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기후위기기독인연대(공동대표 김영준·문형욱)가 기후 위기와 자본주의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기독교인들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강의를 열었다. 평생 경제 정의와 교회 개혁을 위해 일해 온 박득훈 목사(기후위기기독인연대 전문위원)가 강의자로 섰다. 12월 6일 서울 마포구 당인리교회에서 열린 강의에는 온·오프라인으로 60여 명이 참여했다. 

박득훈 목사는 먼저 자본주의에 유독 기독교인들이 친화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인이라면 마치 자본주의를 무조건 찬성·지지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를 '오래된 선입견'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한국교회는 막스 베버(Max Weber)가 쓴 <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오독하고 이를 맹신하고 있다고 했다. 자본주의가 개신교 윤리에서 태동했다고 믿는 것이다. 박 목사는 베버의 글로 이 부분을 반박했다.

"자본주의 정신은 (중략) 종교개혁의 어떤 영향의 결과가 아니면 형성될 수 없었다거나, 경제체제로서의 자본주의는 종교개혁이 창조해 냈다는 식의 어리석고 공론空論적인 명제를 주장하려는 의도는 없다."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과 개신교 윤리 사이에 '결합하기 쉬운 유사점(elective affinity)'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고자 했을 뿐이지, 둘 사이에 기계적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17세기 영국 청교도의 상인 그룹이 가지고 있던 윤리(근면·성실하게 일한 결과로 자본을 축적하는 것)가 자본주의 정신을 강화한 면은 있다. 그 시기 일부 청교도의 윤리가 그랬다는 것이지 개신교 윤리가 자본주의를 촉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영준 공동대표(왼쪽)와 박득훈 목사. 강좌는 유튜브 '기독미디어TV 로고스'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기독미디어TV 로고스 갈무리
김영준 공동대표(왼쪽)와 박득훈 목사. 강좌는 유튜브 '기독미디어TV 로고스'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기독미디어TV 로고스 갈무리

'자본주의 정신'이란 부를 축적하는 것이 제일의 가치가 되는 체계다. 박득훈 목사는 현재 가치와 이념, 제도 등 삶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담론은 자본주의 정신이라며,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친자본주의적일 필요가 없고 오히려 하나님나라 관점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성경에 비추어 봤을 때, 자본주의는 '악'이라고 박 목사는 규정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어두운 부분을 은폐한다. 보이는 것이 진리라고 계속 우긴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자본가에 의해 엄청난 착취를 당하고 있는데도 자본주의는 '자유로운 계약에 의해 효율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한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절대 자본주의 때문에 기후 위기가 일어났다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는 하나님보다 맘몬을 섬기게 하기 때문에 악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신학적으로 악은 본래 '더 작은 선(a lesser good)'을 지고선至高善인 하나님 위에 놓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 자체가 악은 아니지만, 자본주의는 물질적 풍요를 지고선으로 여기게 한다. 하나님 섬기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국 하나님을 이용해 맘몬을 섬기게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유발하는 경쟁 절대주의와 사회적 양극화는 성경적으로 '이웃에 대한 억압'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경쟁 역시 그 자체로는 선한 것이다. 하지만 경쟁 절대주의는 승자독식을 당연시하고 패자는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점점 존엄성과 가치를 상실해 간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절대 이웃을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 또한 자본주의가 유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득훈 목사는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을 남기는 일이고, 이는 더 많은 소비와 생산, 즉 성장주의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에는 성장주의라는 피가 돌고 있다"며 "결국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성장을 추구하게 된다. 경제학에서도 자연 파괴는 '외부 효과'로 치부된다"고 말했다. 또 "기후 위기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은 가난한 자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이런 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인간과 자연을 모두 파괴한다는 것은 일찍이 칼 마르크스(Karl Marx)가 통찰한 바이기도 하다. 박 목사는 마르크스가 쓴 <자본론>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인구를 대중심지로 집결시키며 도시 인구의 비중을 끊임없이 증가시키는데, 이것은 한편으로 사회의 역사적 동력을 집중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인간과 토지 사이의 물질대사를 교란한다. 즉 인간이 식품과 의복의 형태로 소비한 토지 성분들을 토지로 복귀시키지 않고, 따라서 토지의 비옥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연적 조건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적 생산은 도시 노동자의 육체적 건강과 농촌 노동자의 정신생활을 다 같이 파괴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물질대사의 유지를 위한 자연 발생적 조건을 파괴한 뒤에야 비로소, 물질대사를 사회적 생산을 규제하는 법칙으로서 그리고 인류의 완전한 발전에 적합한 형태로 체계적으로 재건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한다. (중략) 자본주의적 농업의 모든 진보는 노동자뿐 아니라 토지를 약탈하는 방식의 진보이며, 일정한 기간에 토지의 비옥도를 높이는 모든 진보는 비옥도의 항구적 원천을 파괴하는 진보다. 예컨대 미국처럼 한 나라가 대공업을 토대로 발전하면 할수록, 토지의 파괴 과정은 그만큼 더 급속해진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은 모든 부의 원천인 토지와 노동자를 동시에 파괴한 뒤에야 비로소, 각종 생산과정들을 하나의 사회 전체로 결합하여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게 된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이 오늘날 기후 위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일러 준다. 박득훈 목사는 창조 이야기부터 노아의 언약, 휴경년과 희년 등을 설명하며, 하나님이 인간뿐 아니라 짐승이나 땅 등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아프면 우리는 아픈 곳에 집중하게 된다. 이 세상은 하나님의 몸이다. 기후 위기는 자연이 아프다고 신음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관심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가 현실에 닥쳤고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까지 알았지만, 막상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느껴진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김영준 공동대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제도적 실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기후 위기는 결국 정치의 문제다. 정치를 통해 법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다수대표제다. 한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만 당선되고 나머지는 몇 표를 얻었더라도 탈락한다. 김영준 공동대표는 비례대표제를 시행 중인 덴마크·핀란드·스웨덴 등 여러 유럽 국가에 20~30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또한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행복도와 민주주의 지수가 높고 부패 지수가 낮았다. 

무엇보다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나라들이 기후 위기 문제에 더 적극 대처한다고 평가된다. 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이 높은 나라들도 대부분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거대 양당이 의석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0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각 정당에 기후 위기 관련 정책에 대해 물었을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기승전핵', 더불어민주당은 '의지박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의당, 녹색당은 '타의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후 위기 관련 정책이 부실한 정당 의원들이 기후 위기에 잘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불성설이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그리스도인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일을 전개하고 있다. '찾아가는 기후 학교'를 통해 교회나 단체에 직접 찾아가 기후 위기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알리고, '기후 정의 교회 네트워크' 회원 교회를 모집하고 있다. 현재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들은 생계를 위한 일과 기후 위기 활동을 병행하는 중이다. 이들이 기후 위기 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후원을 받고 있다. 

*문의: 김영준 공동대표(010-9027-4965)
*기후위기기독인연대 정기 후원(https://online.mrm.or.kr/WIoE7cu)
*'찾아가는 기후 학교' 문의(climatechristiansolidarity@gmail.com)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