 이미 제명 판결했기에 (결과는) 못 바꾼다. 다만 목사님과 교회가 다른 노회에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늘 공동의회는 파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회가 선언되자 교인들은 다툼을 멈췄다. 양측은 별다른 말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맹 목사는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그는 기자에게 "쪼개진 둘을 하나 되게 하는 건 어렵다. 가족도 어려운데 교인들은 오죽하겠는가. ㅂ교회가 다른 노회에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취재를 거부해 온 이 목사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ㄱ노회가 반대 측 교인과 손잡고 교회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했다. 자신은 괘씸죄 때문에 제명을 당한 것이지 잘못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ㄱ노회에서) 법원에 허위 문서를 낸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더라. 사과문까지 직접 작성해 와서 서명을 하라고 했고, 내가 안 하니까 제명한 거다. 나는 (노회가 지적한) 잘못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회를 겁박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노회 임원회가 안 만나 주니까 만나 달라는 취지에서 한 것이다. 어떻게 교회 앞에서 시위·집회를 하겠는가"라고 했다.

이 목사는 "지금 노회가 반대 측과 손을 잡고 (나를 내쫓고) 후임자를 보내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소수가 다수의 무리를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의 주장과 달리 교단을 탈퇴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나의 뿌리가 (예장)백석이다. 교단은 안 떠난다. (제명 재판은) 총회에 상소하고, 다른 노회로 옮길 것"이라고 했다.

사과문에 서명을 하지 않아 중징계를 받았다는 이 목사의 주장에 ㄱ노회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전 회기 노회 임원을 지낸 한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원에 허위 문서를 낸 것이 분명해 징계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사과하기로 하고 만나기까지 했는데 (이 목사가) 서명을 거부했다. 모든 책임은 이 목사에게 있다. 후임자를 보내려 한다는 소문은 오히려 이 목사 쪽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대표 합의로 공동의회는 파회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양측 대표 합의로 공동의회는 파회했지만, 교인들 간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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