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보도 이후 권 목사 측은 한 언론사 대표를 통해 성범죄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 보도 이후 권 목사 측은 한 언론사 대표를 통해 성범죄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회사 워크숍에서 보고할 '2022 결산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여느 해처럼 올 한 해도 열심히 농사를 지은 것 같은데 마땅한 수확물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요 보도' 사안에 무엇을 적을지 고심하다가 엊그제 보도한 '권 아무개 목사 그루밍 성폭력'도 같이 적어 넣었다. 신앙 교육을 빙자해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권 목사도 문제지만, 피해자를 회유·협박한 새로운○○교회 측도 악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권 목사 그루밍 성폭력'을 보고서에 적고 났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통화 속 남성의 목소리에서 노쇠함이 묻어났다.

"안녕하세요. 이용필 편집국장님이시죠? 저는 <새한일보> 대표이사예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연락했다는 그는 대뜸 권 목사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이 전해 듣기로는 나이 70에 가까운 목사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선처를 바란다고 했다. 기자가 보도할 사안이면 하고 아니면 아닌 거지, 선처하고 말고 할 게 있느냐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같은 '신문쟁이'로서 도울 수 있는 건 돕자며 묘한 제안을 해 왔다. 이런 제안이나 중재(?)를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듯했다.

한번 만나서 상의하자는 그에게 구체적인 용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거기(권 목사 측)에서 도움을 좀 주고 기사를 내릴 수 있느냐는 부탁을 해 왔다"면서 "그쪽에서 이야기하기로는 (보도된 내용과 그렇지 않은 것의 비율이) 30 대 70 정도 되니까 억울해한다. (<뉴스앤조이>는) 30%만 가지고 (기사를) 쓴 거니까. 국장님이 도울 수 있으면 도와 달라"고 말했다. 에둘러서 하는 말이었는데 이해하기는 쉬웠다. 한마디로 새로운○○교회가 <뉴스앤조이>에 광고 내지 후원을 할 테니 권 목사 기사를 내려 달라는 것이었다.

죄를 짓고도 반성하지 않는 데다가 돈으로 기사를 내리려는 권 목사 무리의 행태에 기가 찰 따름이었다. 여기에 일간신문 대표이사라는 자의 행태를 보고 있으니 과연 '신문쟁이'가 맞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는 가해자 측 이야기만 듣고, 심지어 법원에서도 유죄로 인정한 사안을 교통사고 과실 비율 따지듯이 제멋대로 이해했다.

기자는 기사를 가지고 흥정할 게 아니라, 교회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지원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합의를 통해 기사를 내릴 수 없느냐고 거듭 말했다. 사실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모를까 원칙상 어렵다고 하자, 그는 "그러면 여기서 마무리 짓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권 목사가 시무하던 교회에서 재정을 담당했던 전 교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권 목사는 평소 교계 언론을 관리해 왔다. 권 목사를 띄워 주는 보도를 한 언론은 다 돈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교계 언론처럼 <뉴스앤조이>도 돈으로 회유가 가능하리라 여긴 것일까. 번지수 잘못 짚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관련 기사만 늘어날 뿐이라는 사실을 권 목사와 새로운○○교회 측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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