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에 있느냐? - 죽음과 부활에 관하여> / 알렉산더 슈메만 지음 / 황윤하 옮김 / 비아 펴냄 / 188쪽 / 1만 2000원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에 있느냐? - 죽음과 부활에 관하여> / 알렉산더 슈메만 지음 / 황윤하 옮김 / 비아 펴냄 / 188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20세기 영미권에 정교회신학을 알리고, 전례신학(예배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신학자 알렉산더 슈메만(1921~1983)이 죽음의 문제를 다룬 책이다. 과거 구소련인들이 듣도록 제작한 '자유유럽방송'으로 전파된 강연과 각기 다른 시기에 한 이야기 글들을 엮었다. 저자는 플라톤의 <파이돈> 이래 인류가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 이 세상에서의 삶에 대해 어떤 관점과 태도를 형성해 왔는지 살펴보고, 성서와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대비적으로 설명한다. 죽음을 "멸망 당할 원수로 선포"하는 그리스도교 관점에서 변해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99쪽)인 인류의 태도를 지적하고,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부활)를 강조한다. 생명의 하느님께서 타락한 세상을 버리신 게 아니라 사랑하시고 구원하셨음을 강조하며 "불확실한 사후 세계를 선호하면서 이 세상을 거부하거나, 불확실하기로는 사후 세계와 마찬가지인 이 땅의 유토피아를 그리는 광적인 유물론으로 죽음 자체를 거부"(9쪽)하는 태도를 모두 배격한다.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영원이 이미 지금 여기, 우리의 삶으로 들어왔다는 믿음"과 "성령 안에서 누리는 평화와 기쁨"(89쪽)이 가능함을 웅변한다. 부록에는 알렉산더 슈메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세계관'을 주제로 쓴 글 '유토피아와 도피 사이에서'와 현대 신학사에 그가 남긴 족적을 해설한 글이 실렸다.

"그리스도교의 중심에는 부활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죽음이 그 힘을 잃었다고 힘차게 선포합니다. '죽음으로 죽음을 짓밟는다!' 그리스도교는 수세기 동안 이 전례 없는 선언, '주님께서 죽음을 정복하셨다'는 승리의 선언으로 이 세계를 다스렸습니다. (중략)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교가 전하는 진실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도교, 몇몇 그리스도교인들은 세상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그러나 승리에 찬 새로운 관점을 약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점점 플라톤의 생각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삶과 죽음이 서로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두 세계가 서로 대적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계'와 '다른 세계', 불멸한 죽은 이들의 영혼이 기뻐하며 살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를 대립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2장 '최후의 원수', 27쪽)

"교회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삶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영원하신 생명과의 친교를 나누는 공동체이며, '성령 안에서의 기쁨과 평화', 그리고 영원히 쇠하지 않는 하느님나라를 고대하는 공동체입니다. '다른 세상'이 아니라, 모든 것과 모든 생명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곳입니다. 그분 안에서는 죽음조차 생명의 움직임이 되었습니다. 죽음을 사랑과 빛으로 채우셨기 때문입니다. (중략) 우리가 이 새로운 삶을 우리 것으로, 하느님나라를 향한 갈망, 그리스도를 향한 기대를 우리의 것으로 삼는다면, 그리스도야말로 생명이라는 확신을 우리의 것으로 품는다면, 우리의 죽음은 참 생명이신 분과의 친교 활동이 됩니다. 삶도 죽음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10장 '죽음으로 죽음을 짓밟기', 110~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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