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ㅂ교회는 장로 성추행 및 담임목사 전횡 의혹으로 시끄럽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장종현 총회장) 소속 ㅂ교회는 갈등이 있기 전 출석 교인이 140명대였으나, 현재는 40~50명대로 감소했다. 교회는 2019년 위임목사가 된 이 아무개 목사 측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양분돼 각종 소송을 벌이며, 최근 2년간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ㅂ교회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취재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ㄱ 장로 성추행 의혹을 다룬다. - 기자 주
성추행으로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은 장로가 돌아왔다. 피해 교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데, 담임목사는 오히려 장로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며 비호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성추행으로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은 장로가 돌아왔다. 피해 교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데, 담임목사는 오히려 장로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며 비호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여성 권사·집사 몇몇이 대화를 나누던 중 ㄱ 장로 이야기가 나왔다. A 집사는 몇 년 전 교회에서 물놀이를 갔을 때 ㄱ 장로가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았다고 말했다. 그때의 신체 접촉은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A 집사의 말을 듣던 B 권사도 교회 엘리베이터에서 ㄱ 장로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ㄱ 장로가 자신의 볼에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C 권사도 수년 전 ㄱ 장로가 자신을 끌어안으면서 "너는 내 애인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여성 교인들은 피해 당시 ㄱ 장로와 단둘이 있었고, 너무 당황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다. 더군다나 상대가 장로이다 보니, 피해 사실을 말했다가 오히려 자신들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만 삭여 왔다고 했다.

피해자가 여럿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A 집사는 조용히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020년 5월 이 아무개 담임목사에게 피해 교인들의 의견이 담긴 입장문을 전달했다. 교인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ㄱ 장로를 징계할 것 △전 교인에게 징계·가해 사실 등을 공표할 것 △ㄱ 장로가 진정성 있게 사과할 것 등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이 목사도 피해 교인들에게 동조하는 듯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며 ㄱ 장로 문제를 덮으려 했다. A 집사는 3월 17일 기자와 만나 "당시 이 목사가 ㄱ 장로를 '최고 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6개월에 처할 테니 '합의 각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해 왔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피해 교인 측에 제시한 합의 각서에는 △양측은 당회 결정을 따르고 △각서 내용을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합의를 어길 시 출교에 처하고 △민형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피해 교인들은 합의 각서 내용이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ㄱ 장로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라며 합의 각서와 정직 6개월 처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이러한 각서 내용은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박신원 팀장은 "이 합의 각서는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지 교회의 재판 결과를 수용할 것을 강요한다. 민형사상 고발 금지가 (합의 각서의) 주요 내용인데, 이는 피해자들이 피해를 밝히고 법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교회 공동체에서 일어난 성폭력 범죄에 대한 반성보다 합의 내용(소송 금지, 비밀 유지) 미이행 시 교회의 최고 징계인 '출교'를 명시했다는 점이 충격"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각서는 쓰지 않았지만, 이 목사는 ㄱ 장로를 6개월 정직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는 2020년 6월 28일 주일예배에서 "지금까지 교회를 위해 헌신하며 섬겨 온 공로를 인정해 (ㄱ 장로를) 제명하지 않고 당회에서 내릴 수 있는 형벌로 시무 정지 6개월을 내렸다"고 했다.

또 "피해자들이 당회 재판 결과를 공표해 달라고 해서 6월 7일 예배 광고 때 재판 결과를 공표했고, 가해자인 ㄱ 장로가 회중 앞에 나와 공개 사과했다"며 "당회는 가해자나 피해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당회는 이 목사와 다른 장로 1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목사는 이제 공동체를 위해서 사건 관련 이야기는 그만해야 한다는 식으로도 말했다. "피해자들의 아픈 마음을 누가 헤아리겠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들이 받는 상처도 있겠지만, 이번 일로 우리 모든 성도의 영적인 상처·아픔 또한 크리라고 본다. 이 문제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교회는 피해자, 가해자, 모든 성도까지 더 큰 상처와 아픔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피해 교인 "ㄱ 장로 반성 없어" 강제 추행으로 고소
ㄱ 장로도 피해자 무고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이 목사 "옛날 방식으로 친교한 것" 두둔
ㅂ교회는 목사 측과 비대위 측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 목사 측은 ㄱ 장로의 성추행·성희롱은 소수가 만들어 낸 이갸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ㄱ 장로는 강제 추행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ㄱ 장로는 정식재판을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ㅂ교회는 목사 측과 비대위 측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 목사 측은 ㄱ 장로의 성추행·성희롱은 소수가 만들어 낸 이갸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ㄱ 장로는 강제 추행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ㄱ 장로는 정식재판을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ㄱ 장로는 정직 6개월 징계를 받고 교회를 떠났다가, 1년 가까이 지난 2021년 5월경 복귀했다. 피해 교인 측은 이 즈음부터 고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A 집사는 "2020년 말부터 ㄱ 장로가 복귀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피해 교인들은 불안에 떨었다. 사실 교회를 떠나려고도 했는데 너무 억울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 돌아온 ㄱ 장로가 '성추행 같은 건 없었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A 집사는 "ㄱ 장로는 교회에서 나를 노골적으로 째려봤다. 지나치기만 해도 흘겨보는 등 무언의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B 권사도 "ㄱ 장로가 교회 입구에서 안내를 하는데, (피해를 입은) 우리는 얼마나 불편하겠나. 또 자신은 (성추행을) 안 했다고 말하고 다닌다.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ㄱ 장로가 복귀한 이후 피해 교인들은 자연스럽게 위축됐다. ㅂ교회는 2020년 초부터 교회 정관 개정 문제로 이 목사 측과 비대위로 나뉘어 갈등 중이다. 피해 교인들은 "이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우리를 음해 세력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 중에는 비대위에 속하지 않은 이도 있다.

이대로 안 되겠다고 생각한 A 집사는 ㄱ 장로를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ㄱ 장로도 A 집사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양측의 고소 결과는 엇갈렸다. 검찰은 ㄱ 장로의 강제 추행 혐의가 인정된다며 2021년 12월 벌금 500만 원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ㄱ 장로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요청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반면, A 집사의 무고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됐다.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이 목사는 ㄱ 장로 편을 들었다. 자기 손으로 ㄱ 장로를 징계해 놓고도 "일부 사람의 주장일 뿐이다. 성폭력은 없었다"며 ㄱ 장로를 두둔했다. ㄱ 장로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교인은 총 5명인데, 이 중 3명은 이 목사가 ㄱ 장로의 성폭력 문제를 은폐·축소하고 2차 피해를 입혔다면서 이 목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 목사는 소송 답변서에서 "성추행 내용은 일부 사람의 주장일 뿐 피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당회도 교회 평안을 위해 진실 여부를 조사하기보다 ○○○ 씨(ㄱ 장로)가 옛날 방식으로 친교했다는 자기반성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이기에 교제 방식이 좀 고전적이어서 그 부분을 사과로 일단락했고, 성추행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3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쟤네(피해 교인들)가 거짓말로 자꾸 고소하고 있다. 성희롱·성추행은 다 허위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자, 이 목사는 "지금 재판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리된 다음에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ㄱ 장로 "무죄 추정의 원칙 적용해야"
피해 교인들 "징계할 때 왜 가만히 있었나
교회에서 쫓아내려 있는 사실 부인해"

기자는 이 목사와 ㄱ 장로를 만나기 위해 3월 27일 일요일 ㅂ교회를 찾았다. 예배당 입구에서 만난 이 목사의 아내는 "오늘 캄보디아에서 선교사님이 오셔서 목사님을 만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이 목사는 만나지 못했지만, 마침 예배를 마치고 나온 ㄱ 장로를 짧게 만날 수 있었다.

ㄱ 장로는 "모든 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대법원 판결 나오기 전까지 함부로 보도하지 말라. 그때까지 우리는 취재에 응할 용의가 없다. 저쪽 이야기를 듣고 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ㄱ 장로 옆에 있던 한 여성 권사가 거들었다. "소수가 없는 사실을 만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농부 같은 목사님과 장로님이 피해를 입고 있다. 장로님은 성추행한 적 없다"며 적극 두둔했다. 교인들이 왜 없는 사실을 만들겠느냐고 묻자, 권사는 "(반대 측이) 교회를 욕심내는 거 같다. 교회 부동산 가격이 많이 높아서 없는 사실을 만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피해 교인들은 이 목사와 ㄱ 장로 측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A 집사는 "참고인 조사 때만 5명이 가서 ㄱ 장로에게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정말로 성추행·성희롱 등이 없었다면 징계할 때 왜 가만히 있었나.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교회에서 쫓아내기 위해 이 목사와 ㄱ 장로가 있는 사실마저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B 권사는 "이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교회 정관 개정 등 문제로 이 목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니까, ㄱ 장로가 돌아와서 이 목사를 열심히 돕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내보내기 위해 편먹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나 역시 ㄱ 장로를 강제 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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