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이 무엇이냐 - 사탄, 그 존재에 대하여> / 전원희 지음 / 이레서원 펴냄 / 180쪽 / 1만 2000원
<네 이름이 무엇이냐 - 사탄, 그 존재에 관하여> / 전원희 지음 / 이레서원 펴냄 / 180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구약성경부터 중간기 유대 문헌, 신약성경과 교부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탄' 개념이 어떻게 수용·발전돼 왔는지 개념사적으로 살피는 책. 서울신학대학교 학부·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구약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전원희 목사(오후다섯시교회)가 썼다. 저자는 여러 문헌을 살피고 다양한 학자의 의견을 비교·분석하면서, 사탄 개념은 각 공동체가 처한 상황과 맥락, 이원론의 수용 여부, 타 종교와의 경쟁 과정에서 고수하고자 한 정체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돼 왔다고 결론 내린다.

△일원론적 세계관하에 사탄을 '고발자'이자 하나님께 종속된 '한계적 존재'로 보는 구약성경 △일원론과 구약성경 개념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페르시아 이원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악의 기원을 '인격화한' 사탄에게 돌리는 중간기 유대 문헌 △구약성경과 중간기 유대 문헌에서 발전된 개념 대부분을 수용하되 공동체 상황에 따라 사탄을 '한계적 존재', '대적자', '패배자', '악의 원인', '통치자'로 보는 신약성경 및 초기 그리스도교·교부 전통 △구약성경의 고발자 개념만을 받아들이고, 이원론 및 인격화를 거부하며 사탄을 인간 내면에 있는 악한 성향의 의인화 정도로 묘사하는 미드라쉬·탈무드 랍비 유대교 전통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특히 초기 그리스도교가 사탄·마귀 같은 악한 영적 존재에 어떻게 대적했는지 '축귀'를 예시로 들어 설명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저자가 설명하는 축귀 개념의 변천 과정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사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적 전쟁' 개념이 신앙생활에 실제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힌트를 준다.

"기독교 문헌은 인격화된 사탄을 통해 악이 생겨났고, 인간을 유혹하게 되었다고 본다. 죄와 악에 대해서는 인간의 책임도 있지만, 사탄에게 그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랍비들은 사탄에게 악한 성향이 있다는 점과 사람이 악을 행하도록 유혹하는 존재이지만 종말론적 존재처럼 인간의 힘으로 물리치기 어려운 존재는 아니었다고 보았다. 이렇게 랍비들은 초기 기독교와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반응했다." (1부 2장, '기독교와 유대교의 선택적 사탄 수용과 정체성 형성', 110쪽)

"악한 영들의 공격은 지금도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내면을 공격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믿음의 공동체를 파괴하며, 하나님의 사역을 방해한다. 다만, 우리는 이제 그 공격을 막아 내고 승리하기 위해 축귀의 시대를 넘어 예수를 좇으며 살아가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영적 전쟁이 하나의 의식에서 일상을 살아 내는 것으로 점점 바뀌어 갔듯이, 진정한 영적 전쟁은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예수의 말씀을 따라 살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싸움이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사탄은 우리를 두려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은 모든 사탄의 공격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결론, '행함으로 믿음을 보이라(약 2:18)',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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