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이야기 - 외부의 시선으로 본 예수> / 스캇 맥나이트·필립 로 지음 / 이지혜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308쪽 / 1만 7000원
<그리스도 이야기 - 외부의 시선으로 본 예수> / 스캇 맥나이트·필립 로 지음 / 이지혜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308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사복음서는 예수의 말씀과 행적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기록물이다. 한데 2000년 전 유대 세계에 관한 정보와 복음서 형성 과정에 대한 지식 없이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지점도 있다. 또한 각각의 복음서가 지닌 특징과 관점의 차이는 때때로 읽는 이들을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성경 독자들이 그런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맥락과 서사 위에서 복음서의 세계를 풍성하게 경험하도록 돕는다. 1부 '외부의 시선으로 본 예수'에서는 복음서가 어떤 책인지(1장), 예수 시대 종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2장), 예수가 가르친 핵심 주제는 무엇이었는지(3장), 예수는 어떤 분이었는지(4장) 일반 독자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기술한다. 초기 기독교와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스캇 맥나이트가 썼다. 2부 '그리스도 이야기'는 사복음서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돼 있다. J. B. 필립스의 사복음서 번역본인 <예수에서 예수까지>(숨숨) 본문을 영국 SPCK 출판사의 출판디렉터 필립 로가 발췌·축약해 하나의 이야기로 서사화한 것이다. 1부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2부를 읽어 나가면 예수의 시대와 그의 생애, 그가 선포한 복음에 새롭게 빠져들게 될 것이다.

"복음서가 예수님과 갈등 관계였던 다양한 유대 집단에 대해 말하는 내용을 읽을 때 우리는 이런 논쟁의 언어가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기록되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일상적인 정상 상태를 격론으로 묘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부 바리새인들이 까다롭게 율법을 준수하여 때로는 타인에게 짜증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 독자들이 모든 바리새인이 늘 그랬다거나 (더 심각하게는) 현대의 모든 유대인도 바리새인들처럼 까다롭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토라'를 엄격하게 준수한 것은 그것을 지키는 대부분의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기회로 여겼기 때문임을 이해해야 한다. 예수님은 철저한 준수의 중요성에 반대하신 것이 아니라,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두고 의견을 달리하신 것이다." (2장 '예수님 시대의 종교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37쪽)

"예수님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돋보이신다.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실제 상황에 대해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말씀하는 데 능통하시다. 복음서와 예수님, 기독교 전통에 익숙한 일부 현대 제자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가장 독특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비유에 무뎌졌을 수도 있다. 플라톤이나 영안실에서 일하는 화학자 같은 문체를 지닌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으면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우구스티누스도 <고백록>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고, 바울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저술인 로마서는 철저히 신학적이고 (사실을 말하자면) 논리가 복잡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복음서에는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예수님은 사색하고 명상하고 심사숙고하고 논쟁적이고 복잡하기보다는 활동가 스타일이셨다. 그분은 주야장천 방에 앉아 책만 읽다가, 갑자기 지성인 엘리트를 위한 학술 논문을 들고 나타나거나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자연이라는 책을 읽으시고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예수님은 셉포리스와 나사렛, 갈릴리해 주변 지역, 예루살렘에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셨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그분이 들려주신 이야기는 때로 청중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했다. 그리스도 이야기의 모든 페이지에는 고요하지만 끊임없는 논쟁이 나오는데, 바로 '누가 제대로 된 예수님 편인가'라는 논쟁이다. 예수님은 그 논쟁을 더 구체화하시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때로 그 이야기들은 미묘하다." (4장 '예수님은 어떤 분이셨는가?', 135~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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