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고기의 신학 - 레위기 5대 제물 연구> / 성기문 지음 / 플랜터스 펴냄 / 336쪽 / 2만 1000원
<피와 고기의 신학 - 레위기 5대 제물 연구> / 성기문 지음 / 플랜터스 펴냄 / 336쪽 / 2만 1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새해다. 성경 통독을 결심한 이가 많을 시기다. 대부분 창세기는 어렵지 않게 지나간다. 출애굽기도 후반부가 고비지만 어떻게든 읽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레위기는 각종 제사 규정과 율법을 다루고 있어, 마치 법전처럼 의례와 규칙들을 단순 나열한다. 사건·발단·전개 등의 서사 없이 정보 위주로 기술돼, 독자들이 재미와 감동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라 성경을 덮기 쉽다.

이 책은 의미 없어 보였던 레위기의 제사 제도가 실제로 어떤 신학적 의미와 기능을 지니고 있는지 설명해 준다. 정확히 말하면, 저자는 레위기 5대 제사(소제·번제·화목제·속죄제·속건제) 중 4장 1절 ~ 5장 13절과 16장에 등장하는 속죄제, 즉 '하타트(속죄 혹은 정화를 의미 - 편집자 주)' 제의 규례의 고기와 피의 역할을 소개한다.

1장은 저자의 문제의식과 논지를 제시한다. 2장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속죄제를 둘러싼 구약학자들의 논의를 개괄한다. "안수(직접적인 접촉) 없이 자동적으로 성소가 오염된다(제이콥 밀그롬, 노부요시 키우치 등)"와 "제물의 안수라는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성소가 오염된다(게하르트 하젤, 로이 게인, 김경열)"는 대표적인 두 입장을 정리했다.

3~6장에서는 속죄제 기본 요소와 중요 절차를 살펴본다. 제물 준비 단계부터 동물 안수와 죄 고백, 제단에서 제물의 피와 일부(기름, 간, 콩팥) 사용, 나머지 피와 고기 처리 과정에 관한 논의들을 담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제사를 드리고 남은 고기를 처리하는 방법에 관한 설명이다. 소제·번제·화목제의 경우 남은 고기는 제사장이 가져갔다. 속죄제도 남은 고기는 제사장들이 먹거나 모두 불태웠는데,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행위를 놓고 속죄의 연속인지 비속죄 의미(대행 수수료)인지 시각이 분분하다.

7~8장은 레위기 4~5장 속죄제 제의와 레위기 16장 속죄일 제의를 비교한다. 밀그롬·키우치는 두 제의가 동일한 '속죄' 기능을 지닌다고 보는 반면, 게인은 1년간 누적된 성소의 오염을 정화하고, 미처 처리되지 못한 죄들을 이스라엘 진영에서 완벽히 제거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여기서 새로운 입장을 제시하는데, 16장에 서술된 의식은 나답과 아비후의 반역 때문에 생겼고, 이후에 절기로 기념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속죄제는 그리스도 사역과 연결되어 있어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지만, 관련 연구자들은 국내외에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속죄제에 관한 여러 신학자들의 주요 입장을 소개해, 독자들이 레위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구약 오경의 제의 본문들에 등장하는 죄는 학자들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된다. '하타트'라는 표현은 LXX의 전통(하마르티아)을 따라서 전통적으로 죄(sin)라고 불리지만, 최근에는 학자들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되었다: 잘못(wrongdoing, 혹은 error) / 죄악(iniquity) / 자기은닉(self-hiding)과 죄책(guilt) / 과실(culpability) 등. 이러한 다양한 개념 정의의 배경에는 성경이 규정하는 죄의 다면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3장 '속죄 제의의 구성', 64쪽)

"필자가 볼 때, 피와는 달리 제물(고기)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속죄용 제물(선물)이라는 점에서 제물을 번제단에 태울 때나 제사장이 먹게 될 때 그 의미는 같다(거제물과 요제물의 경우와 비교하라). 그러한 점에서 이 규정도 속죄용 제물(아샴 제물과 하타트 제물 모두)도 제사장에게 수고료로 주어졌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다." [6장 '하타트 제물의 규례들(레 4:1-5:13)',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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