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일 방송된 CTS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 긴급 대담.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대담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일방적인 반대 주장이 전파됐다. CTS기독교TV 유튜브 갈무리
2020년 7월 1일 방송된 CTS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 긴급 대담.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대담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일방적인 반대 주장이 전파됐다. CTS기독교TV 유튜브 갈무리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일방적 반대 내용과 허위 주장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법정 제재를 받은 CTS기독교TV(CTS·감경철 회장)에 대해,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11월 3일 방심위가 CTS에 내린 제재 조치 명령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CTS는 2020년 7월 1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차별금지법 반대 긴급 대담을 방송했다. 이 방송에는 김태영(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김종준(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윤보환(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 등 당시 주요 교단장들과 전용태 변호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가 패널로 참여했다. "가정을 파괴하는 동성애 보호법은 출산율 저하로 인구 절벽에 직면한 시대 인구정책에 역행한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이 그런 법안 때문에 성적 타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법이 제정되면 사법기관이 법 조항 해석권을 토대로 양심적 국민과 성도들을 탄압하고 성경대로 살 자유를 박탈할 것이다" 등 허위·왜곡 주장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방심위는 그해 11월 9일 CTS에 법정 제재인 '주의' 조치를 의결했다. 사회적 쟁점이자 이해관계가 첨예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주제로 다루면서도, 출연자를 편향적으로 구성해 법안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또한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이나 의견을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방송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 2항 '공정성'과 제14조 '객관성' 위반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월 1일 이 처분을 확정했다.  

CTS는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이다. 법원은 CTS의 손을 들었다. CTS는 일반 지상파 방송이 아닌 '종교 전문 편성 채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판결의 골자다. 

재판부는 "방송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여야 하는 원고로서는 소비자(시청자)들의 수요와 의견을 일차적으로 염두에 둘 필요가 있고, 더욱이 교단·교회·교인들로부터 받는 헌금 내지 기부금을 주된 재원으로 삼아 운영되고 있으므로 지상파 방송, 기타 공영 방송과 같은 수준의 높은 공익성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송법 제6조 2항과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 5항은 "방송은 성별·연령·직업·종교·신념·계층·지역·인종 등을 이유로 방송 편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종교의 선교에 관한 전문 편성을 행하는 방송 사업자가 그 방송 분야의 범위 안에서 방송을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재판부는 차별금지법 반대 대담 프로그램이 이 단서 조항에서 이야기하는 '선교'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선교'의 사전적 의미가 '종교를 전하여 널리 펼침'이고, 달리 '선교'의 내용, 방식, 절차 등을 한정하는 법률 규정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프로그램도 동성애에 관한 기독교의 교리를 펼치는 방송으로서 이 사건 채널의 주된 방송 분야인 '선교'의 범위 내에 있는 프로그램(방송법 제69조 제4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고는 주된 방송 목적으로 하고 있는 기독교적 교리와 이념의 전파를 위하여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차별적인 내용의 방송 편성이 가능하다 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CTS의 차별금지법 반대 긴급 대담 프로그램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크게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CTS기독교TV 유튜브 갈무리
재판부는 CTS의 차별금지법 반대 긴급 대담 프로그램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크게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CTS기독교TV 유튜브 갈무리

재판부는 CTS의 프로그램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패널만 등장시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방심위 주장도 기각했다. 

방송에서 진행자인 김성근 목사는 보조 출연자인 김철영 목사(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사무총장)에게 '최근 차별금지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어떠한 대화가 오고 갔는지' 물었다. 재판부는 이 질문이 간접적으로나마 차별금지법 찬성 주장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봤다. 또한 김 목사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차별금지법의 골자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등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내용만 보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죠. 그러다 보니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인데 한국교회는 왜 반대하느냐', 한국교회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라고 발언한 것이, 차별금지법 찬성 입장이 공존하고 있음을 전제로 밝힌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안에 대한 교계 반동성애 진영의 왜곡·확대해석 발언도 문제 삼지 않았다. 방송에서 방청객으로 참여한 길원평 교수(부산대 은퇴)는 "영국의 경우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에 트랜스젠더 아동들이 한 40배 정도 늘어났고요. 또 실제로 성전환 수술하겠다는 아동은 25배가 증가했다"는 전형적인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를 되풀이했다. 재판부는 이 발언이 거짓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없는데다, 주장을 전달하는 대담 프로그램에서 수용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봤다.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의학적으로도 또한 이 동성애는 전 세계 48만 명의 유전자를 검사해서 이제는 선천적인 유전자가 없다는 것이 분명히 밝혀졌기 때문에"라는 발언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볼 수 있지만, 방송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적고, 개인적인 주장일 뿐 시청자들이 사실로 혼동할 염려는 크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방심위의 제재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비록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송 내용 중 차별금지법 및 동성애에 대하여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사실관계에 근거한 주관적 평가를 발표한 것이고 기독교계의 교리와 신앙 보호를 위하여 주로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주의와 경각심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제작된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이를 단순히 방송법상 형식적 공정 의무 내지 객관 의무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한 이분법적 판단으로 재단하는 것은 자칫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마저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판결문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1987년 논쟁이 되는 주제를 다룰 때 찬반 견해를 동일한 분량으로 방송하는 '공정 원칙'을 폐기했다면서, "방송의 공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국가의 타율적인 개입보다도 해당 방송에 대응하여 다양한 의사 표현의 통로를 개방함으로써 시청자 일반과 시민사회의 비판 및 견제를 통한 '자율적 규제'를 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재판부는 방심위 제재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재판부는 방심위 제재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판결 이후 CTS는 11월 9일 "법원, '차별금지법 문제점 지적하는 CTS 프로그램 문제없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고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반성경적 움직임에 맞서는 순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기독교 대표 언론으로 그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는 상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방심위 관계자는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재판부 판단처럼 방심위 심의에서도 종교 전문 채널이라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일반론적인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제재 조치를 내린 것은, '군대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내가 성소수자요'라고 말하면 처벌할 수 없는 것 아니냐'와 같이 아무리 종교 전문 채널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명백하게 사실관계에서 벗어났거나 허위에 가까운 내용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이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다는 재판부 판단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2020년 7월 9일 '행복한 저녁 즐거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좌담회를 진행해 방심위 제재를 받은 극동방송도 제재 조치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극동방송은 '전문 편성 채널'인 CTS와 달리 '지상파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선고는 내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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