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허스토리 - 숨겨진 이름을 찾아서> / 백소영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86쪽 / 1만 7000원
<기독교 허스토리 - 숨겨진 이름을 찾아서> / 백소영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86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성서와 기독교 역사 속에 살아 숨 쉬었으나 '숨겨진' 여성 38명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사건들을 소개하며, 오늘의 맥락과 연결해 해석한 책이다. 복음서에는 '향유 붓는 여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기록한 책은 요한복음 뿐이다. 어째서 나머지 세 복음서는 이 여인의 이름을 적지 않고 "한 여인" 혹은 "한 죄 많은 여자"로 기록했을까.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집주인 시몬의 이름은 기록하면서 말이다. 저자 백소영 교수(강남대 기독교학과)는 이 질문이, '기독교 복음과 교회사를 여성들의 이름으로 읽어 내야 하는 이유'라고 밝힌다. 베다니의 마리아, 사마리아 여인, 막달라마리아, 뵈뵈 등 성서에 등장하는 여인들부터 테클라, 이집트의 마리아 등 고대 사막 교모들, 힐데가르트, 카타리나 쉬츠 젤, 마리 당티에르 등 중세 교회에 반짝였던 평신도 여성 지도자들, 삶으로 신앙을 부여잡고 기독교 페미니즘과 우머니즘의 문을 열어젖힌 헤리엇 터브만,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 샬롯 브론테, 조선 땅에서 주체적인 여성 그리스도인의 전범이 된 나혜석, 전밀라, 최덕지 등 "하나님을 만났고 예수님과 동행했으며 성령 안에서 자신의 소명을 살아 냈던 여자들의 이야기"(14쪽)를 통시적으로 펼쳐 놓았다. 후반부에 다룬 주제 '교회가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이유'(39장), '기독교와 페미니즘은 공존 가능한가'(41장)는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통찰을 준다. 저자의 삶이 절절하게 묻어난 에필로그는 꼭 읽어 보시길. 우리의 시야가 '제도적 눈'에 조종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하고, 가려진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여기 우리가 있다'고 목소리 낼 용기를 북돋는다.

"베다니의 마리아가 예수님의 제자라고? '제자'라고 불릴 자격은 열두제자에게만 있지 않나? 일단 누가복음 10장을 보면 칠십 인(어떤 사본은 칠십이 인)의 제자들을 세우시고 이들을 둘씩 파송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수제자, 애제자, 핵심 제자를 언급한다면 그 이름이나 수에 제한이 있겠지만, 예수님의 제자라고 칭할 만한 추종자들이 최소한 칠십 명이다. 더구나 성서 곳곳에 "예수를 따르는 여인들"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고, 남자 제자들이 다 도망간 십자가 아래나 무덤까지 따라간 여자 제자들의 이름은 복음서도 증거하고 있는 마당이다. 만약 '제자'라는 말이 스승의 발 아래 앉아 스승의 말씀을 듣고 배우며 스승의 뜻대로 살아가고자 애쓴 추종자들의 칭호라면, 베다니의 마라이가 '제자'가 아닐 이유가 없는 셈이다." (1장 '예수님의 제자로서 말씀을 사모한 베다니의 마리아', 17~18쪽)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를 만드는 데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보이게 해야 한다. <기독교 허스토리>는 그래서 계속되어야 한다. 여기서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을 의미하지만 은유일 수도 있다. 허리가 휠 정도로 노동했고, '나야 뭐' 하면서 늘 뒤로 물러났던 이름이다. 가장 오래, 가장 대규모로 보이지 않았던 이름이다. 어쩌면 나조차도 어느덧 제도 안에서 '갑'이 되고 '기득권자'가 되어 누군가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또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기 우리가 있다고. 땀 흘리고 때론 피 흘리며 생존을 위한 거친 날숨을 쉬고 있다고. 그들이 보이게 되고 들리게 되어야,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서 확장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에필로그: 보이지 않는 '그녀'를 드러내며,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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