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하려던 말들 - 예수의 비유에 관한 성서학적·철학적 사색> / 김호경 지음 / 뜰힘 펴냄 / 216쪽 / 1만 5000원
<예수가 하려던 말들 - 예수의 비유에 관한 성서학적·철학적 사색> / 김호경 지음 / 뜰힘 펴냄 / 216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대다수 그리스도인이 익히 들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더는 놀랍게 여기지 않는 빛바랜 예수의 비유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안에 담긴 새롭고 놀라운 메시지를 끄집어내는 책. 도서출판 '뜰힘'의 첫 번째 책이다. 저자 김호경 교수(서울장로회신학교 신약학)는 "예수 당시 사람들이 뒷목을 잡을 만큼 놀랐던 이야기에 나는 왜 놀랄 수 없는가?"(15쪽)라는 질문에서 예수의 비유 연구에 천착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그만큼 예수의 비유를 진의와 상관없이 '우리가 예수에게 듣고 싶은 말'로 치환하는 데 익숙한 시대에, 이 책은 예수의 비유에 담긴 급진성을 복원하며 '예수가 하려던 말'이 진정 무엇이었는지 다시 숙고하게 한다. 예수의 비유 19개를 차근히 풀어내는 과정에서 에드문트 후설, 쇠렌 키르케고르, 장 폴 사르트르, 이마누엘 칸트, 프랜시스 베이컨, 에마뉘엘 레비나스,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등 다양한 사상가와 대화하며 "비유가 가진 신앙적 의미를 철학적으로 확장"(16쪽)한다. 낯익은 본문을 낯설게 읽으며 하나님 말씀에 담긴 새롭고 놀라운 의미를 발견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할 만한 책이다.

"바리새인들을 비롯한 유대의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의 많은 비유와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이 상상하던 하나님나라와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나라가 동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것을 말하고 생각하는 예수와 그의 하나님나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장 거룩한 하나님나라를 가장 부정한 누룩에 빗댄다는 것 자체가, 예수의 잘못된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그들은 판단했다. (중략)
 

편견의 위험을 지적하면서 철학자 베이컨(F. Bacon)은 네 가지 우상에 관해 말한다. (중략)


베이컨은 이렇게 착오에 빠져 있는 인간을 우상을 숭배하는 자라고 조롱하며, 이런 편견 속에서는 진리를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그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수의 하나님나라 비유가 드러내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누룩 비유는 바리새인들의 편견을 파고든다. 스스로를 의롭다고 생각하는 바리새인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정한 비유를 통해서, 그들이 어떠한 우상에 빠져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하나님나라와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들에게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했다." (5장 '편견에서 벗어나다', 64~66쪽)

"사회학자 부르디외(P. Bourdieu)는 개인의 행동이 주관적 의지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행동은 과거로부터 누적된 사회적 관행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개인은 사회적, 역사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사회와 인간의 이러한 상호성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나온 개념이 '아비투스(habitus)'다. (중략)
 

이 비유(누가복음 18장 '불의한 재판관' 비유 - 기자 주)는 하나님나라의 아비투스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하나님나라와 세상의 통치가 요구하는 아비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님나라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상징적 폭력에 휩쓸린 아비투스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리고 새로운 아비투스를 요구한다. 이는 하나님의 정의를 구조화하는 아비투스다. 불의로 구조화된 아비투스를 버리고 새로운 아비투스를 만드는 일은 힘겹다. 몸에 배인, 태생부터 익숙한, 그 일을 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것으로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속마음까지 간파해야 하는 일이다.
 

새로운 아비투스를 위해서 기도는 매우 중요하다. 기도는 자신의 욕망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소원을 이루는 것보다 그 도시에 하나님의 정의가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 낙심하지 말고 기도를 계속하라는 말은 이런 뜻일 것이다. 그 도시에서 제2, 제3의 과부가 나오지 않도록, 불의한 재판관의 음흉한 속마음이 드러나도록, 믿음이 도시를 휘감고 있는 상징적 폭력을 물리칠 수 있도록, 달걀로 바위 치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기도다." (11장 '폭력에서 벗어나다', 123~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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