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 - 하늘과 땅이 겹치는 경이> / 윌리엄 윌리몬 지음 / 정다운 옮김 / 비아 펴냄 / 172쪽 / 1만 2000원
<성육신 - 하늘과 땅이 겹치는 경이> / 윌리엄 윌리몬 지음 / 정다운 옮김 / 비아 펴냄 / 172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대림절을 앞두고 성육신의 의미를 곰삭히며 묵상하기에 적합한 책. 저자는 그리스도교가 믿는 것은 "예수가 하느님과 '거의 같은 분이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하느님이라고" 믿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11쪽). 그렇기에 그리스도인은 전능하신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이 놀라운 사건, 즉 '성육신' 교리를 이해하려고 시도할 때 "이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며 우리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10쪽). 복음서에 예수의 신성과 인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보여 주고, 그 둘의 기이하고 오묘한 결합을 초대교회로부터 지금까지 신학자·철학자들은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간추려 설명하면서, 성육신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간일 수밖에 없음을 변호한다. 듀크대학교에서 실천신학을 가르치는 윌리엄 윌리몬이 2013년에 쓴 책으로, 성육신에 관한 신학적 논의를 평신도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책 말미에는 함께 읽어 볼 만한 책으로 8권의 관련 저서를 정성스럽게 소개해 뒀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저 '인간일 뿐' 하느님이 아니었다면, 통찰력 있고 선량한 영적 스승이 통상 할 수 있는 말 이상의 가르침을 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또 한편 그가 그저 '하느님'일 뿐 인간이 아니었다면 그는 허약하고 유한하고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삶과 거의 무관했을 테지요. 하지만 전능하신 하느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실로 온전히 인성에 참여하셨다면 어떨까요. (중략)
 

예수를 불의한 세력에 의해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러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만 간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리스도의 신성을 피해 도망하는 셈이 됩니다. 이는 사실상 하느님을 저 멀리 천상에, 거룩한 곳에 가두어 두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을 믿기란 더 어려워집니다. 그분이 우리 삶에 관심을 기울이신다는 이야기가 와닿지 않을 테니까요." (1장 '하느님을 드러내신 하느님', 42~43쪽)

"우리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태도를 바꾸고, 사회구조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면 궁극적인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이른바 '번영신학'을 지지하는 사람은 신앙이 곧 '좋은 삶'과 연결된다고 이야기하기까지 합니다. (중략) 악이 횡행하는, 무고한 이가 고통을 당하는, 끝없이 불의가 이어지는, 이로 인해 너무도 많은 이들이 괴로워하는 현실은 외면한 채 세상을 불순물 하나 없이 온전히 '좋은' 곳으로 여깁니다. (중략)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아기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는 고통과 피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탄절이 지나면 성금요일이 찾아옵니다.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푹신한 소파를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십자가를 약속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우리 가운데 여전히 슬픔이 있음을 정직하게 인정하며 사려 깊게 기쁨의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교회가 여전한 분투와 시시때때로 우리를 넘어뜨리는 패배를 정직하게 마주하지 않고 마냥 행복한 얼굴로 발랄하게 빛과 기쁨 승리를 기념하는 것은 성육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2장 지금 여기에, 하느님으로부터 말씀이, 74~75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