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Ⅱ - 대화와 소통의 사유> / 김동규 외 지음 / 도서출판 100 펴냄 / 432쪽 / 2만 3000원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Ⅱ - 대화와 소통의 사유> / 김동규 외 지음 / 도서출판 100 펴냄 / 432쪽 / 2만 3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와 '도서출판 100'이 합작해 내놓은 '에라스무스 총서 시리즈'의 6번째 책. 전작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Ⅰ - 철학과 신학의 경계에서>에 이어 현대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 평가와 전망, 참고 자료 등을 개괄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이번에는 '대화와 소통의 사유'라는 큰 주제 아래 △다석 유영모 △에디트 슈타인 △데이비드 트레이시 △리처드 스윈번 △엔리께 두셀 △던칸 B. 포레스터 △토마스 토렌스 △메롤드 웨스트폴 △윌리엄 캐버너를 소개한다.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연구원들이 2020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뉴스앤조이>에 연재한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의 내용을 기반으로 더 많은 내용을 심화·확장해 담아냈다. 아직 국내에 널리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사상가의 목소리를, 전공자 연구원들의 친절한 해설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책이다. 대화가 상실되고 소통의 의미가 퇴색된 우리 시대에 그리스도교를 기반으로 한 사유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인류를 위기에 빠트린 팬데믹 상황, 생태계 위기, 게다가 신냉전이란 용어가 나올 정도로 생명과 인간성을 파괴하는 정치적 충돌과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우리 시대'를 돌아볼 때, 사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섰는지 돌아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 시대는 대화와 소통의 힘을 잃어 가고 있으며, 혹은 대화의 허울을 쓰기는 했으나 대결과 혐오를 부추기는 기만적 레토릭을 구사하면서 타자의 비판이나 도움의 요청을 막고 공동의 선을 향한 갈망과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도 함께 길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개인 간, 교회 간, 종파 간, 진영 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이 대화를 기반으로 삼을 때 비로소 타자를 향한 온전한 사랑과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그리스도교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말, 8쪽)

"에디트 슈타인의 출발점은 '인간의 진리'였으며, 자유로운 주체로서 인간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의지에 근거하여 세상과 소통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괴팅겐에서 현상학을 만난 20대의 에디트는 희망으로 가득 찬 탄성과 함께 미래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그런데 그의 삶에서 '인간의 진리'는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그 자유의 뿌리인 신의 자유의지와 소통하면서 살아 내야 할 진리'로 드러났다 즉, 그가 마주한 상황은 유대인으로서 그리스도의 진리를 살아 내야 하는 역설이었고, 공존할 수 없어 보이는 신앙적 결단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에디트 슈타인은 그 역린을 감내하며 자신의 상황을 이성과 신앙, 신적 차원의 공감과 소통을 통하여 풀어내려고 노력하였고,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렀다. 그리고 십자가의 예수와 함께 죽음을 넘어가는 부활로 완성되었다. 이제 에디트 슈타인은 그 부활의 답을 내보이며 언제나 현재형으로 우리에게 질문한다. '인간의 진리'는 무엇이고, 어떻게 그 진리를 살아 낼 것인가?" (2장 '진리와 화홰하는 인간 이해', 90~91쪽)

"웨스트폴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개방적 전유에도 불구하고, 그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종교적 전유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종교의 더 깊은 대화를 가로막는 역설을 드러낸다. 이는 웨스트폴이 결단코 정통주의 그리스도교, 즉 삼위일체라거나 전지전능한 신 관념을 견지하는 '순전한 그리스도교'의 이념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웨스트폴의 포스트모더니즘 활용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제한적으로 활용할지언정 푸코, 데리다, 리오타르와 같이 포스트모더니스트로 분류되는 이들의 철학을 악의적으로 곡해하거나 그들을 이단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에게 억지로 그리스도적 세례를 베풀어 그들을 일종의 그리스도교적 사상가로 전환해 버리는 무리수를 두지도 않는다. 웨스트폴이 고안한 유한성의 해석학은 종교인들에게 포스트모더니즘과 그리스도교의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가르쳐 준다. 또한 그는 해석의 상대주의를 수용하여 해석학적 대화에 나서는 포스트모던 해석학을 통해 이것이 단지 성서 해석의 다원성만이 아니라 종교간, 교파 간 대화를 증진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탁월하게 논증해 냈다. 이런 점에서 비록 제한적인 수용이긴 하지만, 웨스트폴의 포스트모더니즘 수용과 활용은 우리가 현대 사상과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8장 '포스트모더니즘의 예언적 음성을 전유해 낸 프로테스탄트 철학자', 359~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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