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나수진 기자입니다. 항시적으로다가 안녕하시지요?

'서준맘'을 따라 한번 인사해 봤습니다. 서준맘은 숏폼 코미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인데요. 저도 뒤늦게 빠져서 보고 있어요. 서준맘을 연기하는 배우 박세미 씨는 정말 올해의 연기대상 감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서준맘은 신도시에 살면서 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장보기 꿀템' 유튜브 촬영, 동네 엄마들과 '공구' 등을 하는 전업주부 여성인데요. 이 콘텐츠는 '맘충'이라며 비하돼 온 유자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어요. 그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은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희화화하거나 과장해 웃음을 유발해 왔잖아요. 그 결과 대상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요.

그런데 서준맘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명품 가방을 들고 네일 아트를 한 손에는 손목 보호대를 차고 있고, 집·차·직업·외모 등을 줄 세워 비교하다가도 남에게 진심을 다해 조언하는 따뜻한 구석이 있어요. 어느새 그에게 빠져들고 나면 옆집 이웃, 아는 언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류인나라는 이름을 가진 서준맘을 가까이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서준맘을 기획하고 연기한 배우 박세미 씨는 유자녀 여성이 아니라고 해요. 그런 그가 왜 서준맘을 만들었고,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는 걸까요. 박세미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준맘에 빙의해 이런 답을 했더라고요.

"진상이냐 아니냐 그렇게 엄마들을 볼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내가 누군가에게는 진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죠. 근데 이게 싸움으로 가지 않을 수 있고,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할 말 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난 꼭 그렇다? 단점만 이야기하지는 않고 좋은 것도 이야기하고요. (중략)
 

엄마들이 엄마들 그대로 행복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했으면 좋겠어요. 난 항상 그 생각을 한다? 내가 애기 키우지만 어떻게 당당하게 살 수 있을까. 예전에 막 '여자는 애기 낳으면 끝이다', 이런 말 신경 쓸 거 하나도 없어요. 난 그걸 바꾸고 싶었어요. 애 낳았다고 내 인생이 왜 끝이냐? 나는 충분히 뭐든 가능한 사람이다. 적어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혼하고 애 낳아 키우면서 작은 거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난 딱 그거예요. 지난 거 생각할 필요 없어요. 우울하고 힘들 때 서준맘 보면서 하하 호호 즐기세요. 다들 알죠? 기지배들아, 아무 걱정하지 마, 이 언니가 있다!"

어쩌면 서준맘이 '맘충'으로 비하되는 여성들을 달리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코미디 콘텐츠들이 늘어나 다 함께 공감하고 깔깔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독자님, 재미있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편집국 수진

친절한 뉴스 브리핑

"명성교회는 살지 몰라도 한국교회는..."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대표자 자격을 확인하는 소송이 약 2년 만에 끝났습니다.

· 지금까지 어떤 일이?: 김 목사는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교단법을 어기고 세습을 강행했으니, 당연히 교회 대표자의 자격이 없다고 봐야겠지요. 1심 재판부는 김하나 목사가 세습금지법을 어겼으므로 명성교회 대표자 자격이 없다고 선고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 2심에서 살아남은 명성교회: 그런데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습니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104회 총회가 조건부로 세습을 용인해 주는 수습안을 결의했고, 김하나 목사는 아버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지 5년이 지나 부임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명성교회 손을 들어줬습니다. 명성교회 측이 재판 과정에서 주장한 논리를 2심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준 것입니다.

· 대법원마저 명성교회 손을…: 명성교회 세습을 규탄해 온 이들은 대법원이 바로잡아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월 23일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대표자라는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죠.

독자님도 잘 알다시피 한국교회는 수년간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시끄러웠습니다.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예장통합 교단은 명성교회를 감싸기 급급했습니다. 더는 교단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사회 법정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사회 법에서도 이긴 명성교회는 축배를 들지도 모르겠네요.

얼마 전 예장통합 총회 임원을 만난 적 있습니다. 친명성 인사로 분류돼 온 그가 나지막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부자 세습으로) 명성교회는 살지 몰라도 한국교회는 망하게 생겼다." 이 말대로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씁쓸할 따름입니다.

편집국 용필


병역거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

인터뷰는 조금 답답했습니다. 병역거부의 이유를 명쾌하게 말해 주면 좋을 텐데, 김최건희 씨는 왜인지 그러지 못하시더라고요. 어떤 뜻인지는 어렴풋이 알겠는데 명확하게 손에 잡히지는 않는 느낌. 이럴 때 기자들은 생각합니다. '아 이거 어떻게 정리하지…?'

그런데 건희 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했던 옛 친구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친구 또한 병역거부의 이유를 명쾌하게 말하지는 못했어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알게 되고 고민하다 보니 "그냥 어느 순간 그런 사람이 돼 있더라"는 거였죠.

어찌 보면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건 제 선입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단순 명쾌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겠죠. 그 복잡함을 안고 대체역에 임하는 건희 씨를 응원합니다.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민족들은 칼을 들고 서로 싸우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아니하리라." (사 2:4b)

편집국 권효


'은혜가 되지 않는' 모습

오랜만에 한창 분쟁 중인 교회를 취재했습니다. 목사를 향해 "사퇴하라"고 외치는 교인들, 그런 교인들을 못 본 척 지나가는 목사,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의 실랑이, 몸싸움…. 날선 대립을 지켜보면서 저도 모르게 조그맣게 내뱉었습니다. "아… 정말 은혜가 안 되네…."

일주일간 사회생활을 하다가 일요일 교회에 왔는데 교회는 싸움판이라니. 교인들이 얼마나 힘들까 싶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두 달 넘게 지속하고 있었으니 교인들 간 갈등의 골은 또 얼마나 깊어질까요. 이 분쟁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된다 해도, 이들이 과연 예전처럼 함께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갈등은 정말 섬세하게 다뤄야 할 텐데요. 과연 지금 교회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그럴 깜냥이 있는지 회의적이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ㅅ교회의 앞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네요.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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